Joan Jonas
《 Good Night, Good Morning 》
이번 뉴욕 방문 중에 너무나 좋은 전시들을 많이 보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좋았던 Best of Best 전시를 꼽으라면 바로 모마에서 열린 조앤 조나스(Joan Jonas)의 특별전이었습니다. 역시 조앤 조나스의 작품은 지금 보아도 매우 혁신적이고 세련된, 무엇이 달라도 다르구나라는 것을 새삼 느꼈던 전시입니다.
미국의 대표적인 여성 아티스트 중 한분인 조앤 조나스의 전시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 해보기 위해 전시 전반에 걸친 작품에 대한 내용을 이야기해 봅니다.
전시 기간 : 2024. 5. 17 – 2024. 7. 6
위치 : MoMA
미국의 대표적인 미디어 아트의 선구주자이기도 한 조앤 조나스는 비디오뿐만 아니라 그림과 조각, 사진, 설치미술과 퍼포먼스까지 매우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하였습니다. 그녀의 50여 년 경력을 집대성한 전시였던 만큼 볼거리도, 생각할 거리도 많았던 전시입니다. 여전히 80이 넘는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카리스마 있고 멋있는 한 인간으로서의 면모도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름 (Full name) : Joan Jonas
출생 : 1934년 7월 13일, 미국 뉴욕
학력 : 컬럼비아 대학교
그녀는 주로 미술사를 기반으로 한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중첩적이고 복합적으로 표현합니다.
그렇기에 때로는 젠더의 개념이 모호하기도 하고 아주 일상적인 것들을 미래지향적으로 표현하기도 하지요.
본래는 조각을 전공하였지만 이에 얽매이지 않고 매체를 확장시키면서 여러 가지 작업들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존 케이지(John Cage), 클레스 올덴버그(Claes Oldenburg)와 춤을 공부한 트리샤 브라운(Trisha Brwon)의 작업으로부터 깊은 영감을 받기 시작하면서 작업들을 계속해서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퍼포먼스 작업은 당시 여성이 표현하기에는 쉽지 않았던 성 정체성의 문제, 여성이 겪는 사회적 불평등뿐만 아니라 타인이 보는 여성 신체의 일방적인 대상화와 사회적인 시선과 편견 등 관습적인 부분이 과연 올바른지에 대해 계속해서 묻기도 했으며, 때로는 좀 더 현실적으로 관람객에게 직접적으로 전달하고 마주하기 위해 실시간 라이브로 표현하기도 할 만큼 획기적인 방식들을 보여주었습니다. 어쩌면 지금의 현대미술, 페미니즘의 초석을 다진 것인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고 할 수 있겠네요.
그녀는 1960년대와 70년대 주로 다운타운에서 경력을 쌓아왔으며 비디오로 자신만의 방식을 표현하기 시작하면서부터 현재까지도 퍼포먼스와 발전된 기술을 융합해서 작품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수많은 작품들을 만들어내고 복합적인 상호작용을 끊임없이 탐구하는 이유는 그녀의 인터뷰에서도 알 수 있는데요, 그녀는 모든 사물은 무엇인가로 가져오기 전까지는 물체가 어떻게 기능을 할지 알 수 없다고 말합니다. 플레이를 한다는 것은 다양한 것을 시도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사물의 사용방법과 구조, 절차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데 마치 어린아이처럼 즉흥적으로 뭔가를 시도하고 서로 관련하여 작업하고 실험하면서 깨닫게 된다는 것을 반복적으로 이야기 합니다.
그래서 그녀의 작품을 보면 마치 아무 생각 없이 하는 놀이 같기도 하지만 그 놀이가 결국 사물의 정의를 나타내게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그로 인해 모든 것은 고정관념과 규범이 되고 고착화되는데 과연 이렇게 정의된 의미가 맞는 것인지 실제로 다른 방식으로 행동해 봄으로서 같이 생각해 보게 됩니다.
이번에 모마에서 전시된 작품들이 매우 많기에 주로 주요 큰 흐름으로서 대표적인 작품 위주로 이야기해 봅니다.
Wind (1968)
가장 먼저 보였던 작품인 바람(Wind) 영상은 가장 추운 겨울 롱아일랜드 해변의 바람을 맞는 장면을 보여줍니다.
눈을 가리고 바람을 맞는 장면을 보면 어떠한 환경과 상황에서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는 우리가 자연과 환경에 얼마나 하찮은 존재인지 깨닫게 해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간은 계속해서 끊임없이 자연을 통제하려 들지요.
그녀는 이렇게 자연적인 요소를 그대로 퍼포먼스로 표현하기도 하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는데요, 때로는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이 상황조차도 즐긴다고 그녀는 말합니다. 어쩌면 그대로 느끼는 바람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무섭고 강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두려움은 어느 정도 가지고 대비해야 하는 양면성을 직접적으로 깨닫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Mirror Pieces 거울 조각 (1968-71)
그녀의 초기 작품 중 가장 대표적으로 눈에 띄는 오브제는 바로 거울입니다.
이 거울은 그녀의 작품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기도 한데요, 이렇게 미니 드레스에 거울을 붙여놓아 여성이 자신을 방어하려는 모습처럼 보이기도 했으며,
여러 개의 전신거울을 공공장소와 대중 앞에 다양한 방식과 각도로 놓음으로써 공간의 인식을 바꾸고 자신의 정체성과 자기인식을 스스로 들여다보는 매개체로 자주 사용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Jones Beach Piece (1970)
그녀는 뉴욕 존스 비치에서 다양한 퍼포먼스를 시도했는데 훗날 이 퍼포먼스를 기점으로 야외와 도시, 해변을 풍경으로 환경과 사람 사이의 행동과 소리 인식이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탐구하기 시작한 발판을 마련해주기도 했습니다.
” 퍼포먼스는 제가 시작하는 곳이며, 제 작업의 내용과 구조입니다.
Performance… is where I begin. It is the structure and the content of my work.”
Organic Honey’s Visual Telepathy (1972)
1970년, 그녀는 일본을 여행하는 동안 비디오카메라를 구입하여 첫 번째 비디오 작품인 <Organic Honey’s Visual Telepathy>를 촬영했습니다.
이 작품은 청중이 누군가가 카메라 앞에서 공연하는 것을 실제로 지켜보는 것과 카메라가 찍는 모습은 동시에 이루어지지만 반면 보이는 것은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에서부터 출발한 작품이기도 합니다.
Organic Honey라는 캐릭터는 조앤 조나스의 이후 비디오와 작품에서도 계속 보이는 캐릭터로서 단어 그대로 꿀단지에서 이름을 따왔는데, 이유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캐릭터가 여성성을 보이는 것 같지만 상당히 중성적이게 보이는 부분은 아마도 성별이나 여러 가지 유동적인 자유자재로 변신하는 어떤 모습을 대변하기 위함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 캐릭터는 이후에도 그녀의 훗날 많은 작품에서 여러 퍼포먼스의 비디오에도 출연하기도 합니다.
그녀가 키우는 강아지 역시도 자주 등장하는 매개체로 또 하나의 분신 같은 느낌을 주기도 했습니다.
미술관에는 당시 사용하던 의복이나 소품들도 같이 전시되어 있어 흥미를 끌기도 했으며 어떤 옷을 입고 어떤 식의 소품들을 썼는지 흑백 브라운관에서 볼 수 없는 것들을 직접 볼 수 있어 당시 무엇을 쓰고 입고 촬영했는지 자세히 볼 수 있었습니다.
Two Women (1973), Glass Puzzel (1974/2000)
그녀의 비디오 작품은 너무 많기도 해서 아예 전시장에는 각자 다른 퍼포먼스를 여러 대의 TV에서 상영합니다.
그중에서도 두 여인이 계속 마주하면서 보여주는 장면을 담은 <Two Women>이라든지
유리조각을 이용하여 여성이 스스로를 비춰보고 신체 일부를 가리고 보여주는 형태의 작품인 <Glass Puzzle>은
여성으로서 사회적으로 보이는 시선을 떠나 자아와 여성이 주체가 되어 자아를 표현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Mirage (1976 / 2005)
한쪽 공간에는 긴 원뿔 형태의 악기가 눕혀서 혹은 세워서 전시되어 있음과 동시에 악기를 공연한 비디오를 같이 보여줍니다.
이는 조앤이 인도를 여행하면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작품으로 조각과 비디오를 결합하여 타악기를 사용함으로써 일어나는 몸짓과 자세 등의 움직임을 보여줌으로써 의식과 반복, 리듬을 한데 모아서 보여줌으로써 어떤 사물에 대해 이용함과 동시에 압도당할 수도 혹은 일반적인 인간의 움직임의 형태가 변형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거대한 원뿔 모양의 물체는 마치 사람이 물건을 이용한다기보다는 물체가 사람을 변형되게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은 모습을 띄며 인간으로서 어떻게 사물을 대해야 하는가에 대해 보여주기도 합니다.
The Juniper Tree (1977)
조앤은 미술사를 기반으로 이야기를 풀어내는 만큼 특히 고대 신화나 전설에서도 영향을 받아 작품을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그중 많은 이야기에서 여성의 역할과 금기에 대한 이야기가 많은데 이는 인간 심리와 행동을 어떻게 말하고 있는지 질문을 던지거나 보여주기도 합니다.
<The Juniper Tree, 노간주나무>는 그림형제가 쓴 동명의 동화를 한 작품으로, 동화라고는 하지만 그야말로 어린이들이 보기에는 조금은 잔인한 잔혹동화인데요
1976년 어린이를 위한 퍼포먼스로 시작되었고 이후 계속 여러 공동 합작과 솔로 버전으로 발전된 설치작품으로서 작가가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했습니다.
특히 중국풍의 붉은색과 흰색의 대비가 동화 속 피를 연상하게 하기도 하고, 사방에 그려진 얼굴은 마치 죽은 아들이 지켜보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해서인지 공간 안에 들어오면 널부러진 사물들과 함께 느껴지는 묘한 분위기가 때로는 음산하게 보이기도 합니다.
Volcano Saga (1989)
<Volcano Saga>는 조앤이 아이슬란드 민화인 락스 델라 사가(Laxdaela Saga)를 해석한 것으로 한 여성의 네 가지 꿈에 대한 이야기를 표현했습니다.
이 이야기는 아무래도 먼 나라의 이야기라서 그런지 한국인인 우리에게는 조금 낯선 이야기이기도 해서 잘 와닿지는 않았는데 아름다운 아이슬란드의 풍경과 자연이 더해져서 인지는 몰라도 앞선 작품과는 다르게 좀 더 편안하게 볼 수 있었습니다.
마침 영상에서는 반가운 얼굴인 틸다 스윈튼을 볼 수 있었는데요, 꿈을 찾아가는 여성의 상상력과 욕망에 대한 의식을 비디오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마침 유튜브에 비디오가 있어서 링크를 걸어봅니다. 궁금하신 분들은 영상으로 보시면 좀 더 작품에 대해 이해가 쉬우실 것입니다.
“퍼포머는 자신을 매개체로 보고 정보를 전달합니다.
The Performer sees herself as a medium : information passes through.”
이 작품 속 영상에서는 아무래도 여러 꿈속의 무언가를 표현하기 위함인지는 몰라도 상당히 다양한 형태로 표현한 모습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 밖에도 조앤이 직접 옷에 드로잉을 그리는 퍼포먼스를 하는 등 주체적으로 자신의 모습을 그리고 형상을 만드는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My New Theater I : Tap Dancing (1997)
재미있는 비디오 작품 중 하나였던 휴대용 극장 상자 작품은 언제나 무대가 있어야 가능한 공연을 새로운 형태의 작은 극장으로 만들어 버림으로써 어린이 인형극처럼 관찰할 수 있는 형태로 만들었는데요, 비디오를 상영하면서 동시에 그 앞에는 미니어처 무대 세트를 설치하면서 극장의 새로운 형태를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가만히 안을 들여다보면 무대나 영상의 내용 모두 귀엽기도 하면서 신선했는데요, 퍼포먼스가 반드시 직접적인 형태로 보여줄 필요가 없다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결국은 무엇이 어디에서 어떻게 상영되었든지 간에 본질인 그 내용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Lines in the Sand (2002)
조앤의 작품들을 보면 군데군데 낙서같이 그려진 선들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선을 그리는 행위조차도 일종의 놀이처럼 느껴지는데요, 선은 일종의 자유의지이기도 하지만 어떤 형식이나 형체를 그리기 위한 수단이기도 하기에 오래전부터 세워온 문화는 결국 그 선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계속해서 여러 가지 선을 그려보며 실험을 한 것이 아니지 않나 싶습니다.
그녀는 이러한 선들을 이용하여 고대 유적의 흔적을 재현함으로써 관객에게 그 기원과 신화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합니다.
작품의 시작은 오래전 조앤의 할머니가 이집트를 방문한 사진을 보고 모래 위에 역시 선을 그리는 작품을 선보이기도 했는데, 모래 위의 선은 어떤 피라미드 신전이 세워지기의 선 같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처음 이곳을 정복했을 때 분명 선을 사용하면서 큰 그림을 그리고 좀 더 세부적인 계획을 세우지 않았을까 싶은데요 과연 그렇다면 땅을 차지하기 위해 어떠한 투쟁이나 전쟁을 했을 텐데 작품을 보다보면 과연 이를 정당화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을 제시하는듯한 느낌을 받게 됩니다.
Double Lunar Rabbit (2011)
조앤은 2010년에 기타큐슈에 교수로 잠시 머물렀는데 일본에서 우리에게도 친숙한 달 토끼의 이야기를 알게 되면서 아즈텍 전통과 비슷한 신화를 발견하고 버려진 소품들을 이용해서 이야기를 만들어 가면서 하나의 책으로 출판하기도 했습니다.
아즈텍 이야기에서는 한 남자가 지구에 살았을 때 여행을 시작했는데 배고파서 죽을 것 같을 때 토끼가 자신을 음식으로 바쳐 생명을 구해 줌으로써 그 토끼를 달로 올려놓았다는 야이기를 담았으며, 흔하디 흔한 토끼이지만 그렇게 자신을 구해준 소중한 하나의 토끼는 모든 사람들이 기억할 수 있는 달이 되면서 우리에게도 많은 미덕이 언젠가는 더 큰 보상과 빛을 가져다줄 거라 믿게 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Between Land and Ocean
그녀는 환경에 대해서도 매우 관심이 많은 아티스트이기도 한데요, 그래서인지 마지막 즈음에는 주로 바다와 자연 보호에 대한 혹은 환경에 관한 작품들이 다수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설명에 따르면 동물과 사람은 모두 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한 생명체를 다른 생명체보다 더 가치있게 여기는 종 간의 전통적인 관계의 해체를 시도한 모습을 작품에서 종종 볼 수 있습니다.
<Moving Off the Land Ⅱ>는 어린이와 같이 협력해서 작품을 그리기도 함으로서 아티스트 혼자가 아닌 대중과 함께 작업을 함으로서 현재 그리고 앞으로의 기후변화에 대한 심각성을 일깨우도록 하기도 했습니다.
조앤 조나스의 전시는 아무래도 비디오 퍼포먼스가 많아 사진으로는 설명이 어려워 전시 관람 당시 주요 퍼포먼스 비디오 장면은 하나로 모아서 유튜브에 올려봅니다.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 영상 참고하시면 좀 더 작가의 작품세계를 이해하시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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