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경자 탄생 100주년 기념 《 격변의 시대, 여성 삶 예술 》 – 서울시립미술관 전시

천경자 탄생 100주년 기념

《 격변의 시대, 여성 삶 예술 》

서울시립미술관에 가면 언제나 한켠에는 천경자 작가의 그림이 걸려있는데요, 이번 전시는 천경자 작가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여 천경자뿐만이 아니라 근현대에 활동하는 다양한 국내 여성작가의 작품들을 전시합니다.

최근 한국의 여성 아티스트들이 해외에서도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이번 전시를 통해 한국 작가들이 그동안 어떤 방식으로 자신만의 작품 활동을 해왔는지 그리고 지금 이 시대에 이를 확장하여 어떻게 발전하면 좋을지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전시 기간 : 2024. 8. 8 – 2024. 11. 17

관람시간 : 화~금 10:00am – 8:00pm

토, 일, 공휴일 10:00am – 7:00pm (하절기 3-10월)

10:00am – 6:00pm (동절기 11-2월)

(매주 월요일 휴무)

장소 :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2F

관람비 : 무료

이미 너무나 많은 분들이 알고 있는 천경자 작가는 국내 여성 근현대 미술에서 많은 의미를 주는 작가이기 때문에 모르시는 분들이 없을 정도로 한국의 대표적인 여성 화가이기도 합니다. 그녀는 광복 이후 무엇보다 동양화가 전부였던 시대에 채색화를 도입하여 일본화의 색이 아닌 한국적인 색채로 그려나갔고 한국화라는 틀과 경계조차 벗어나 자신만의 색으로 담아놓은 자유로는 화풍을 선보입니다. 재로 역시 다양하게 사용하였기에 그녀의 그림을 보면 현대적인 묘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수많은 여성 작가들은 훗날 이런 자주적이고 주체적인 인식에 영향을 받아 현대 미술에서 다양한 자신만의 색채를 표현하는 작가들이 등장할 수 있었기에 선구자적인 역할을 했고 지금까지도 많은 미술계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전시는 6개의 공간으로 나누어져 있었으며, 시대별로 다양한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광복 이후에는 아무래도 작품들을 전시하거나 선보일 곳이 많지 않았기에 조선미술전람회 혹은 대한민국미술전람회에서 출품하여 입상한 작품들이 많은 편이며 이를 주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가장 먼저 보이는 작품은 이번 전시의 대표적인 작가인 천경자의 작품으로 대중에게 가장 잘 알려진 작품이기도 한 <내 슬픈 전설의 22페이지>가 전시되어 있습니다.

그녀의 트레이드 마크이자 자주 그리던 오브제인 뱀을 그리게 된 계기는 매우 괴롭고 고통스러웠던 시기에 이를 표현하기 위함이기도 한데요 그래서 그런지 그녀의 초상화는 환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애잔함이 느껴집니다.

천경자

천경자 – 내 슬픈 전설의 22페이지, 1977

천경자는 1972에 약 20일간 베트남에서 여러 화가들과 함께 한국군의 활약상을 기록화로 그리기도 했는데, 그때 당시 그린 스케치와 작품들도 전시되어 있습니다. 이때 그린 그림으로 돈을 받게 되면서 경제 사장이 나아지면서 그림에만 몰두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합니다.

천경자 – 26연대 부락작전 1, 2, 1972

천경자 – 수장굴 수색작전 / 헬기수송작전 / 폐복작전 / 갈대 수색작전, 1972

그때 그린 그림 중 하나인 <꽃과 병사의 포성>은 한때 국방부에 걸려있다가 이번에 처음으로 대중에게 공개한 작품이기도 합니다.

천경자 – 꽃과 병사와 포성, 1972

반대쪽에는 한국의 춤을 그린 여러 작가들의 작품들도 전시되어 있습니다.

특히 한복의 화려한 색채와 움직임들이 눈에 띄는데 작가마다 이렇게 다른 색다른 느낌으로 그린 것을 비교해서 볼만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화려함과는 달리 당시 시대는 정치적으로 암울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슬픔을 쏟아내기 위한 몸부림이기도 했기에 기쁨 속 슬픔이 고스란히 전해져 오기도 합니다.

장상의 – 번뇌, 1988 / 다시래기, 1988

이숙자 – 얼쑤! 얼싸!, 1991

이화자 – 무제, 1997

이후 혁명 시대의 수많은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상황을  잘 대변해 주던 조각상도 눈에 띕니다.

몸짓과 표정이 그림에서 볼 수 없었던 부분을 입체적으로 표현해서 좀 더 실감 나기도 했습니다.

 

문은희 – 무제 / 4-19 혁명 / 무제, 2000년대

윤애근 – 공-독도, 2005

 

이어지는 옆 공간에서는 먹으로 그린 듯한 한국화의 성향이 짙은 화풍의 그림들이 주로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이는 1922년부터 1944년까지 열린 조선미술전람회의 출품작으로 일제강점기에 일본에 의해서 만들어진 미술공모전인데다 각종 심사의 차별, 수상제도 등 여러 비판을 받기는 했으나 당시 암울한 상황에서는 이곳에서 밖의 작품을 선보일 길이 없었는데요, 물론 이를 계기로 훗날 광복 이후 대한민국 미술전람회(1949-1981)로 이어지면서 한국 근현대미술을 보여줄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기도 했습니다.

 

다음으로 이어지는 공간에서는 먹으로 그린 듯한 한국화의 성향이 짙은 화풍의 그림들이 주로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1922년부터 1944년까지 열린 조선미술전람회의 출품작이 주로 전시되어 있는 공간은 일제강점기에 일본에 의해서 만들어진 미술공모전인데다 각종 심사의 차별, 수상제도 등 여러 비판을 받기는 했으나 당시 암울한 상황에서는 이곳에서 밖의 작품을 선보일 길이 없었지요.

물론 이를 계기로 훗날 광복 이후 대한민국 미술전람회(1949-1981)로 이어지면서 한국 근현대미술을 보여줄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기도 했습니다.

 

박래현 – 여인 / 소녀, 1942

주로 해당 전시공간에서는 당시의 여성의 생활이나 생활 속 모습 혹은 시대상을 볼 수 있는 작품들을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박래현 화가는 당시 김기창과 함께 한국전쟁 이후 군산에서 피난생활을 하며 동양화를 연구했는데 일본을 통해 큐비즘을 접하면서 동양화에 큐비즘의 형식을 더한 <회고>라는 작품으로 1957년 국전에 입선하기도 했습니다. 큐비즘이 더해진 한복 입은 여인의 모습은 뭔가 서양의 큐비즘 작품들과는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박래현 – 회고, 1967

원문자 – 무리, 1964

앞서 보여준 천경자나 박래현의 경우는 일본 유학으로 독특한 화풍을 표현하기도 하였지만 해방된 이후로는 국내 대학에서 교육을 받아 작품 활동을 이어가는 작가들이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서울대학교, 홍문 대학관(지금의 홍익대학교), 이화여자대학교, 서라벌 예술대학교가 그 시초가 되기 시작하면서 하나둘씩 작가들이 등장하기 시작하였고, 한국에서만 표현할 수 있는 화풍과 풍경들을 담아내기 시작했습니다.

이인실 – 추교, 1965

당시는 아무래도 소재의 한계가 있었기 때문에 화려한 색보다는 먹으로 그린 그림이 많았고, 테크닉적인 면에서도 한계가 있다 보니 조금 독특하다면 이렇게 탁본으로 만든 작품들도 종종 눈에 띕니다.

김경자 – 반야경, 1972

피폐한 당시의 사회상황에서 그래도 온전히 남은 역사의잔해 중 창경궁은 현재까지도 많은 작가들이 영감을 얻는 장소이기도 했습니다.

여전히 아름다운 창경궁은 이곳에서도 몇몇 작품들이 눈에 띕니다.

이희자 – 염, 1981 / 이숙자 – 고찰, 1979

희미한듯한 색감이 인상적이었던 오낭자의 작품은 그 시대만의 아련함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습니다.

오낭자 역시 창경원을 자주 산책하면서 동물을 자주 그렸다고 합니다.

오낭자 – 여일, 1977

원문자 역시 인물을 그리다 화조로 바꾸면서 창경원의 칠면조의 생태를 연구하면서 그리기도 했는데 이 작품은 국전에서 국회의장상을 받기도 했다고 합니다.

원문자 – 칠면조, 1970

 

뒤이은 공간에서는 작가의 색채와 개성이 가득한 작품들이 주를 이룹니다.

천경자의 작품은 이곳에서 좀 더 다양한 작품들이 많이 보였는데요, 다른 공간에서 천경자의 작품만 한데 모아서 전시를 하고 있습니다. 다시 봐도 역시 좋은 작품이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네요.

 

천경자 – 청춘의 문, 1968 / 이탈리아 기행, 1973

천경자 – 사군도, 1969

이곳에서 전시되고 있는 천경자의 그림은 여행 중 서양의 이국적인 풍경을 담은 그림이 많습니다.

아프리카를 담은 <초원>, 스페인의 풍경을 담은 <그라나다의 도서관장> 등 천경자 작품이 한데 모여있는 공간에서도 다양한 나라와 도시의 풍경들을 담은 그림들을 볼 수 있습니다. 더불어 그에 영향을 받은 화려한 색감의 이숙자와 오낭자 작가의 그림들도 전시되어 있습니다.

천경자 – 초원, 1973

천경자 – 그라나다의 도서관장, 1993

이숙자 – 이브, 1988

오낭자 – 재연, 2005

오낭자 – 군음, 1989

아래 세 작품은 한 작가가 그린 그림일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서로 다른 작가들의 그림들이고 다른 시대에 그린 그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한데 모아 전시해놓은 작품들이 마치 하나의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 낸 것처럼 잘 어울리기도 했습니다. 

류미나 – 상, 1979 / 유인자- 풍요, 1991 / 박현자 – 만남, 2003

금동원 – 정릉의 봄, 1993

문은희의 군상들을 담은 작품들도 눈에 띄었는데요 마치 추상같기도 하고 사실화 같기도 합니다.

형태가 분명하지만 얼굴의 표정은 모호하나 그 움직임 하나로 표현하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문은희 – 누드-군상, 2010년경

대형 탁본 작품이었던 <가르마>는 우리 선조 여인들이 곧게 타 올린 머릿속 가르마를 의미하기도 했는데, 그녀들이 살아온 길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이 작품은 세 개의 화폭으로 이어져 있지만 각 화폭의 위치를 조정함에 따라서 다른 형태의 그림으로 연출할 수 있기도 하니 어떻게 벽에 거는지에 따라 다르게 보일 수 있겠더군요.

 

심경자 – 가르마, 1998

먹과 목탄 채색으로 그린 이 작품은 선과 점이 나란히 전시되어 있는 상당히 추상적인 그림이지만

삶에서 죽음으로 이르는 길이라는 의미를 생각하면 단순하지만 단순하지 않은 그림이기도 했습니다.

차명희 – 상상, 2005 / 소리, 2011

이화자 작가가 그린 최근작인 <좁은 문 가는 길>은 양평의 단풍이 떨어지는 풍경을 담았다고 합니다.

이는 나이가 들면서 주변의 사람들이 하나씩 떠나가는 모습을 보며 생애의 끝으로 가는 길을 그린 작품으로 낙엽이 떨어지는 것처럼 언젠가 화려한 색을 보여주던 시절이 있으면 시간이 지나 떨어지고 쌓여 어떤 또 다른 생애의 길로 가는 느낌을 표현했다고 합니다.

삶의 끝을 마주하는 작가의 마음을 담은 작품인지는 몰라도 이렇게 좋은 그림을 남긴 한 시대를 풍미했던 작가들도 이제는 서서히 사라져가는 시대, 그 시대의 오래전 작품들을 잘 보존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작품입니다.

이화자 – 좁은 문 가는 길, 2024

이번 전시는 무엇보다 천경자 작품들을 다시 되돌아 볼 수 있는 시간이자 시대의 변혁기에서 애써 창작의 끈을 이어갔던 비주류의 여성 화가들의 치열한 고민과 노력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이제 그들도 어느덧 나이가 들었고 생애 남아있는 날들이 많지 않음을 느끼면서 잠시나마 살아있는 이 시대에 그 뜻을 기리며 이어나갈 필요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한 단순히 보존을 넘어서 끊임없이 변화와 도전, 혁신을 추구하려고 노력했던 작가의 마음가짐을 되새기며 모두가 사회에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발전시켜 나가야 할지 생각해게 되는 좋은 전시라 생각됩니다.

천경자의 그림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꼭 가보시면 좋은 전시이며 그 밖에도 우리가 몰랐던 화가들의 작품을 볼 수 있기에 시간이 되실 때 관람해 보시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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