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DP 10주년 기념 오픈 큐레이팅 아카이브 기획전
현재 DDP 디자인센터 뒤편에 있는 갤러리 문에서 열리는 오픈 큐레이팅 전시가 열리고 있습니다.
DDP 오픈 큐레이팅 사업은 청년 창작자를 지원하기 위해 전문가와 협력하여 디자인 영역을 확장하는 일환으로 지원되는 사업으로 2015년에 시작되어 벌써 10주년이 되었다고 합니다.
동대문 운동장 자리에 디자인센터가 세워진 이후로 국내에 많은 디자인 인력들을 지원하는데 노력하는 모습이 보이기도 했고 벌써 그 기간이 어느 정도 쌓이니 이렇게 또 다른 전시를 볼 수 있게 되어 그동안의 창작자들의 노력과 과정이 보이는 전시이기도 했습니다.
전시 기간 : 2024. 12. 23 – 2025. 3. 31
이용 시간 : 10:00am – 8:00pm
DDP 뒤쪽에 있는 동대문 역사관은 원래 오랜 토목건축의 구조와 양식을 짐작할 만한 유구전시장이 있고 철거 당시 많은 유물들이 발견된 곳이기도 했습니다. 그리하여 동대문 역사관이라는 이름으로 평소에는 동대문 터에서 나온 유물이나 전시를 하곤 하는데 작년 연말에서 올해 3월 말까지 특별히 갤러리 문이라는 이름으로 오픈 큐레이팅 전시를 합니다.
입구에 들어오면 10년간 전시했던 내용과 참여 작가 등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정리한 Recap이 있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전시가 이루어졌고 방문하신 분들도 생각보다 많더군요.


전시는 공간의 반 정도만 차지해서 열렸는데 하나하나 기억에 남는 작품들이 많았습니다.
아무래도 청년 작가들을 지원한 전시이니만큼 생각지 못한 기발한 아이디어나 작가들이 어떤 사회문제의식으로 작품들을 만들었는지 알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그중에서도 기억에 남는 몇몇 작품들을 소개해 봅니다.
OZONE 오존 – 계정권 + 박재환 – 매혹의 언어
요즘 계엄령 이슈로 핫해진 것 중 하나가 아이돌 팬들이 응원했던 응원봉이었는데요
작가들 역시 이러한 아이돌 굿즈를 새로운 작품으로 표현했습니다.
일종의 인간의 매력에 끌려 하나의 신앙심처럼 따르게 되는 스타들의 힘이 반짝반짝하는 다양한 굿즈로 표현되는데 이러한 여러 아이돌 팬들의 굿즈의 재료를 합하여 또 다른 매혹적인 산물로 표현한 부분이 재미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매력이 모이면 또 다른 매력을 낳는 것. 창작의 언어의 진화를 보는듯 합니다.



KIM KIM LAP 김김랩 – I SCREAM
이 작품은 차가운 아이스크림이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마음이 따뜻해지면서 더 빨리 녹게 되면서 주체할 수 없다는 아이디어에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차가웠던 마음을 뜨겁게 녹이는 사랑이란 것이 과연 해피엔딩인지, 그저 순식간에 녹아버린 비극인지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DAEKI and JUN 대기앤준 – Beyond the City : Cultural Monuments
해당 섹션에서는 미래 도시를 구성하는 물질과 문화, 현상 등을 해석하여 표현한 작품으로 특히 패키지의 색감과 타이포그래피가 인상적이었던 작품입니다.

SU MU 수무 – 가장 조용한 집
수무는 식물을 이용하여 자연과 인간과의 관계를 표현하면서도 그 속에서 함께 공존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삶에 대해 표현하는 작가입니다. 작품은 뒤편에 있지만 상당히 눈에 띄는 작품이었는데요 뭔가 미래지향적이면서도 식물과 함께 해서인지 차갑지만은 않았는데, 또 한편으로는 어두운 색감은 현재 기후 위기와 환경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기도 합니다.
마치 미래의 자연의 모습을 보는 것 같기도 하면서도 현재 푸릇한 자연의 색감을 보존하기 위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해 한 번쯤은 생각해 보게 됩니다.

RHETO-RIC 레토릭 – 도시락 RE:BOOT – 나를 챙기는 삶
우리가 흔히들 밥심으로 산다고 하지요. 모두가 지나가면서 인사치레로 하는 말이지만 사실 사는데 가장 중요한 것이 나를 챙기는 것부터 시작하지 않나 싶습니다. 자신을 챙기고 사랑해야 타인을 사랑할 수 있듯이 말이지요.
작가는 도시락이라는 일상적인 재료를 환경적 가치로 재탐구하면서 작품을 만들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정성스레 만든 도시락으로 삶의 가치를 다시 재정의 해보고 더 나아가 환경을 돌아보게 하는 것까지 가까이 있는 사물을 통해 일상을 통해 공감하는 작품을 선보였다는 부분에서 재밌는 작품이 아닌가 싶습니다.



LIHO 리호 – 유머오브언캐니 : 귀지와 코딱지
이번 전시에서 가장 재미있던 작품이 아닌가 싶은데요, 우리가 너무나 더럽게만 느껴졌던 귀지와 코딱지를 아주 노골적으로 표현한 작품입니다.
불쾌하지만 호기심이 생기는 양면적인 감정의 스펙트럼을 언캐니(Uncanny)라고 한다고 해서 유머오브언캐니로 작품명이 지어진 것이라고 하는데, 남들 앞에서는 할 수 없지만 더러운 행동을 하면 뭔지 모를 쾌감과 시원함이 있고 기분이 좋아지는 모순된 강렬함을 유머러스하게 표현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작품들은 작가들의 작품이 많은 반면, 반대편에는 주로 디자인 스튜디오 혹은 건축, 공간에 대한 디자인을 주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NEW TAB 22 뉴탭 22 – Material Collective
제로 웨이스트 기반 소재 디자인을 주로 하는 업사이클링 디자인 스튜디오로 버려진 재료로 만들어진 디자인들을 주로 선보이고 있습니다. 버려진 건축자재, 양식장과 레스토랑에서 버려지는 굴패각이나 전복패각 등을 되도록 변형하지 않고 그대로 사용하여 열에너지 사용 역시 최소화하는 등 소재의 활용을 여러 가지로 연구한다고 합니다. 더해 버려질 때 역시 비료처럼 자연으로 소각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기도 한다고 하네요.
이곳에 전시된 제품이 많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조금 아쉬운 것이 있다면 좀 더 생활에 쓰일 수 있는 실용적인 아이템과 제품이 많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Ordinary People 오디너리 피플 – 디지털 웰니스 스파
코로나 이후 정말 많은 것들이 변했음을 느낍니다. 특히 디자인이나 제조, 유통 등 변하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인데요, 오디너리 피플 역시 팬데믹 이후 사람들이 느끼는 디지털 세상 속에서 좀 더 많은 동시대의 문화와 기술을 느낄 수 있도록 끊임없이 디자인한다고 합니다. 주로 음반이나 매거진, 그래픽 등에서 선보이고 있습니다.


Studio Practice 스튜디오 프랙티스 – House of Future : Apartopia 아파토피아
우리가 가장 많이 살고 있는 주거 형태의 아파트를 모티브로 건축, 인테리어 분야의 디자인 프로젝트에서 새로운 접근을 시도하는 디자인 스튜디오입니다. 그래서인지 상당히 한결하고 심플한 형태의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는데요


그중에서도 이 연필꽂이와 희한하게 생긴 카드 케이스는 너무나 독특해서 상당히 눈길을 끌기도 했습니다.

Amature Seoul 아마추어 서울
한류가 대세이기도 하지만 꽤 오래전부터 해외에서는 서울을 가장 주목하는 도시 중 하나로 꼽고 있습니다.
이유는 여러 가지인데 가장 빠른 발전을 이룬 도시이기도 하지만 아시아 허브로서의 역할, 아트적 감각과 문화적 에티튜드가 선진국에 못지않은 것도 한몫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래서인지 최근 많은 젊은 디자이너들과 창작자들 사이에서는 해외의 스타일을 비슷하게 모방하기보다는 서울 도시 그 자체를 아이디어의 발판으로 삼아 새로운 결과물과 제품들을 만들기 위해서 노력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요,
아마추어 서울 역시 서울 지도를 매개로 도시와 사람들의 이야기를 기록하는 프로젝트 그룹으로 우리가 흔히들 지나가는 골목과 동네의 지도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마치 도서관 신문보듯 쉽게 볼 수 있도록 말이지요.

Studio Nolgong 스튜디오 놀공
주로 문화 사회적 이슈를 디지털과 공간을 결합해 교육용 콘텐츠로 만든다고 하는데, 재밌는 것은 분단 전문기자가 되어 게임을 하는 형식으로 만들었다는 점이었습니다. 실제 전국 초중고 1000여 개교에 배포했다고 하는데요 분단과 통일을 쉽고 재미있게 접근한다는 점에서 신선한 시도로 보였습니다.


한윤정
미디어 아티스트인 한윤정이 보여주는 영상은 플라스틱으로 뒤덮인 가상의 미래 풍경과 그 이면의 세계를 보여주고 있는데 확실히 젊은 창작자들은 앞서 보여준 작품도 마찬가지이겠지만 환경에 대한 이슈를 아주 잘 나타내는 작품들을 많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작가는 이곳뿐만 아니라 다양한 국내 미술관에서 전시도 해서인지 여러 미술관에서 제작한 영상들을 상영하고 있습니다.


독특하게 가운데는 질문에 대한 답을 써보는 메모 공간도 있는데 한번 천천히 생각하며 써보는 시간도 나름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듯합니다.

쓰다 보니 글이 길어졌는데요, 그만큼 좋은 작품과 신선함, 요즘 젊은 세대가 어떤 식으로 작품과 디자인을 발전해서 보여주는지 알 수 있는 좋은 전시라 생각됩니다.
궁금하신 분들은 DDP 들르실 때 가볍게 보시면 좋을듯하여 추천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