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yako Rokkaku 아야코 록카쿠
《 Mountains of Nameless Emotions 》
압구정 MCM 빌딩에 있던 쾨닉 서울이 최근 장소를 옮겼는데요, 바로 이태원 소월길로 그 위치를 옮기면서 어떤지 궁금하여 이번 기회에 방문해 보았습니다.
특히 이번에 이태원으로 장소를 옮기면서 국내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아야코 록카쿠(Ayako Rokkaku)의 신작을 전시하고 있는데요, 기존에 보아온 회화 작품이 아닌 오브제 설치 작품도 눈여겨볼 만하여 잠시 후기를 남겨봅니다.
전시 기간 : 2024. 12. 14 – 2025. 1. 25
관람 시간 : 화~토 11:00am – 6:00pm
(매주 일, 월요일 휴무)
장소 : 쾨닉 서울
갑자기 이태원으로 옮긴 이유는 최근 많은 갤러리들이 한남동 근처로 모인 이유도 크지 않을까 싶었는데요, 하지만 많이들 가게 되는 한남동 갤러리 길이 아닌, 조금(?) 언덕인 윗동네로 위치해 있습니다. 아무래도 기존 압구정 로데오 근처에 위치해 있을 때는 여러모로 접근성이 좋았던지라 자주 방문하고는 했는데 이번에 옮긴 이태원 갤러리는 상당히 찾아가기 번거롭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지역적 특성상 가는 길도 언덕이거니와 주변에 카페나 다른 갤러리가 많지는 않기에 쾨닉 서울 하나만을 보고 단독으로 방문한다면 다소 번거롭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마음도 있으나 분명 이곳으로 옮긴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요.
이전 갤러리는 MCM의 한 일부분 소속 갤러리처럼 느껴지는 감이 없지 않아 있었는데, 이태원의 갤러리는 다른 화랑과 같이 한 건물에 위치해 있지만 이전보다는 독립적인 갤러리로 보이긴 합니다. 하지만 면적이나 작품의 양은 그전과 특별히 다르지는 않았기에 오히려 갤러리를 자주 찾았던 방문객에게는 조금 더 번거롭게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전시장은 지하 1층으로 되어있고 공간은 그렇게 크지는 않았는데요, 이번 전시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작품은 바로 다양한 울과 펠트 패브릭으로 만들어진 대형 오브제입니다.
갤러리를 처음 들어오자마다 가장 가운데 있던 오브제밖에 안 보일 정도로 이번 전시에서 기존에 보아오던 아야코의 평면 작품을 입체적인 또 다른 형태로 볼 수 있는 전시입니다.
오브제를 보면 마치 기괴하면서도 발랄하고 귀여운 동화 속에 나올법한 동굴인데요, 생각보다 크기가 꽤 컸기도 하지만 사방에서 여러 가지 각도로 다양한 형태와 소재, 디테일을 표현해서인지 직접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이는 마치 산처럼 쌓아 올려 화산이 폭발하는 것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하는데, 위협적이라기보다는 전반적으로 핑크빛의 따뜻한 천으로 덧대어져서 그런지 귀엽고 동화적인 느낌을 줍니다.
이러한 산과 같은 형태를 만든 이유는 작가가 스페인의 마요르카에서 레지던시 활동을 하던 무렵에 산에 둘러싸여 생활한 경험을 바탕으로 나오기도 했는데, 공교롭게도 전시 역시 서울의 한가운데 대표적인 남산에서 전시되고 있습니다.


작품을 가까이서 보면 단순히 패브릭을 덧붙인 것은 아닌듯하여 보일 만큼 형태도 소재도 다양했는데요,
직접 손으로 자르고 형태를 만들어 가는 과정을 보여주며 다양한 촉감을 자극하도록 만들어진 부분이 없지 않아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이번 작품은 크게 보면 작가가 형언할 수 없는 감정들에 대한 탐구를 하고 있는데, 자신도 모르는 커다란 감정의 동요나 축적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형태이기도 합니다. 왜 우리가 흔히들 뭔가 마음에서 일렁거리는 무언가를 하나의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때, 고스란히 그 느낌만 가지고 있는데 어떤 형태나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순간들을 쌓아두고 묵혀둔 느낌을 이 작품에서 보게 되어서 그런지 참 이상하리만치 마음이 가면서도 호기심이 생기는 묘한 작품입니다.

무엇보다 이 작품의 재밌는 점은 작품 내부에도 들어가 볼 수 있는 것이었는데요,
생각보다 내부도 나름 이것저것 조각조각 오려 붙인 흔적이 많은데 어떤 의미로 무엇을 붙였는지는 그리 중요하지는 않아 보였습니다. 그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들이 내면에서 뒤섞인 형태를 보여준다고나 할까요?

물론 이번 전시에는 오브제만 있는 것은 아니고 기존에 많이 사랑받고 있는 아야코의 작품들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1층으로 올라오면 이곳 역시 여러 마리의 펠트 토끼와 오브제를 볼 수 있습니다.
아쉬운 것은 양쪽 벽면의 그림은 직접 그렸다기보다는 그림을 시트지로 프린트하여 붙인 점입니다.
하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를 표현하는 데는 손색은 없었지 않나 싶습니다.


꼭 토끼 말고도 마치 돌의 형태를 어떤 감정이 일렁이는 느낌으로 표현하였는데 아야코의 사랑스러운 그림만큼 설치작품 역시 비슷한 분위기를 풍겨서인지 그림과 잘 어울린다는 느낌은 받았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소월길에 새로 옮긴 쾨닉 서울은 생각보다 상당히 공간이 협소했고 작품 수도 그렇게 크게 많지는 않습니다. 물론 이번 개관전 전시는 설치 작품이 매우 임팩트가 있어서 볼만했지만 그 밖에 다른 것에서는 새로움을 느끼지 못했다는 것이 조금 아쉬웠습니다.
만약 가보고 싶으신 분들은 갤러리 가는 길이 매우 경사가 급하고 심하니 구두보다는 편안한 운동화를 신고 가시길 추천드리며 주차장도 협소할 뿐만 아니라 가는 동선 자체가 단독으로 방문해야 한다는 점에서 접근성은 좋지는 않은 편이니 방문하실 분들은 참고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