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omarama
《 Ping Inside Noisy Giraffe 》
현재 송은에서 조금은 독특한 전시가 있어 방문해 보았습니다.
바로 트로마라마(Tromarama)라는 아티스트 프로젝트가 열리고 있는데요,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시각과 크리에이티브를 경험하고 싶으신 분들에게 추천할 만한 전시라 소개해 봅니다.
이번 송은 전시는 《 Ping Inside Noisy Giraffe 》이라는 제목으로 열리고 있는데, 핑(Ping)이란 것은 예전 베스트셀러인 책에서도 알 수 있었듯이 다시 돌아오는 것들을 말하는데요, 작품을 보다 보면 소리가 전파되어 이미지를 만든다든지 혹은 작품이 주는 메시지에 있어서도 어떤 주파수같이 의미를 다시 부여해 튕겨 관람자들에게 전달하게끔 하는 느끼는 작품들이 많습니다.
아마도 수많은 디지털이 발전하면서 인간과 디지털 사이의 관계가 바로 이런 Ping의 느낌이 아닐까 싶은데요
대부분 작품들은 수중 탐사에 쓰이는 음파 기술을 이용한 펄스-에코(Pulse-eco) 방식으로 컴퓨터 장치로 메시지를 전송하는 방법으로 작품 안에 메시지나 이미지를 녹여냅니다.
그래서인지 지금까지 봐왔던 작품과는 또 다른 신선한 세계로 들어온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트로마라마 Tromarama
트로마라마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활동 중인 아티스트 페비 베이비로즈(Febie Babyrose), 허버트 한스(Herbert Hans), 와 바레인 마나마의 루디 하투메나(Ruddy Hatumena) 3인으로 구성되어 있는 컬렉티브 그룹입니다.
이들은 반둥 공과대학 재학 시절 인도네시아 록밴드의 세링가이(Seringai) 뮤직비디오를 제작, 협업하면서 이루어진 프로젝트 그룹이기도 한데요, 사운드와 미디어, 비디오, 설치를 이용한 실험적인 작품들을 보여줍니다.
이 안에서는 현재 우리가 생활에서 느끼고 생각해 볼 만한 것들에 대한 것들을 쉽게 접할 수 있는 사물과 소리, 비주얼로 표현하여 사회와 인간의 상호작용, 자연과 미래에 대한 고찰을 하게끔 하는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 L1
가장 먼저 보이는 파노라믹스(Paranomix) 역시 작품 중 하나인데요, 이 작품은 2015년 홍콩에서도 전시된 작품이기도 합니다.
그냥 보면 언뜻 평범한 풀을 보여주는 듯하지만 바람에 흩날리다 갑자기 화면이 사라지게 되는데 한낮 자연도 이렇게 한순간 업성질 수 있다고 생각을 하면 과연 존재하는 것들이 모두 유한하다는 그리고 꼭 반드시 생명이 끝나야 사라진다는 법은 없을지도 모릅니다. 그중의 하나 자연이 어쩌면 우리의 이기심으로 인해 이러한 모습들을 사라지게 만드는 게 아닌가 싶기도 했습니다.

Paranomix, 2015
특히 바닥에 눌려있는 모습은 우리가 어딘가 기대어 있을 때 얼굴이 눌려있는 모습과도 비슷한데 이 느낌을 아주 잘 표현해 냈고, 또한 머리카락, 눈썹은 물론 피부의 잔주름, 코의 모공, 털까지 얼굴의 모든 것을 아주 세세하게 표현했습니다.
그리고 안쪽에 돌아오면 놓여 있는 일력의 탑 위에 시계가 놓여 있습니다.
독특한 것이라면 시계의 분과 시가 보이지 않는데요
우리가 무엇에 빠져 있으면 시간과 날짜를 잊어버리고 어느새 시간이 날짜가 세월이 이렇게 지나갔구나! 하고 느낄 때가 있습니다. 마치 바로 그런 때를 시각적으로 표현한 느낌이 듭니다.

All in, 2022
– L2
트로라마라는 비디오로도 많은 작품들을 보여주는데 화면에서는 수많은 작품들이 펼쳐집니다.
영상만 해도 10개가 넘어서 상당히 많은 편인데, 하나하나가 모두 볼만한 작품들이고 기존에 봤던 시각적인 이미지에서 볼 수 없었던 다양한 형태의 비디오 이미지들을 보여줍니다.
만약 시간이 되신다면 비디오 룸에서 어느 정도 시간을 가지고 영상을 보시길 추천합니다.
대체로 한편 당 3~5분 정도 주어집니다.
그중에서도 다양한 콜라주 이미지들이 지나갔던 영상이 기억에 남았는데요, 이 영상은 과거의 사진들을 재배치하여 그 위에 빗자루로 쓸어내리는 듯한 느낌을 받는데요, 인도네시아에서는 청소의 의미가 단순히 청소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영적인 악을 몰아내고 신성함을 초대하는 행위기도 합니다. 일종의 “정화”를 단순히 치운다는 의미보다는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기 위한 또 다른 행위로 보는 것이지요.
변화하는 시대를 맞이하기 위해서는 과거에 대한 기억을 정리하고 청소를 함으로서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다는 의미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 뒤에는 여러 개의 프린터가 놓여 있고 정기적으로 문구가 프린트된 종이가 프린트되어 랜덤하게 나옵니다.
마치 기계가 말을 거는 것 같기도 한데요, 마치 우리가 평소에 고민하는 것들, 생각하는 것들이지만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것들이 쏟아져 나오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프린팅된 종이 중 마음에 드는 문구가 있으면 가져가도 좋다고 하네요!

24 Hours Being Others, 2017
2층의 가장 넓은 공간에는 작품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있습니다.
벽이 정신없는 붉은색으로 가득한데요 피 같기도 하지만 일종의 젖소를 의미하는 이미지로 표현되었다고 합니다.
왠지 정육점의 붉은빛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자세히 보면 신라면 큰사발과 글자가 보이는 화면만 있는데요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생각하는 글자들이 새겨지면서 있는데 이는 구 트위터, 현 X의 해시태그의 트윗을 실시간으로 전송하여 화면과 스피커로 송출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신라면 큰사발 컵 안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스피커가 보이는데 이 안에서 알 수 없는 소리가 들립니다.
과연 우리는 매일 온라인에 “#”이라는 태그를 달면서 무엇을 말하고 싶은 것일까요?
그 문자들을 하나둘씩 확인해 보는 재미, 그리고 소리로 환산하면 어떤 느낌인지를 이 작품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작가들이 신라면을 채택한 이유는, 한국에서 전시한 만큼 한국에서 가장 대중적인 음식이자 강렬하게 다가온 맛을 표현하기도 했다고 하네요. 그만큼 온라인의 글자는 대중적이지만 때로는 자극적이게 느껴진다는 이야기일까요?

– L3
3층에는 좀 더 눈길을 사로잡는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종이를 마치 커튼처럼 걸어놓은 이 작품은 재미있게도 종이 하나하나가 바로 출근 기록 카드를 모아놓은 것입니다.
지금이야 앱으로 많이 출근 기록을 하지만 예전만 하더라도 출근 기록 카드를 직접 쓰거나 기계에 쓰고는 했는데요,

재미있는 것은 이 홀로그램 프린팅을 자세히 보면 모두 꽃문양이라는 것입니다.
다양한 꽃들의 무늬가 마치 새로운 꽃밭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는데요
디지털 시대에 우리는 어쩌면 일상에서 진짜 꽃을 보기보다는 프린팅된 사진의 꽃을 더 많이 보고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네요.

Dear oh dear oh dear me, 2025
그 너머에는 대형 미끄럼틀이 있는데 공기 주입이 되어있고, 그 주변에는 안전모가 거꾸로 매달리거나 놓여 있습니다.
그리고 안에는 스피커들이 이상하고 괴기한 소리들을 내고 있는데요 다소 추상적인 작품이기도 한데
놀이터에 안전모는 일종의 놀이와 일이 뒤섞인 상태를 말하기도 합니다.
현대 사회는 디지털 노마드로 일하시는 분들도 많은데요, 디지털 노마드라 함은 재미있고 자유로운 삶 같지만 어떻게 보면 일과 놀이가, 휴식이 뒤섞여 있는 상태이기도 합니다. 이를 정신없는 소리로 표현한 것 같기도 합니다.

Patgulipat, 2022
– B2
지하로 내려오면 넓은 공간 한가운데에 두 개의 작품이 놓여 있습니다.
가장 먼저 보이는 마치 아이들의 놀이터 같은 공간이 있는데요, 실제 매주 토요일 오후 2시가 되면 직원분들이 실제 공을 던지기도 합니다. 무려 이 퍼포먼스는 60부동안 진행되는데 “#pleasure”라는 글자에 진동하는 손목시계를 착용한 사람들이 시계가 반응하면 공을 던지는데요, 이는 수동적인 놀이를 표현하기도 합니다.
즐거움조차도 우리는 즐거움이라고 생각하지만 어떻게 보면 기계와 디지털에 의한 반응으로 인한 수동적 즐거움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Banting Tulang, 2024
마침 트로마라마의 공식 유튜브에 영상이 있어 가져와 봅니다.
그 옆에 <퍼플 칼라> 작품은 우리가 흔히 직업을 화이트칼라/블루칼라로 나누지만 실은 이 두 가지 직업을 분류하기보다는 서로 소통해야 함을 나타내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지식을 기반한 직업인 화이트칼라의 어떤 메시지가 곧 기술과 노동의 블루칼라라는 직업에서 실현되어야 결국 표현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이를 우리가 흔히 일상에서 볼 수 있는 멜로디언, 리코더 등을 매달아 두었고, 디지털화된 소리를 연주하게끔 하여 표현하였는데 마치 그냥 들으면 이상한 소리가 나지만 사실 이 음악은 아기 상어를 연주한 음악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여러 가지 음색을 뒤섞여 표현함으로써 이 귀여운 음악이 상당히 기계적으로 들리는 듯한데요, 문득 너무나도 디지털화된 지금의 삶이 퍽퍽하고 삭막하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따뜻한 음악조차 차갑게 들리는 것이지요.
문득 이를 어떤 식으로 조화롭게 만들고 인간적으로 만드는 것이 좋을지 고민하게 하는 작품이기도 했습니다.

Purple Collar, 2025
움직이는 시각적인 작품이 많기에 생동감 있는 현장은 유튜브에 담아보았으니
더 자세한 후기가 궁금하신 분은 아래 링크 참고 부탁드립니다.
직관적으로 보면 새로운 이미지들이나 형태가 많아서 즐겁긴 했지만 그 의미를 온전히 이해하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전시에 딱히 설명도 없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시간이 되신다면 도슨트를 신청해 들어보신다면 작품을 이해하시는데 좀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전시 기간 : 2025. 4. 2 – 2025. 5. 24
관람 시간 : 화~일 11:00am – 6:30pm (매주 일요일 휴관, 5/1일 휴무)
장소 : 송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