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준 팩토리 아카이브 《 로봇 드림 Robot Dream 》 –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전시
백남준 팩토리 아카이브
《 로봇 드림 Robot Dream 》
현재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는 2개의 전시가 열리고 있는데, 그중에서 상당히 좋았던 전시 중 하나인 백남준 팩토리 아카이브 전시를 소개해 보려고 합니다.
이번 전시는 프린트아트리서치센터 디렉터인 남천우가 2007년부터 신시내티에서 정리되지 않고 방치된 백남준 관련 자료를 다시 수집하였는데 이는 미국 유명 미술관에 팔릴 위기에 처한 백남준의 자료들을 한국에 영구적으로 보존하고 소장하기 위한 노력이 담긴 전시이기도 하다고 합니다. 그런 면에서 그 어떤 전시보다 이번 전시는 전시 자체로도 의미가 있는 전시가 아닌가 싶습니다.
이미 많은 백남준 전시들이 있었고, 많이들 보셨겠지만 이번 전시는 AI가 도래한 지금 이 시대에 기술과 인간의 상호작용과 예술적 아이디어를 그의 로봇에 대한 아카이브를 통해 어떻게 풀이했는지, 그리고 그가 생각한 미디어와 기술, 예술의 간극을 어떻게 승화시키고 해석했는지에 대해 알아가면서 지금 시대에 어떻게 적용하고 받아들여야 할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전시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그를 흔히 미디어 아트의 선구자로서만 보지만 그중에서도 TV로 만든 로봇은 인간과 기계의 관계를 탐구하는 중요한 실험이기도 했다고 합니다.
“미디어는 예술의 미래”라고 강조했지만 단순히 TV를 배치해 어떤 실험적인 영상을 보여주는 것을 넘어서 외적인 형태를 만드는 일은 하나의 인간을 인물을 사회를 탐구하며 반영하는 일이기도 했습니다.
1. 로봇 드림 : 백남준 팩토리 아카이브
백남준이 처음 만든 로봇은 <K-456>이라는 로봇입니다.
이 로봇을 만들게 된 계기는 인간과 기계의 경계를 허무는 실험이기도 했는데요, 엉성하지만 지금의 로봇처럼 자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었으며 재미있는 것은 일정한 시간마다 콩알을 배출해서 일종의 인간의 배설 행위를 표현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그러고는 나중에는 교통사고로 마무리했는데 당시 영화 <스타워즈>나 <로보캅> 시리즈는 일종의 우주전쟁 같은 거대한 내용을 다루는 반면 백남준은 기계와 인간의 공생관계에 초점을 맞추어 다루는 편이었기에 조금은 다른 시각으로 로봇을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맞은편에는 1994년 비엔나의 인터뷰의 영상과 함께 로봇에 사인하는 백남준의 영상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백남준이 직접 들어가 마치 사진이 그 안의 로봇인 양 표현하는 모습을 보니 백남준만의 위트가 고스란히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전시장에 들어오면 가장 두드러지게 보이는 것이 바로 마치 사람 형상을 한 것 같은 로봇 이미지들입니다.
이 로봇들은 각각 우리가 잘 아는 유명 인물들을 묘사한 것이기도 한데, 그 과정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인물에 대한 많은 탐구를 하고 그 형태나 비디오의 내용에도 해당 인물에 대한 많은 것들을 연구하여 담아낸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벤자민 프랭클린, 링컨


뉴턴

아인슈타인, 장영실

샬롯 무어만, 갈릴레오

레오나르도 다빈치
그중에서도 미디어의 형식이 인간의 사고와 사회를 변화시킬 것이라고 본 미디어 이론가인 마샬 맥루한(Marshall McLuhan)은 이렇게 로봇 형태뿐만 아니라 영상으로도 표현했습니다.

바로 존 레넌의 <Imagine>을 배경으로 한 영상을 로봇의 군상으로 표현한 것도 인상 깊었습니다.

그렇게 백남준은 로봇을 일종의 자기 자식과 가족을 비유해 만들기도 했는데, 이 또한 매우 재미있어서
당시 로봇이 뭔가 불안하고 위협적인 존재가 아닌 앞으로 우리에게 친근하게 다가올 동반자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 있어서는 기존의 티비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전통 가구 등을 인용해 만든 모습도 동시에 볼 수 있었는데요, 비록 백남준은 해외에서 활동했지만 창작의 뿌리는 한국에서 온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2. 백남준 팩토리 Paik Factory
그는 신시내티에 1989년부터 백남준 팩토리를 세워 약 10년간 여러 비디오와 로봇들을 제작했습니다.
당시 백남준뿐만 아니라 마크 팻츠볼(Mark Patsfall) 등 여러 창작자들과 같이 활동하였는데 당시 제작된 비디오 조각과 로봇만 하더라도 약 400여 점이나 된다고 합니다.
그 모든 작품들은 세계 여러 곳에서 전시가 이루어졌고 당시 걸려있던 포스터들이 전시되어 있는데요, 포스터마저 하나같이 백남준의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돋보였습니다. 그로 인해 백남준은 1993년 베니스 비엔날레 황금사자상 등 세계적 명성을 가장 많이 누린 시기이기도 합니다.




3. 백남준의 판화공방
특히 마크 팻츠폴은 백남준이 생각한 예술을 실질적으로 표현하게 해준 기술적인 협업자이기도 한데요, 동시에 판화를 했던 그는 백남준에게 판화를 찍어보라는 권유를 하게 되면서 그가 만든 로봇을 하나의 평면적 판화로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그가 만든 첫 판화인 <V-아이디어, 선험적>은 마크 팻츠폴과의 첫 협업으로 제작된 10점의 판화 모음집인데, 딱 보아도 우리에게 익숙한 TV 브라운관의 이미지와 메시지를 이미지로 볼 수 있습니다.
독특한 것은 드로잉과 사진이 혼재되어 있는 모습인데 생각보다 난도가 높았던 판화라고 합니다.

미디어가 빠르게 지나가는 이미지에 초점을 맞춘다면 판화의 작품은 생각과 글을 로봇의 이미지 안에 표현하고 있습니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과 서울시립미술관의 백남준 작품이 시대가 지남에 따라 미디어 매체가 변하고 전력에 의존해야 하는 TV 모니터의 기술의 한계점을 나타냈을 때 어쩌면 백남준의 작품은 영원히 보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싶었는데요, 때로는 기술보다는 아주 아날로그적인 관점에서 기록을 해놓고 남길 필요가 있다는 것을 판화 작품을 통해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만약 이 판화 작품이 없었다면 어느 날 사라질지도 모르는 콘텐츠를 오랜 시간이 지나 우리가 볼 수 있었을까 싶은 것을 보면 마크 팻츠폴의 제안은 참으로 고맙기도 하지 않나 싶습니다.


여러 가지의 사상을 하나의 인간로봇으로 구현하고 마치 그 로봇이 말을 하는 것을 메시지로 넣은 작품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주로 오래된 글귀, 사상가의 말들을 백남준만의 언어로 해석했는데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더 고차원적인 생각이 많았던 그의 머릿속을 들여다보는 느낌이 들기도 했습니다.
판화 작품들을 보며 미디어 매체의 예술이 평면으로 넘어오면 그 형태가 또 다른 예술을 만들기도 한다는 점에서 꼭 기술로 표현하는 것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을 잠시 하게끔 했습니다. 그보다는 좋은 메시지를 계속해서 볼 수 있도록 남기는 것도 중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생각보다 판화 작품들이 많다는 것을 이번 전시를 계기로 알게 되었는데, 그가 공동 제작한 판화 이미지들은 다양한 작가들도 함께 참여하며 <플럭스팩스>라는 판화 모음집으로 제작되기도 했습니다.

4. 마크 팻츠폴과 백남준 : 창조적 협업의 역사
어쩌면 마크 팻츠폴이란 좋은 기술 협업자가 없었다면, 여러 예술가와 함께한 콜라보가 없었다면 그가 이렇게 다양하고 새로운 작품들을 계속해서 만들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만큼 협업은 크리에이터에게 아주 중요한 자극제이자 윤활유가 되기도 하며 더 크게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나 싶습니다.
마크 팻츠폴 덕분에 지금 우리가 타국에 전시될 뻔한 아카이브들을 국내에서 볼 수 있게 된 것을 보면 협업이란 단순히 서로가 윈윈하는 관계가 아닌 공생하고 미래를 같이 바라보는 관계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덕분에 그는 기술적 손길이 필요한 오브제에서도 자신만의 생각을 잘 표현한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요
이순신의 거북선을 로봇으로 표현할 수 있었던 것 역시 주변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또한 <NJP@1800 RPM>은 전자 기술과 속도의 개념을 실크스크린과 동양의 천문학, 철학적 개념이 담긴 이미지를 이렇게 오브제인 디스크로 표현한 것은 반드시 미디어 콘텐츠를 고집하지 않았기에 우리가 두 눈으로 실감 나게 볼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오히려 오브제로 표현했기에 그 의미가 더욱 직관적으로 다가오기도 했습니다.

때로는 백남준의 위성방송의 3부작의 핵심 메시지를 비디오테이프 자체로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예술가는, 특히 미디어 아트를 하는 경우는 한 가지의 매체에 국한되고 매몰되는 경우가 많은데 창작물의 표현은 다양할수록 오히려 그 의미를 정확하게 표현하고 확장성을 넓힐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1997년 뮌스터 조각 프로젝트(Skulpture Projekte Munster)인 <20세기를 위한 32대의 자동차 : 모차르트의 진혼곡을 조용히 연주하라>라는 작품은 전시장에는 모형으로 나와있기는 하지만 실제로는 대형 설치작품으로,
1920년대~50년대 빈티지 자동차 32대에 폐기된 TV, 모차르트 진혼곡을 틀은 CD 플레이어까지 무작위로 배치한 작품입니다.


4. 알이 자란다 Egg Grows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라는 질문을 표현한 <알이 자란다>라는 작품은 상당히 당황스러운 작품이라고 표현한 마크 팻츠폴은 일종의 언어유희를 표현한 작품이기도 합니다.
알이 점점 커지는 모습을 보면 과연 진화론적인 관점에서 우리가 태어나고 자란다는 것은 어쩌면 탄생부터라고 생각하는 일반적인 시각에서 좀 더 깊이 들어가면 윤회 사상으로 돌아오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당시에는 서양에 매우 낯선 이 생각들을 설득하기 위해 나름 새로운 이미지와 형태로 표현한다는 점이 놀랍기도 했는데, 문득 창조라는 자체가 완전한 무를 창조하는 것이 아닌 유에서 유를 창조하는 과정이라 생각하면 조금은 비슷한 면이 없지 않아 있는데 예술 역시 그러한 과정의 반복이 아닌가 싶습니다.


중간에 영상들은 유튜브에 일부 담아보았으니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 링크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언제나 그렇듯 백남준의 작품을 보면 화려하고 신기하기만 한 표면적 형태에 중점을 두지만 그 안을 아주 자세히 들여다보면 시대를 넘어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큽니다.
특히 과학과 미디어, 통신의 기술이 발전할수록 그가 작업했던 모든 것에는 발전하는 사회에서 우리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들과 이를 어떻게 이용하고 인간과 상호작용하는 방향으로 어떻게 적용해야 할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최근 모든 분야에서 AI가 대두되고 있는 지금 현시점에서도 이를 잘 이용하여 어떤 방식으로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갈지, 그 안에서 우리가 가져야 할 인간적인 모습들의 상관관계를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무료 전시이지만 그 어떤 전시보다 유익한 전시인 만큼 광화문에 가시면 꼭 보시길 강력 추천합니다.
전시 기간 : 2025. 3. 5 – 2025. 4. 27
관람 시간 : 화~일 11:00am – 7:00pm
(매주 월요일 휴무)
위치 :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2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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