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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종현 개인전 Ha Chong-Hyun – 국제갤러리 전시 후기

Ha Chong-Hyun

하종현

현재 북촌에서는 단색화의 거장인 하종현 화백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습니다.

벌써 90세가 넘으신 하종현 화백은 국내 현대미술의 대표적인 화가이기도 한데요

이번에 국제갤러리에서 몇 작품이 전시된다고 하여 근처 간 김에 같이 둘러보았습니다.

하종현 작가의 대표적인 작품이라고 하면 <접합> 시리즈가 아주 대표적입니다.

가장 먼저 보이는 1층의 전시실에는 나뭇조각 사이에 여러 가지 색의 물감을 넣고 누름으로써 자연스럽게 배어 나오는 그가 개발한 배압법 기법을 볼 수 있습니다.

배경색은 그가 캔버스 대신 사용하는 주 재료인 마대자루의 짙은 황토색뿐만 아니라 다양한 배경색을 더한 작품들도 볼 수 있는데요, 배경에 따라 그리고 스며들어있는 물감의 색에 따라 매우 다른 느낌과 분위기를 만듭니다.

이를 단순히 사이에 물감을 넣어서 배합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때로는 사선으로 번지는 것과 같은 형태로 표현하여 다양한 율동성을 동시에 보여주기도 합니다.

형태 역시 세로 가로 등 다양하게 배치한 것을 볼 수 있는데요

언뜻 보면 비슷하게 보이지만 물감의 흐름과 베어져 나오는 형태에 따라 다양한 리듬을 볼 수 있습니다.

삶의 리듬이라는 것은 어쩌면 많은 것들이 부딪치며 이루어진 결과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이러한 하종현의 <접합>시리즈를 보면 틀린 것이 아닌 세상의 다른 것들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합니다.

안쪽 전시실에는 붓 터치가 강조된 작품들이 주로 전시되어 있습니다.

남자의 모습은 론 뮤익 자기 자신의 자화상이기도 한특히 그의 작품에서 대표적인 기법 중 하나가 또 다른 접합의 신작인 <Conjunction 24-52>인데요,

이 시리즈들은 특히 마포 뒷면에서 물감을 밀어내 마치 앞에서 보면 기포가 올라오는 것 같은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효과는 자연스러운 그라데이션으로 표현하여 마치 마포의 거치고 어두운 느낌을 다시 생기있게 살아나게 하는 느낌도 주며 어떤 때는 물이 물감이 흘러내리는듯한 느낌을 주기도 하면서 다양한 형태를 만들어 냅니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또 다른 느낌의 하종현 화백의 작품들을 만나보실 수 있는데요

<Conjunction 23-74>에서는 좀 더 자유분방한 붓 터치를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마냥 생각 없이 그린 그림이 아닌 상당히 계산 된 것 같은 느낌을 줍니다.

때로는 일자로 그냥 그대로 내려 긋는 기법이라든지, 차곡차곡 쌓아 올린 붓 터치 자체에 그라데이션을 이용해 좀 더 다양한 색의 이미지를 표현합니다.

특히 이 작품의 표정을 보면 인간으로서의 고된 삶을 느낄 수 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강렬한 눈빛이 그녀만의 강인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합니다.

보통 화이트로 그린다고 하면 순수한 어떤 형태의 퓨어 화이트를 떠올리지만 마포 위에 그려진 화이트는 어딘가 빈티지하면서도 한국 고유의 흰색을 연상케 합니다.

이번 전시 포스터의 대표적인 작품 중 하나이기도 한 이 작품은 론 뮤익 작품 중에서도 매우 대형 작품에 속합니다.옆 한옥 안 전시실에서도 하종현 작가의 전시는 계속 이어집니다.

이곳에서는 작가의 좀 더 다양한 색채의 작품들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보통 우리가 인식하는 크기에서 오히려 부풀려 표현함으로써 관객들에게 좀 더 크게 다가오게 하기 위함인데요

론 뮤익은 이렇게 보통의 것들을 실제보다 축소하거나 크게 키우기도 하는데 크기 차이 하나로 사소한 것들을 다르게 생각하게 한다는 점을 이번 전시에서 또 한 번 느끼게 되었습니다.

특히 그중에서도 핑크와 레드의 색을 단색으로 표현하면서도 그만의 또 다른 느낌의 색으로 표현하여 기존 생각했던 색의 느낌을 조금 더 다르게 볼 수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핑크라고 하면 마냥 서양적이고 여성스러운 색일 것 같지만 작가의 작품은 어딘지 모르게 고전미가 흐르고 전통적인 색으로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더불어 밝지만 차분한 느낌이 들기도 했습니다.

​​

아직 하종현의 작품을 접해보지 못하신 분들은 현재 국제갤러리에서 많지는 않지만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어 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아트선재센터에서도 《 하종현 5975 》 전시가 열리고 있기도 한데요, 그의 초기작부터 좀 더 다양한 작품을 관람하시고 싶으신 분들께서는 아트선재센터에 방문해 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전시 기간 : 2025. 3. 20 – 2025. 5. 11

관람 시간 : 화~일 10:00am – 6:00pm (매주 월요일 휴관)

장소 : 국제갤러리 K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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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omarama 트로마라마 《 Ping Inside Noisy Giraffe 》 – 송은 전시

Tromarama

《 Ping Inside Noisy Giraffe 》

현재 송은에서 조금은 독특한 전시가 있어 방문해 보았습니다.

바로 트로마라마(Tromarama)라는 아티스트 프로젝트가 열리고 있는데요,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시각과 크리에이티브를 경험하고 싶으신 분들에게 추천할 만한 전시라 소개해 봅니다.

이번 송은 전시는 《 Ping Inside Noisy Giraffe 》이라는 제목으로 열리고 있는데, 핑(Ping)이란 것은 예전 베스트셀러인 책에서도 알 수 있었듯이 다시 돌아오는 것들을 말하는데요, 작품을 보다 보면 소리가 전파되어 이미지를 만든다든지 혹은 작품이 주는 메시지에 있어서도 어떤 주파수같이 의미를 다시 부여해 튕겨 관람자들에게 전달하게끔 하는 느끼는 작품들이 많습니다.

아마도 수많은 디지털이 발전하면서 인간과 디지털 사이의 관계가 바로 이런 Ping의 느낌이 아닐까 싶은데요

대부분 작품들은 수중 탐사에 쓰이는 음파 기술을 이용한 펄스-에코(Pulse-eco) 방식으로 컴퓨터 장치로 메시지를 전송하는 방법으로 작품 안에 메시지나 이미지를 녹여냅니다.

그래서인지 지금까지 봐왔던 작품과는 또 다른 신선한 세계로 들어온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트로마라마 Tromarama

트로마라마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활동 중인 아티스트 페비 베이비로즈(Febie Babyrose), 허버트 한스(Herbert Hans), 와 바레인 마나마의 루디 하투메나(Ruddy Hatumena) 3인으로 구성되어 있는 컬렉티브 그룹입니다.

이들은 반둥 공과대학 재학 시절 인도네시아 록밴드의 세링가이(Seringai) 뮤직비디오를 제작, 협업하면서 이루어진 프로젝트 그룹이기도 한데요, 사운드와 미디어, 비디오, 설치를 이용한 실험적인 작품들을 보여줍니다.

이 안에서는 현재 우리가 생활에서 느끼고 생각해 볼 만한 것들에 대한 것들을 쉽게 접할 수 있는 사물과 소리, 비주얼로 표현하여 사회와 인간의 상호작용, 자연과 미래에 대한 고찰을 하게끔 하는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 L1

가장 먼저 보이는 파노라믹스(Paranomix) 역시 작품 중 하나인데요, 이 작품은 2015년 홍콩에서도 전시된 작품이기도 합니다.

그냥 보면 언뜻 평범한 풀을 보여주는 듯하지만 바람에 흩날리다 갑자기 화면이 사라지게 되는데 한낮 자연도 이렇게 한순간 업성질 수 있다고 생각을 하면 과연 존재하는 것들이 모두 유한하다는 그리고 꼭 반드시 생명이 끝나야 사라진다는 법은 없을지도 모릅니다. 그중의 하나 자연이 어쩌면 우리의 이기심으로 인해 이러한 모습들을 사라지게 만드는 게 아닌가 싶기도 했습니다.

Paranomix, 2015

특히 바닥에 눌려있는 모습은 우리가 어딘가 기대어 있을 때 얼굴이 눌려있는 모습과도 비슷한데 이 느낌을 아주 잘 표현해 냈고, 또한 머리카락, 눈썹은 물론 피부의 잔주름, 코의 모공, 털까지 얼굴의 모든 것을 아주 세세하게 표현했습니다.

그리고 안쪽에 돌아오면 놓여 있는 일력의 탑 위에 시계가 놓여 있습니다.

독특한 것이라면 시계의 분과 시가 보이지 않는데요

우리가 무엇에 빠져 있으면 시간과 날짜를 잊어버리고 어느새 시간이 날짜가 세월이 이렇게 지나갔구나! 하고 느낄 때가 있습니다. 마치 바로 그런 때를 시각적으로 표현한 느낌이 듭니다.

All in, 2022

– L2

트로라마라는 비디오로도 많은 작품들을 보여주는데 화면에서는 수많은 작품들이 펼쳐집니다.

영상만 해도 10개가 넘어서 상당히 많은 편인데, 하나하나가 모두 볼만한 작품들이고 기존에 봤던 시각적인 이미지에서 볼 수 없었던 다양한 형태의 비디오 이미지들을 보여줍니다.

만약 시간이 되신다면 비디오 룸에서 어느 정도 시간을 가지고 영상을 보시길 추천합니다.

대체로 한편 당 3~5분 정도 주어집니다.

그중에서도 다양한 콜라주 이미지들이 지나갔던 영상이 기억에 남았는데요, 이 영상은 과거의 사진들을 재배치하여 그 위에 빗자루로 쓸어내리는 듯한 느낌을 받는데요, 인도네시아에서는 청소의 의미가 단순히 청소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영적인 악을 몰아내고 신성함을 초대하는 행위기도 합니다. 일종의 “정화”를 단순히 치운다는 의미보다는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기 위한 또 다른 행위로 보는 것이지요.

변화하는 시대를 맞이하기 위해서는 과거에 대한 기억을 정리하고 청소를 함으로서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다는 의미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 뒤에는 여러 개의 프린터가 놓여 있고 정기적으로 문구가 프린트된 종이가 프린트되어 랜덤하게 나옵니다.

마치 기계가 말을 거는 것 같기도 한데요, 마치 우리가 평소에 고민하는 것들, 생각하는 것들이지만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것들이 쏟아져 나오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프린팅된 종이 중 마음에 드는 문구가 있으면 가져가도 좋다고 하네요!

24 Hours Being Others, 2017

2층의 가장 넓은 공간에는 작품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있습니다.

벽이 정신없는 붉은색으로 가득한데요 피 같기도 하지만 일종의 젖소를 의미하는 이미지로 표현되었다고 합니다.

왠지 정육점의 붉은빛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자세히 보면 신라면 큰사발과 글자가 보이는 화면만 있는데요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생각하는 글자들이 새겨지면서 있는데 이는 구 트위터, 현 X의 해시태그의 트윗을 실시간으로 전송하여 화면과 스피커로 송출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신라면 큰사발 컵 안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스피커가 보이는데 이 안에서 알 수 없는 소리가 들립니다.

과연 우리는 매일 온라인에 “#”이라는 태그를 달면서 무엇을 말하고 싶은 것일까요?

그 문자들을 하나둘씩 확인해 보는 재미, 그리고 소리로 환산하면 어떤 느낌인지를 이 작품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작가들이 신라면을 채택한 이유는, 한국에서 전시한 만큼 한국에서 가장 대중적인 음식이자 강렬하게 다가온 맛을 표현하기도 했다고 하네요. 그만큼 온라인의 글자는 대중적이지만 때로는 자극적이게 느껴진다는 이야기일까요?

​​

– L3

3층에는 좀 더 눈길을 사로잡는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종이를 마치 커튼처럼 걸어놓은 이 작품은 재미있게도 종이 하나하나가 바로 출근 기록 카드를 모아놓은 것입니다.

지금이야 앱으로 많이 출근 기록을 하지만 예전만 하더라도 출근 기록 카드를 직접 쓰거나 기계에 쓰고는 했는데요,

재미있는 것은 이 홀로그램 프린팅을 자세히 보면 모두 꽃문양이라는 것입니다.

다양한 꽃들의 무늬가 마치 새로운 꽃밭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는데요

디지털 시대에 우리는 어쩌면 일상에서 진짜 꽃을 보기보다는 프린팅된 사진의 꽃을 더 많이 보고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네요.

Dear oh dear oh dear me, 2025

그 너머에는 대형 미끄럼틀이 있는데 공기 주입이 되어있고, 그 주변에는 안전모가 거꾸로 매달리거나 놓여 있습니다.

그리고 안에는 스피커들이 이상하고 괴기한 소리들을 내고 있는데요 다소 추상적인 작품이기도 한데

놀이터에 안전모는 일종의 놀이와 일이 뒤섞인 상태를 말하기도 합니다.

현대 사회는 디지털 노마드로 일하시는 분들도 많은데요, 디지털 노마드라 함은 재미있고 자유로운 삶 같지만 어떻게 보면 일과 놀이가, 휴식이 뒤섞여 있는 상태이기도 합니다. 이를 정신없는 소리로 표현한 것 같기도 합니다.

Patgulipat, 2022

– B2

지하로 내려오면 넓은 공간 한가운데에 두 개의 작품이 놓여 있습니다.

가장 먼저 보이는 마치 아이들의 놀이터 같은 공간이 있는데요, 실제 매주 토요일 오후 2시가 되면 직원분들이 실제 공을 던지기도 합니다. 무려 이 퍼포먼스는 60부동안 진행되는데 “#pleasure”라는 글자에 진동하는 손목시계를 착용한 사람들이 시계가 반응하면 공을 던지는데요, 이는 수동적인 놀이를 표현하기도 합니다.

즐거움조차도 우리는 즐거움이라고 생각하지만 어떻게 보면 기계와 디지털에 의한 반응으로 인한 수동적 즐거움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Banting Tulang, 2024

마침 트로마라마의 공식 유튜브에 영상이 있어 가져와 봅니다.

그 옆에 <퍼플 칼라> 작품은 우리가 흔히 직업을 화이트칼라/블루칼라로 나누지만 실은 이 두 가지 직업을 분류하기보다는 서로 소통해야 함을 나타내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지식을 기반한 직업인 화이트칼라의 어떤 메시지가 곧 기술과 노동의 블루칼라라는 직업에서 실현되어야 결국 표현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이를 우리가 흔히 일상에서 볼 수 있는 멜로디언, 리코더 등을 매달아 두었고, 디지털화된 소리를 연주하게끔 하여 표현하였는데 마치 그냥 들으면 이상한 소리가 나지만 사실 이 음악은 아기 상어를 연주한 음악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여러 가지 음색을 뒤섞여 표현함으로써 이 귀여운 음악이 상당히 기계적으로 들리는 듯한데요, 문득 너무나도 디지털화된 지금의 삶이 퍽퍽하고 삭막하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따뜻한 음악조차 차갑게 들리는 것이지요.

문득 이를 어떤 식으로 조화롭게 만들고 인간적으로 만드는 것이 좋을지 고민하게 하는 작품이기도 했습니다.

Purple Collar, 2025

움직이는 시각적인 작품이 많기에 생동감 있는 현장은 유튜브에 담아보았으니

더 자세한 후기가 궁금하신 분은 아래 링크 참고 부탁드립니다.

직관적으로 보면 새로운 이미지들이나 형태가 많아서 즐겁긴 했지만 그 의미를 온전히 이해하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전시에 딱히 설명도 없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시간이 되신다면 도슨트를 신청해 들어보신다면 작품을 이해하시는데 좀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전시 기간 : 2025. 4. 2 – 2025. 5. 24

관람 시간 : 화~일 11:00am – 6:30pm (매주 일요일 휴관, 5/1일 휴무)

장소 : 송은

Tromarama 트로마라마 《 Ping Inside Noisy Giraffe 》 – 송은 전시 더 읽기"

Ron Mueck 론 뮤익 – MMCA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전시

Ron Mueck

론 뮤익

처음 론 뮤익 전시를, 그것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드디어 보는구나 싶을 만큼 쾌재를 지으신 분이 많으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만큼 올 한 해 가장 큰 기대작이기도 한, 이미 오픈 전부터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던 론 뮤익 전실 오픈 첫날 방문하여 관람했습니다.

역시 예상대로 사람도 많았지만 작품 하나하나 볼 것 많았던 전시기에 전시 이야기를 공유해 봅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이 공간이 넓은편이어서 웬만하면 내부가 북적이지 않는데 오늘 하루만큼은 정말 사람이 많았습니다. 아마 당분간 주말에는 사람이 많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론 뮤익 Ron Mueck

론 뮤익은 호주 멜버른에서 태어났지만 독일인 부모가 작게 장난감 제조업을 하시면서 자연스럽게 인형과 다양한 생물 모형을 만들고 접했습니다. 훗날 쇼윈도 디자이너로서 일하다가 어린이 영화, TV 프로그램용 모형을 제작하면서 사실적인 표현을 자연스럽게 하기 시작했고 이 과정들이 모여 지금의 극 사실주의 표현인 하이퍼리얼리즘(Hyperrealism) 작품들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그의 작품을 보면 와~ 신기하다! 너무 리얼한데?라는 단순한 표현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실제 생활 속에서 느끼는 기억과 생각, 경험과 감정을 아주 세밀하게 표현한다는 점에서 조각의 새로운 개념을 형성하게 된 작품이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습니다.

실제 작품들을 보면 크기도 크기이지만 그 디테일에 감탄하게 되는데요, 30년에 걸쳐 작업한 작품이 겨우 48점밖에 되지 않은 것을 생각해 보면 한 작품을 위해 얼마나 많은 것들을 고민하고 표현하고 다듬는지 알 수 있습니다.

이번 전시에서 역시 마지막에 그가 작업한 과정들을 여러 사진들로 묶어서 보여주기도 합니다.

그럼 이번 전시에 전시된 작품들을 정리해 봅니다.

마스크 Ⅱ, 2002

제5전시실은 전체적으로 하얀 공간 가운데에 작품들이 덩그러니 전시되어 있었고, 그중 가장 먼저 보이는 작품이 바로 마스크 작품이었습니다.

아마 언론에서도 뿌린 자료에서도 많이 보셨을 건데요, 실제로 보면 크기가 더 크고 매우 세세한 디테일을 가장 두드러지게 잘 표현한 작품입니다.

남자의 모습은 론 뮤익 자기 자신의 자화상이기도 한데요,

특히 바닥에 눌려있는 모습은 우리가 어딘가 기대어 있을 때 얼굴이 눌려있는 모습과도 비슷한데 이 느낌을 아주 잘 표현해 냈고, 또한 머리카락, 눈썹은 물론 피부의 잔주름, 코의 모공, 털까지 얼굴의 모든 것을 아주 세세하게 표현했습니다.

앞에서 보면 마치 통으로 된 하나의 거대한 머리 같지만 뒤에서 보면 텅 비어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제목 그대로 대형 마스크인 것인데 결국 겉으로 보이는 것만 판단할 때 꽉 차있는 것이 실은 껍데기 일 수도 있다는 것을 상징하기도 합니다.

나뭇가지를 든 여인, 2009

보통 작가들이 작품에서 여성을 표현할 때면 여리여리하고 매우 사랑스럽고 젊고 아름다운 모습을 혹은 섹슈얼리티를 표현하곤 하지만, 이 작품에서는 완전히 그 반대로 억척스럽고 강인한 삶의 무게를 견디는 마르지 않은 퉁퉁한 여성의 모습을 표현했습니다.

거대하고 거친 나뭇가지를 들고 있는 모습을 보니 어떻게 보면 오히려 삶의 고난을 애써 짊어지고 있는 모습이 같은 여성으로서 안타까워 보였습니다. 바싹 마른 나뭇가지는 여성의 몸을 분명 할퀴고 상처를 낼 텐데 말이지요.

특히 이 작품의 표정을 보면 인간으로서의 고된 삶을 느낄 수 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강렬한 눈빛이 그녀만의 강인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합니다.

침대에서, 2005

이번 전시 포스터의 대표적인 작품 중 하나이기도 한 이 작품은 론 뮤익 작품 중에서도 매우 대형 작품에 속합니다.

보통 우리가 인식하는 크기에서 오히려 부풀려 표현함으로써 관객들에게 좀 더 크게 다가오게 하기 위함인데요

론 뮤익은 이렇게 보통의 것들을 실제보다 축소하거나 크게 키우기도 하는데 크기 차이 하나로 사소한 것들을 다르게 생각하게 한다는 점을 이번 전시에서 또 한 번 느끼게 되었습니다.

​사실 여성의 모습은 사방에서 돌아보아도 어디 하나 눈을 마주칠 수 있는 곳이 없습니다.

멍하니 어딘가 바라볼 뿐인 시선이 계속해서 몰입과 집중을 만들게 하기도 합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궁금해지는 것이지요.

또 재밌는 것은 가운데 정면에서 보면 얼굴이 표정이 보이지 않는데 마치 어떤 상황에서도 피하고 싶은, 그저 쉬고 싶은 시선 회피를 주는 느낌도 듭니다.

​​

치킨 / 맨, 2019

맞은편에 있는 작품은 팬티만 입은 할아버지와 닭이 대치하는 상황을 묘사했는데요

둘 사이에 묘한 긴장감이 흐르는데 뭣만 했다 하면 시비 걸고 버럭 대는 못마땅한 할아버지가 닭에게까지 뭐라 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정작 닭 입장에서 반대로 보면 이 할아버지 왜 이러나 하는 느낌인데요

마치 우리 일상 속에서 생각보다 자주 마주치는 순간들을 닭이라는 아주 자주 볼 수 있지만 날카로운 동물로 표현한 것 아닌가 싶습니다.

초기 작품

그 뒤에는 론 뮤익의 초기 작품들도 여럿 볼 수 있었는데

앞선 작품들보다는 아주 거대한 작품들은 아니지만 그가 작품으로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어떤 스토리를 전개하면서 이 작품들을 표현하는지 좀 더 깊게 알 수 있습니다.

<유령>은 사춘기 소녀의 불안함을 현실의 사이즈보다 의도적으로 크게 표현했습니다.

힘은 없고 연약한데 갑작스러운 변화에 두렵고 불안한 모습, 자꾸만 기대고 싶은 모습을 표현한듯 싶습니다.

유령, 1998, 2014

역시 어린 십 대로 보이는 남녀가 막 사랑에 눈 떴을 때의 조심스러움을 표현한듯한 모습입니다.

하지만 남자의 입장에서 볼 때와 여자의 입장에서 볼 때의 느낌이 다르게 느껴지는데

남자는 서두르고 싶으나 여자는 매우 극도로 조심스러운 느낌이 듭니다.

젊은 연인, 2013

함께하는 관계에서 서로 다른 심리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작품이 바로 <쇼핑하는 여인>이기도 한데요,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육아 중인 엄마와 아이가 장바구니를 양손에 들고 가는 모습은 사실 큰 임팩트를 강하게 남기기도 했습니다.

엄마는 보면 어딘가 넋이 나가 지친 표정이 역력하지만

아이는 오히려 엄마가 세상의 전부인 것처럼 바라봅니다.

하지만 두 손을 든 장바구니와 아이는 엄마에게는 고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이기도 하지요.

쇼핑하는 여인

매스, 2016-2017

그리고 가장 놀라움을 주는 작품 중 하나가 바로 <매스> 입니다.

보는 사람마다 다들 감탄을 자아내곤 했는데요, 이 작품은 론 뮤익의 작품 활동에 있어서도 크게 전환점이 되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해골은 죽음을 상징하지만 동시에 우리의 머리는 두개골로 되어있는 것을 보면 일종의 삶과 죽음을 동시에 표현하는 매개체로 쓰이기도 합니다.

론 뮤익 역시 이 작품을 메멘토 모리(죽음을 기억하라)는 의미로 표현하였는데요,

매스(Mass)는 “다량의”라는 뜻이기도 한데 이렇게 많은 죽음들을 하나의 거대한 탑으로 거대한 형체로 경험함으로써 우리도 언젠가는 죽게 될 것이며 그 죽음을 기억하며 지금 현재에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주는 듯한 느낌도 듭니다.

배에 탄 남자, 2002

2013년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에서 처음 공개되었던 이 작품은 거대한 배에 남자가 유심히 째려보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습니다. 그것도 벌거벗은 채로 말이지요.

이상하게도 이 작품을 보는 순간 가진 것은 없으면서 남을 의심하고 판단하는 인간의 속성을 보는 듯한 느낌도 들었는데요, 거대한 배에는 크기에 비해 아무것도 없고 심지어는 남자도 배 안에 있으니 너무나 작아 보입니다.

특히 뒷모습을 보면 좀 더 공허하게 느껴지는데 오히려 너무 아무것도 없어서 외로워 보이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작품을 보고 있는 관객들은 공간 안에 가장 많이 몰려있기도 했습니다.

과연 우리는 어떤 배에 타고 항해를 하고 있는 것일까요?

과연 항해는 하고 있는 것일까요?

아무것도 준비된 것 없으면서 하고 있는 것도 없으면서 멀리 떠나기만을 바라는 것은 아닐까요?

어두운 장소, 2018

이 작품은 어두운 공간 안에 론 뮤익의 커다란 자화상 조각이 보이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서 사진만 찍고 지나야 할 정도라 아쉬움이 많았습니다.

이 작품의 진가는 오랫동안 보고 내가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무엇을 생각하는지 그와 직접적인 대화를 하는 느낌으로 감상해야 하는 작품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좀 더 실감난 작품을 궁금해 하시는 분들을 위해 유튜브 영상도 같이 올려봅니다.

화제성이 있어서 그런지 확실히 첫날부터 사람들이 많았는데요,

작품 하나하나가 신기하고 직관적인데 그 안에 들어있는 뜻은 우리가 한 번쯤은 공감해 봤을만한 이야기이기도 하고 잘 풀어낸 작품들이기도 해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당분간은 주말에 사람이 다소 많을듯하니 참고하셔서 관람하시기 바랍니다.

전시 기간 : 2025. 4. 11 – 2025. 7. 13

관람 시간 : 월, 화, 목, 금, 일 10:00am – 6:00pm / 수, 토 10:00am – 9:00pm

장소 :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5, 6 전시실

Ron Mueck 론 뮤익 – MMCA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전시 더 읽기"

경주 오아르 미술관 개관전 – 유현준 교수 건축과 함께 하는 전시 추천

오아르 미술관

Oar Museum

최근 오픈한 화제의 미술관이 하나 있는데요, 바로 경주에 있는 이름도 특이한 오아르 미술관입니다.

현재 이 미술관이 화제인 이유는 무엇보다 유현준 교수가 건축한 건물 때문이기도 한데요,

우리가 미술관을 방문하는 목적이 때로는 공간에 대한 호기심으로 방문하게 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이번 새로 오픈한 오아르 미술관도 주목하게 되지 않나 싶습니다. 그만큼 건축과 미술관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기도 합니다.

​특징이라면 문화적 사회적 뿐만 아니라 역사를 고려해서 실용적이면서도 지역적인 감성을 살린 공간으로 설계하는 편이라 이번 건축물도 기대하지 않을 수 없지 않나 싶습니다.

오아르 미술관은 경주 출신의 컬렉터인 김문호 관장이 지난 20여 년간 수집한 600여 점의 소장품을 바탕으로 설립되었습니다. 이를 시민과 공유하고 신진 작가를 발굴하고자 한다고 하는데요, 독특한 점이라면 이렇게 미술관 앞에 경주의 상징인 고분을 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우리 문화유산이 탄생한 경주에 이런 좋은 미술관이 건립된 것이 기쁘기도 합니다.

1F – 오아르 컬렉션전

2025.04.08 ~ 2025.04.23

1층에는 주로 김문호 관장이 지난 20여 년간 미국, 유럽, 일본 등 해외에서 수집한 팝아트와 스트리트 아트 작품 10여 점을 선별하여 전시하고 있습니다.

해당 작품의 작가로는 주로 하나이 유스케, 박가희, Mr. Doodle 이 있으니 해당 작가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이곳에서 작품을 보시는 것도 좋을듯 싶습니다.

2F – 에가미 에츠 Egami Etsu 《 지구의 울림 Echoes of the Earth 》

2025.04.08 ~ 2025.09.21

이번 개관전의 특별전으로는 일본 작가인 에가미 에츠의 색선화 신작 17점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2020~2021년 포브스에 선정된 젊은 작가일 만큼 주목받고 있는 작가로 이번 전시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유명 팝스타인 마이클 잭슨, 비틀스, 그리고 현재 K-POP 아티스트 들까지 자신만의 추상적인 화법으로 표현한 작품들을 보실 수 있습니다.

@ 리빙센스

B1F – 문경원 & 전준호 《 팬텀 가든 Phantom Garden 》

2025.04.08 ~ 2026.03.31

1이번 개관전의 특별전으로는 일본 작가인 에가미 에츠의 색선화 신작 17점을 선보이고 있습니다.지하에는 국내 미디어 아트 듀오로 활동하고 있는 문경원 & 전준호 작가의 지구의 몰입형 미디어 아트 작품인 팬텀 가든을 선보이고 있습니다.1이번 개관전의 특별전으로는 일본 작가인 에가미 에츠의 색선화 신작 17점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주로 지구의 기후 변화와 미세 생명체의 움직임을 모티브로 한 작품을 선보이고 있는데요, 미지의 세계에서 펼쳐지는 기후의 이야기를 미디어로 표현한 작품들을 볼 수 있다고 하니 새로운 공간에서 기존의 시각을 탈피한 새로운 감각을 체험하고 경험할 수 있게 하였습니다.

@ 코리아나

요즘 한창 벚꽃이 만개한 시즌입니다.

벚꽃 하면 경주이기도 한데요, 이번 기회에 벚꽃과 함께 경주에서 아름다운 공간과 함께 좋은 전시를 보러 가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참고로 전시 일정이 다르니 관심있는 전시가 있으시다면 이를 참고하셔서 방문하시기 바랍니다.

​* 해당 포스트의 모든 전시장 촬영 사진은 오아르 미술관 홈페이지에서 가져왔음을 알려드립니다.

Official Homepage : https://oar-museum.com/

관람 시간 : 수~월 11:00am – 8:00pm

(입장마감 7:30pm, 매주 화요일 휴무)

관람료 : 성인 8,000원 / 소인 5,000원 / 영유아 무료

65세 이상, 현역 군인 3,000원

경주시민 성인 2,000원 / 소인 1,000원

장애인 복지카드, 경로우대증 소지자 본인 3,000원

경주 오아르 미술관 개관전 – 유현준 교수 건축과 함께 하는 전시 추천 더 읽기"

백남준 팩토리 아카이브 《 로봇 드림 Robot Dream 》 –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전시

《 로봇 드림 Robot Dream 》

백남준 팩토리 아카이브

현재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는 2개의 전시가 열리고 있는데, 그중에서 상당히 좋았던 전시 중 하나인 백남준 팩토리 아카이브 전시를 소개해 보려고 합니다.

이번 전시는 프린트아트리서치센터 디렉터인 남천우가 2007년부터 신시내티에서 정리되지 않고 방치된 백남준 관련 자료를 다시 수집하였는데 이는 미국 유명 미술관에 팔릴 위기에 처한 백남준의 자료들을 한국에 영구적으로 보존하고 소장하기 위한 노력이 담긴 전시이기도 하다고 합니다. 그런 면에서 그 어떤 전시보다 이번 전시는 전시 자체로도 의미가 있는 전시가 아닌가 싶습니다.

이미 많은 백남준 전시들이 있었고, 많이들 보셨겠지만 이번 전시는 AI가 도래한 지금 이 시대에 기술과 인간의 상호작용과 예술적 아이디어를 그의 로봇에 대한 아카이브를 통해 어떻게 풀이했는지, 그리고 그가 생각한 미디어와 기술, 예술의 간극을 어떻게 승화시키고 해석했는지에 대해 알아가면서 지금 시대에 어떻게 적용하고 받아들여야 할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전시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그를 흔히 미디어 아트의 선구자로서만 보지만 그중에서도 TV로 만든 로봇은 인간과 기계의 관계를 탐구하는 중요한 실험이기도 했다고 합니다.

“미디어는 예술의 미래”라고 강조했지만 단순히 TV를 배치해 어떤 실험적인 영상을 보여주는 것을 넘어서 외적인 형태를 만드는 일은 하나의 인간을 인물을 사회를 탐구하며 반영하는 일이기도 했습니다.

1. 로봇 드림 : 백남준 팩토리 아카이브

백남준이 처음 만든 로봇은 <K-456>이라는 로봇입니다.

이 로봇을 만들게 된 계기는 인간과 기계의 경계를 허무는 실험이기도 했는데요, 엉성하지만 지금의 로봇처럼 자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었으며 재미있는 것은 일정한 시간마다 콩알을 배출해서 일종의 인간의 배설 행위를 표현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그러고는 나중에는 교통사고로 마무리했는데 당시 영화 <스타워즈>나 <로보캅> 시리즈는 일종의 우주전쟁 같은 거대한 내용을 다루는 반면 백남준은 기계와 인간의 공생관계에 초점을 맞추어 다루는 편이었기에 조금은 다른 시각으로 로봇을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맞은편에는 1994년 비엔나의 인터뷰의 영상과 함께 로봇에 사인하는 백남준의 영상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백남준이 직접 들어가 마치 사진이 그 안의 로봇인 양 표현하는 모습을 보니 백남준만의 위트가 고스란히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전시장에 들어오면 가장 두드러지게 보이는 것이 바로 마치 사람 형상을 한 것 같은 로봇 이미지들입니다.

이 로봇들은 각각 우리가 잘 아는 유명 인물들을 묘사한 것이기도 한데, 그 과정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인물에 대한 많은 탐구를 하고 그 형태나 비디오의 내용에도 해당 인물에 대한 많은 것들을 연구하여 담아낸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벤자민 프랭클린, 링컨

뉴턴

아인슈타인, 장영실

샬롯 무어만, 갈릴레오

레오나르도 다빈치

그중에서도 미디어의 형식이 인간의 사고와 사회를 변화시킬 것이라고 본 미디어 이론가인 마샬 맥루한(Marshall McLuhan)은 이렇게 로봇 형태뿐만 아니라 영상으로도 표현했습니다.

바로 존 레넌의 <Imagine>을 배경으로 한 영상을 로봇의 군상으로 표현한 것도 인상 깊었습니다.

그렇게 백남준은 로봇을 일종의 자기 자식과 가족을 비유해 만들기도 했는데, 이 또한 매우 재미있어서

당시 로봇이 뭔가 불안하고 위협적인 존재가 아닌 앞으로 우리에게 친근하게 다가올 동반자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백남준

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 있어서는 기존의 티비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전통 가구 등을 인용해 만든 모습도 동시에 볼 수 있었는데요, 비록 백남준은 해외에서 활동했지만 창작의 뿌리는 한국에서 온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2. 백남준 팩토리 Paik Factory

그는 신시내티에 1989년부터 백남준 팩토리를 세워 약 10년간 여러 비디오와 로봇들을 제작했습니다.

당시 백남준뿐만 아니라 마크 팻츠볼(Mark Patsfall) 등 여러 창작자들과 같이 활동하였는데 당시 제작된 비디오 조각과 로봇만 하더라도 약 400여 점이나 된다고 합니다.

그 모든 작품들은 세계 여러 곳에서 전시가 이루어졌고 당시 걸려있던 포스터들이 전시되어 있는데요, 포스터마저 하나같이 백남준의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돋보였습니다. 그로 인해 백남준은 1993년 베니스 비엔날레 황금사자상 등 세계적 명성을 가장 많이 누린 시기이기도 합니다.

3. 백남준의 판화공방

특히 마크 팻츠폴은 백남준이 생각한 예술을 실질적으로 표현하게 해준 기술적인 협업자이기도 한데요, 동시에 판화를 했던 그는 백남준에게 판화를 찍어보라는 권유를 하게 되면서 그가 만든 로봇을 하나의 평면적 판화로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그가 만든 첫 판화인 <V-아이디어, 선험적>은 마크 팻츠폴과의 첫 협업으로 제작된 10점의 판화 모음집인데, 딱 보아도 우리에게 익숙한 TV 브라운관의 이미지와 메시지를 이미지로 볼 수 있습니다.

독특한 것은 드로잉과 사진이 혼재되어 있는 모습인데 생각보다 난도가 높았던 판화라고 합니다.

미디어가 빠르게 지나가는 이미지에 초점을 맞춘다면 판화의 작품은 생각과 글을 로봇의 이미지 안에 표현하고 있습니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과 서울시립미술관의 백남준 작품이 시대가 지남에 따라 미디어 매체가 변하고 전력에 의존해야 하는 TV 모니터의 기술의 한계점을 나타냈을 때 어쩌면 백남준의 작품은 영원히 보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싶었는데요, 때로는 기술보다는 아주 아날로그적인 관점에서 기록을 해놓고 남길 필요가 있다는 것을 판화 작품을 통해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만약 이 판화 작품이 없었다면 어느 날 사라질지도 모르는 콘텐츠를 오랜 시간이 지나 우리가 볼 수 있었을까 싶은 것을 보면 마크 팻츠폴의 제안은 참으로 고맙기도 하지 않나 싶습니다.

여러 가지의 사상을 하나의 인간로봇으로 구현하고 마치 그 로봇이 말을 하는 것을 메시지로 넣은 작품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주로 오래된 글귀, 사상가의 말들을 백남준만의 언어로 해석했는데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더 고차원적인 생각이 많았던 그의 머릿속을 들여다보는 느낌이 들기도 했습니다.

판화 작품들을 보며 미디어 매체의 예술이 평면으로 넘어오면 그 형태가 또 다른 예술을 만들기도 한다는 점에서 꼭 기술로 표현하는 것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을 잠시 하게끔 했습니다. 그보다는 좋은 메시지를 계속해서 볼 수 있도록 남기는 것도 중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생각보다 판화 작품들이 많다는 것을 이번 전시를 계기로 알게 되었는데, 그가 공동 제작한 판화 이미지들은 다양한 작가들도 함께 참여하며 <플럭스팩스>라는 판화 모음집으로 제작되기도 했습니다.

4. 마크 팻츠폴과 백남준 : 창조적 협업의 역사

어쩌면 마크 팻츠폴이란 좋은 기술 협업자가 없었다면, 여러 예술가와 함께한 콜라보가 없었다면 그가 이렇게 다양하고 새로운 작품들을 계속해서 만들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만큼 협업은 크리에이터에게 아주 중요한 자극제이자 윤활유가 되기도 하며 더 크게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나 싶습니다.

마크 팻츠폴 덕분에 지금 우리가 타국에 전시될 뻔한 아카이브들을 국내에서 볼 수 있게 된 것을 보면 협업이란 단순히 서로가 윈윈하는 관계가 아닌 공생하고 미래를 같이 바라보는 관계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덕분에 그는 기술적 손길이 필요한 오브제에서도 자신만의 생각을 잘 표현한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요

이순신의 거북선을 로봇으로 표현할 수 있었던 것 역시 주변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또한 <NJP@1800 RPM>은 전자 기술과 속도의 개념을 실크스크린과 동양의 천문학, 철학적 개념이 담긴 이미지를 이렇게 오브제인 디스크로 표현한 것은 반드시 미디어 콘텐츠를 고집하지 않았기에 우리가 두 눈으로 실감 나게 볼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오히려 오브제로 표현했기에 그 의미가 더욱 직관적으로 다가오기도 했습니다.

때로는 백남준의 위성방송의 3부작의 핵심 메시지를 비디오테이프 자체로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예술가는, 특히 미디어 아트를 하는 경우는 한 가지의 매체에 국한되고 매몰되는 경우가 많은데 창작물의 표현은 다양할수록 오히려 그 의미를 정확하게 표현하고 확장성을 넓힐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1997년 뮌스터 조각 프로젝트(Skulpture Projekte Munster)인 <20세기를 위한 32대의 자동차 : 모차르트의 진혼곡을 조용히 연주하라>라는 작품은 전시장에는 모형으로 나와있기는 하지만 실제로는 대형 설치작품으로,

1920년대~50년대 빈티지 자동차 32대에 폐기된 TV, 모차르트 진혼곡을 틀은 CD 플레이어까지 무작위로 배치한 작품입니다.

4. 알이 자란다 Egg Grows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라는 질문을 표현한 <알이 자란다>라는 작품은 상당히 당황스러운 작품이라고 표현한 마크 팻츠폴은 일종의 언어유희를 표현한 작품이기도 합니다.

알이 점점 커지는 모습을 보면 과연 진화론적인 관점에서 우리가 태어나고 자란다는 것은 어쩌면 탄생부터라고 생각하는 일반적인 시각에서 좀 더 깊이 들어가면 윤회 사상으로 돌아오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당시에는 서양에 매우 낯선 이 생각들을 설득하기 위해 나름 새로운 이미지와 형태로 표현한다는 점이 놀랍기도 했는데, 문득 창조라는 자체가 완전한 무를 창조하는 것이 아닌 유에서 유를 창조하는 과정이라 생각하면 조금은 비슷한 면이 없지 않아 있는데 예술 역시 그러한 과정의 반복이 아닌가 싶습니다.

중간에 영상들은 유튜브에 일부 담아보았으니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 링크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언제나 그렇듯 백남준의 작품을 보면 화려하고 신기하기만 한 표면적 형태에 중점을 두지만 그 안을 아주 자세히 들여다보면 시대를 넘어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큽니다.

특히 과학과 미디어, 통신의 기술이 발전할수록 그가 작업했던 모든 것에는 발전하는 사회에서 우리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들과 이를 어떻게 이용하고 인간과 상호작용하는 방향으로 어떻게 적용해야 할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최근 모든 분야에서 AI가 대두되고 있는 지금 현시점에서도 이를 잘 이용하여 어떤 방식으로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갈지, 그 안에서 우리가 가져야 할 인간적인 모습들의 상관관계를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무료 전시이지만 그 어떤 전시보다 유익한 전시인 만큼 광화문에 가시면 꼭 보시길 강력 추천합니다.

전시 기간 : 2025. 3. 5 – 2025. 4. 27

관람 시간 : 화~일 11:00am – 7:00pm

(매주 월요일 휴무)

위치 :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2관

백남준 팩토리 아카이브 《 로봇 드림 Robot Dream 》 –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전시 더 읽기"

필과 묵의 세계 : 3인의 거장 – 겸재 정선, 추사 김정희, 윤형근 – S2A 전시

필과 묵의 세계 : 3인의 거장

겸재 정선, 추사 김정희, 윤형근

얼마 전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의 저자이신 유홍준 교수님께서 S2A 갤러리에서 강의를 하시게 되었는데요, 이번에 열리는 전시의 기획에도 참여하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전시를 가보지 않으려야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우리가 너무나 익히 잘 알지만 이번 기회에 거장들의 좋은 기운들과 묵직한 힘을 느낄 수 있는 좋은 전시였기에 후기를 남겨봅니다.

전시는 제목 그대로 3인의 거장인 겸재 정선, 추사 김정희, 윤형근 세 분의 작품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시대가 다르지만 무언가 세대를 떠나 하나의 정신으로 이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은 전시이기도 했습니다.

1. 윤형근

작년 PKM 갤러리에서 열렸던 윤형근 작가의 개인전 전시 방문 당시에도 참으로 인상적인 작품들이 많았는데요,

이곳에는 그만의 정적이고 차분한 무채색의 느낌이 뒤에 이어지는 추사 김정희의 서체와 겸재 정선의 그림들과 매우 잘 어우러진다는 느낌을 받게 되었습니다.

한국적인 우아함이란 무엇일까 생각했을 때 문득 윤형근 작가가 떠올리고는 하는데요, 이번 전시의 작품들도 그만의 섬세함과 묵직함이 느껴지는 작품들이 많았습니다. 이전 개인전 때보다는 어두운색의 단색화가 주를 이룹니다.

2. 추사 김정희

이번 전시에서 주목할 만한 섹션이 바로 추사 김정희의 서체가 담긴 작품들인데요, 특히 그의 중년시절부터 제주 유배 시절, 노년에 과천에서 지낸 시절까지의 서체의 변화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전시이기도 했습니다.

이 서체의 경우, 추사의 24세 때 중국의 문인들과 교류하던 시절의 작품으로 다소 느끼하다는 평도 있었지만 중국에서는 상당히 좋아하는 서체였다고 하네요. 아무래도 중국을 다녀온 후 그 영향을 많이 받은듯 싶습니다.

위와 같이 상당히 조형적인 굵게 써 내려간 힘 있는 서체부터 하나의 시 같은 가녀린 서체까지 아주 다양했는데요, 내용 역시 그가 이동했던 흔적과 고뇌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 시간이었습니다.

추사의 시적인 감성을 잘 보여주는 작품부터 다양한 경험을 통해 얻게 된 그만의 이야기들이 작품 하나하나에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자세한 설명은 전시 옆에 아주 잘 설명되어 있어서 다소 한문을 어렵게 느끼시는 분들도 부담 없이 볼 수 있도록 되어있습니다.

마치 책과 같은 이 작품은 추사가 과천 시절에 썼던 편지로, 대략적인 내용은 노년의 추사가 젊은이들과 교류하면서 이야기 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추사는 중년시절부터 난초를 즐겨 그렸다고 합니다. 이 작품에서는 글과 그림이 함께 있어서 특히 인상적이었는데요, 난초는 손을 대기가 어려워 실수를 하더라도 고쳐 쓸 수 없다는 내용을 담기도 했습니다.

한때 불교에 심취했던 추사가 쓴 반야심경도 전시되어 있습니다.

특징이라면 당시의 일반적인 방식과 다르게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쓴 부분인데요, 아마도 화엄사 절에서 쓴 것으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그중에서 가장 전시장 한가운데에 눈에 띄는 푸른 글씨의 현판은 <사서루>라는 임금에게 하사받은 책이 있는 서재라는 뜻으로 규장각 검서관이었던 유득공이 정조 대왕에게 하사하신 서적을 보관하기 위한 서재입니다.

해당 글씨체는 제주도 귀양 후 쓴 서체로 원판은 개인 소장이라 모각이 많은 작품이기도 합니다.

추사의 최고 걸작 중 하나인 <유재>는 남김을 두는 집이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내용인즉,

기교를 다 쓰지 않고 남김을 두어 조화로움에 돌아가게 하고,

녹봉을 다 쓰지 않고 남김을 두어 조정에 돌아가게 하고,

재물을 다 쓰지 않고 남김을 두어 백성에게 돌아가게 하고,

복록을 다 쓰지 않고 남김을 두어 자손에게 돌아가게 하라

인데, 유홍준 교수님의 설명에 의하면, 대체로 현판 세 점이 비슷한 서체인데 약간씩 글의 맛이 다르다고 합니다.

이 작품은 유홍준 교수님이 선물 받아 연구실에 오랜 시간 걸려있었다가 서울공예박물관이 개관을 준비하면서 기증하셨다고 합니다.

3. 겸재 정선

마지막 겸재 정선의 그림은 그야말로 어떻게 이렇게 그렸을까 할 정도로 감탄이 절로 나오는 작품들을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그 이외에도 다양한 산수화와 자연 풍경을 그린 걸작들이 생각보다 많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겸재 정선은 북악산 아래 (현 경복고등학교 부근)에 살면서 이 일대를 많이 그렸다고 합니다.

그중 백운동에서 흐르는 계곡의 모습 등 장동 8명을 주로 그리곤 하였다는데요, 생각보다 꽤 여러 작품이 있고 자세하고 섬세하게 그린 모습을 볼 수 있어 마치 그 시절의 자연 풍경을 사진처럼 보는 느낌이 듭니다

때로는 이렇게 잠자는 새와 곤충이 함께 있는 사랑스러운 꽃도 볼 수 있는데,

초충도의 경우는, 신사임당의 초충도와 비교하는 맛이 있기도 합니다.

신사임당의 초충도는 강하지만 겸재의 초중도는 사실감이 더해지기도 했다는 점에서 또 다른 느낌으로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실은 너무 대단한 작품들이다 보니 학술적인 측면에서의 설명은 다소 미흡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대중이 봤을 때의 느끼는 그 느낌 그대로 이야기해 보았습니다.

아주 어렵게만 느껴졌다면 이번 기회에 섹션 별로 각 3인의 거장의 생각과 기운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훌륭한 전시라 생각이 듭니다.

전시 기간 : 2025. 2. 4 – 2025. 3. 22

관람 시간 : 화~토 10:00am – 6:00pm

(매주 일, 월요일 휴무)

위치 : S2A 갤러리

필과 묵의 세계 : 3인의 거장 – 겸재 정선, 추사 김정희, 윤형근 – S2A 전시 더 읽기"

Frida Kahlo 프리다 칼로 레플리카 전 《 Viva Frida Kahlo 》 – 성남큐브미술관 기획 전시

Frida Kahlo

《 Viva Frida Kahlo 》

프리다 칼로 하면 모르는 사람들이 없을 만큼 멕시코의 대표적인 화가이기도 한데요, 그녀의 그림만큼 기구한 그녀의 삶 역시 너무나 잘 알려진 터라 예술에 조예가 없는 대중들까지도 익히 너무나 잘 아실 거라 생각됩니다.

프리다 칼로의 작품은 그만큼 가치가 있기에 멕시코에서도 국보로 지정되어 외부로 반출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대신 일종의 원작자의 사본인 레플리카(Replica) 전시로 해외에서 전시가 열리고는 하는데요, 레플리카 작품들도 이렇게 많은 양이 전시되는 것은 흔하지는 않은 일이라서 이번 전시는 프리다 칼로의 삶 전체를 돌아볼 수 있어서 좋았던 전시이기에 후기를 남겨봅니다.

이전 얼리버드 티켓 오픈 시 소개해 드린 프리다 칼로 레플리카 전시회를 다녀왔습니다.

우선 입구에 들어서면 프리다 칼로의 집을 재현해놓은 배경에 그녀의 작업 공간을 재현해 놓았습니다.

색감부터 프리다 칼로의 화려한 색감의 그림과 맞물려있는 집입니다. 현재는 이 공간은 프리다 칼로의 박물관으로 쓰이고 있다고 하네요.

전시장은 그녀의 초기 작품부터 그녀가 생을 마감할 때까지 차례대로 전시, 구성되어 있습니다.

1. 초기 작품 (1907-1932)

이번에 특히 초기 작품을 많이 볼 수 있었는데요, 그동안 몰랐던 그녀의 기록들을 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가장 먼저 보이는 그림은 바로 그녀의 운명을 뒤바꿔 놓은 교통사고 장면을 스케치한 그림입니다.

프리다 칼로는 원래 의사가 되어 싶어 했으나 교통사고로 인해 장애를 안고 살아가면서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그림밖에 없었기 때문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그 아픈 몸을 이끌고도 당시 상황을 생생하게 묘사한 그림은 앞으로 그녀의 인생의 불운을 예고하는 것만 같은 그림입니다. 하지만 이때만 해도 자신의 몸 상태가 그리 심각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고 하네요.

그렇게 사고 이후 그리기 시작한 첫 그림은 그녀의 자화상입니다.

우리가 알던 자극적인 느낌보다는 아주 차분하고 덤덤한 느낌입니다.

이 작품은 다소 평범해 보이지만 버스 안 풍경 속 사람들이 당시 멕시코의 사람들을 보여주어 눈길을 끌기도 합니다.

프리다 칼로 하면 남편인 디에고 리베라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가 없기도 하지요.

덩치 큰 디에고와 그 안에서 순종적인 프리다의 모습은 프리다가 그를 얼만큼 존경하고 여자로서 사랑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훗날 이 사랑과 존경이 프리다에게는 또 하나의 삶의 고통으로 다가오게 됩니다.

프리다는 교통사고로 인해 아이를 가질 수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임신을 시도하고 유산하기를 반복했습니다. 그 와중에 느끼는 상실과 좌절은 아마 많은 여성분이시라면 느끼지 않을까 싶습니다. 직접 겪은 그 아픔을 아주 노골적으로 그렸기에 보면 볼수록 더 아프게 와닿지 않나 싶네요.

그녀의 초기 작품들 역시 그녀만의 독특한 상상력과 그림체를 이때부터 보여주기도 합니다.

루더 버뱅크가 잡고 있는 식물은 그의 연구와 업적을 상징하고 잎은 살아있지만 뿌리는 죽은 상태로 자연이 순환하고 변화하는 과정에서 현재는 인간의 과학적 개입이 반영되어 있음을 의미하는 상당히 철학적인 작품이기도 합니다.

이 밖에도 프리다 칼로는 사회적인 메시지가 있는 그림들을 그리기도 했습니다.

한때 미국에서도 지냈던 프리다는 당시 멕시코로 돌아가고 싶어 했던 마음이 간절하기도 했습니다.

어디에 있어도 자신의 뿌리는 멕시코라는 것을 증명하는 그림들도 곳곳에 많이 보이는데 이는 멕시코의 상징인 원주민, 식물, 아즈텍을 상징하는 요소들을 집어넣은 형태로 보입니다.

2. 중기 (1933-1949)

그녀가 가장 작품을 많이 남긴 시기가 1930~40년대 정도 되는데, 1939년에는 멕시코에 돌아와 디에고와의 이혼 절차를 밟기도 하면서 그녀의 복잡한 심리상태와 주체성을 표현하는 작품들을 많이 선보입니다.

이<상처 입은 식탁>은 그중에서도 멕시코에서 열린 대규모 초현실주의 국제 전시회에서 호평을 받은 작품으로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프리다는 화가로서의 입지를 다지게 한 작품입니다.

언뜻 보면 구성이 <최후의 만찬>을 떠오르게 하기도 하는데, 다소 섬뜩해 보이기도 하는 이 작품은 각각의 그림마다 디테일에 다양한 상징성이 있는 그림이기도 합니다.

프리다는 디에고가 자주 입었던 작업복을 입고 있고, 그 왼쪽은 마치 디에고를 상징하는 듯한 큰 덩치의 유다를 그렸습니다. 유다는 예술을 배신하였는데 아마 디에고에 대한 원망을 나타내는 듯하게 보입니다.

이 작품은 특이하게도 구소련에서 작품이 분실되었다가 65년 만에 다시 찾은 그림이라고도 합니다. 이유는 왜인지 모르겠지만 그만큼 프리다의 그림을 탐하던 사람들이 많았겠지요. 그렇기에 멕시코에서도 현재까지 프리다의 그림은 함부로 해외로 반출시키거나 빌려주지 않기도 하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남편 디에고에 대한 애증과 원망은 그림 곳곳에서 계속해서 보입니다.

프리다 이전에 이미 화가로서의 명성이 높았던 디에고는 수많은 불륜을 저질렀는데, 그중에서도 자신의 여동생과 저지른 불륜은 프리다에게는 크나큰 상처였습니다.

<기억(심장)>이라는 작품 역시 보면 왼쪽에는 동생을 상징하는 듯한 교복이, 오른쪽에는 자신을 상징하는 듯한 멕시코 전통 복장이 있고, 큐피드의 화살이 프리다의 몸의 상처를 크게 뚫고 지나가는 모습은 그녀가 얼마나 큰 상처를 겪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이는 당시 뉴스에서 아내를 칼로 찔러 죽인 남성이 뻔뻔하게 자신은 아무 잘못이 없다는 듯 표정 짓는 인물과 동일시하여 그린 그림에서도 나타납니다. 어쩌면 너무나 잔인한 그림인데, 아이러니한 것은 그 위에 평화의 비둘기가 있다는 것이지요. 이 와중에도 프리다는 남편을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한참 뒤에 모든 것을 용서하고 다시 디에고를 받아들입니다. 이해는 안가지만 너무나 사랑하면 과연 그럴 수 있는 걸까요?

실은 그녀의 상처는 비단 디에고뿐만은 아닙니다. 태어난 순간부터 가족에서부터 시작된 게 아닌가 싶기도 한데요, 6살 때 소아마비에 걸려 이미 다리가 아픈 장애를 겪기도 했지만 자신이 태어나 얼마 안 된 여동생으로 인해 흑인 유모에게 젖을 먹고 자라는 등 어머니로부터 충분한 사랑을 받지 못한 것만 같은 느낌의 그림들을 볼 수 있습니다.

알게 모르게 심적으로 예민한 프리다가 느꼈던 외로움 같은 것들이 그림 곳곳에 표현되기도 합니다.

지나간 수많은 고통의 시간들은 그녀가 편히 있을 때조차 계속해서 떠오를 수밖에 없는 것을 보면 마치 보는 사람 입장에서 그 고통을 정면으로 함께 느끼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그 모든 상처를 프리다는 몸이 가장 릴랙스 되는 상태인 욕조에서마저 느끼는 그림에서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녀의 교통사고에 대한 후유증과 고통을 가장 적나라하게 그린 그림인 <부러진 척추>는 그 잔인함을 여실히 드러내기도 합니다.

애써 견뎌내는 얼굴, 그리고 어느 하나 성한데 없이 못으로 난도질당한 모습은 마치 모든 것이 그녀를 내버려두지 않는 것과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우주 대지, 디에고, 나, 세뇨르 솔로틀의 사랑의 포옹>은 그녀가 디에고에 대한 마음을 상당히 의미심장하게 그린 내용이기도 합니다. 어둠과 밝음을 둘로 나누어 마치 자신을 대지의 여신처럼 가운데 두고 디에고를 어린아이를 보듬듯 그린 모습은 프리다가 얼마나 그를 소유하고 공유하고 싶어 하는지, 함께하고 싶어 하는지 느끼게 해주기도 합니다.

해당 작품은 전시 뒤쪽에 걸려있는 프리다의 일기 안 스케치에서 비롯된 작품이기도 해서 비교해서 보면 조금 다르게 다가오기도 합니다.

디에고와 이혼 후 그린, 프리다의 대표적인 작품이기도 한 <두 명의 프리다>는 그녀의 기분을 아주 잘 묘사하고 있습니다. 오른쪽의 테우아나를 입은 프리다는 디에고가 사랑했던 프리다인 반면, 왼쪽의 빅토리아 시대의 웨딩드레스를 입은 프리다는 디에고가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 프리다를 그렸습니다.

하지만 두 프리다는 여전히 같은 프리다이고 서로의 심장과 손이 맞닿아 있는 것을 보면 어찌내 저찌내 해도 디에고를 떠날 수 없음을 암시하기도 합니다. 웨딩드레스를 입은 프리다가 여전히 피를 흘리고 있는 것을 보면 떠났어도 여전히 고통은 남아있음을 느낄 수 있기도 합니다.

프리다 칼로 레플리카

또한 프리다 칼로는 자신이 아픔과 유산으로 잃어버린 아이들에 대한 마음을 자연과 동물에 빗대어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그림 속에는 거미원숭이가 등장하는데, 이는 디에고가 프리다를 위해 선물한 동물로서 내면에 숨겨진 야만성과 원시성을 상징합니다. 특히 새끼를 유난히 아끼는 동물이지만 과도하게 사랑하기도 해서인지 자신에 대한 지나친 사랑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3. 말기 (1950-1954)

50년대부터 프리다의 병세는 급격히 악화되기 시작했는데 이때 발가락까지 잘라야 할 정도라 몇 번이나 자살을 시도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말기 작품은 움직이지 못한 채 그려야 했기에 정물화나 주를 이룹니다.

이때 그린 대표적인 그림이 당시 주치의였던 파렐 박사에 대한 고마움의 뜻을 전한 그림과 과일을 그린 그림들입니다.

대체적으로 색감은 입구에 붙여진 집의 풍경의 색감과도 유사한 멕시코 특유의 쨍하고 환한 색감들이 주를 이룹니다.

이는 과일 정물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데 이는 신선한 과일의 생명력과 탐스럽게 익지만 언젠가는 썩어가는 모습을 인생에 비유해서 그리기도 했습니다.

특히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이 수박을 그린 <삶이여 만세>라는 작품은 각 수박마다의 명도와 채도 등을 달리하여 수박이 익어감에 따른 다른 모습들을 삶에 비유하여 그린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프리다가 요절하기 직전에 그린 것이라고 하는데요, 씨가 없는 수박도 있고 씨가 있는 수박도 있고 껍질이 푸르거나 누런 것들도 있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그려지면서 일종의 숙성의 과정을 한 프레임에 보여줌으로써 인생 전체의 찬란한 날과 생이 끝나는 날들을 비유해서 그린 듯 보입니다.

4. Photography and Diary

마지막 섹션은 프리다의 생애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사진들과 그녀가 썼던 일기들도 볼 수 있습니다.

일기 중에서는 특히 디에고에 대한 마음이 아주 절절히 묻어나는 듯해 보입니다.

사랑을 넘어 소울메이트로서 그와 언제나 함께하고 싶은 마음을 솔직하게 쓴 글들을 보니 그림과는 또 다르게 아린 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보통 원화 그림을 보지만 레플리카 그림만으로도 이렇게 그녀의 절절한 마음을 느낄 수 있는 것을 보면 프리다 칼로는 실로 대단한 화가임에는 틀림없지 않나 싶습니다.

전시는 며칠 남지 않았지만 프리다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프리다의 생애 전반을 느낄 수 있는 좋은 전시라 생각됩니다.

전시 기간 : 2024. 12. 13 – 2025. 3. 16

관람 시간 : 화~일 11:00am – 6:00pm (입장 마감 5:00pm)

(매주 월요일 휴무)

위치 : 성남큐브미술관 기획전시실

Frida Kahlo 프리다 칼로 레플리카 전 《 Viva Frida Kahlo 》 – 성남큐브미술관 기획 전시 더 읽기"

Santa Maria Novella 산타마리아노벨라 아트팝업 < 메디치 가든 아트 팝업 >

산타마리아노벨라 아트팝업

Santa Maria Novella Art Pop-Up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피렌체의 유명 향수 브랜드인 산타 마리아 노벨라가 이번에 서울옥션에서 <메디치 가든 아트팝업>이라는 이름으로 팝업을 오픈했다고 하여 방문해 보았습니다.

이미 국내에도 마니아층이 두터운 향수 브랜드이기도 하기에 이번 팝업을 어떤 식으로 전개할지 무척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더군다나 이번 팝업은 단순한 일반적인 팝업이라기보다는 미술과 함께하는 아트 팝업 형식으로 열렸으며 국내 젊은 작가들과 함께 향수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들을 전시하는 팝업으로서 향수와 미술을 함께 보는 재미가 있어서 좋았던 팝업이었습니다. ​

산타 마리아 노벨라 향수는 수도사들이 400여 년 전 수도사들이 식물의 원료를 이용해 개발한 전통 기법 그대로를 고수하여 만든 브랜드이기도 합니다. 그래서인지 이번 팝업에는 미술작품 뿐만 아니라 산타 마리아 노벨라의 여러 가지 향수를 시향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했습니다.

전시는 서울옥션 강남센터 지하 1층에서 열렸으며 비교적 넓은 공간에 사전예약제로 사람은 많지 않았기에 여유있게 작품을 관람하기 좋습니다.

이번 전시는 특히 국내의 4명의 작가들이 산타 마리아 노벨라 향수의 향을 테마로 하여 각각 부스가 나누어져 작품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그림에 향이 나기도 하고, 각 섹션 한 가운데에 향수도 같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팝업 후기도 후기이지만 이번 포스팅은 주로 작품 자체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하려고 합니다.

INCENSO with 김지아나

인센소(Incenso) 향에 영감을 받은 작품을 선보이는 김지아나 작가는 <인사이드 Inside> 시리즈를 선보입니다.

인사이드라는 작품 이름 그대로 삶에서 느낀 다양한 인사이들을 주로 표현하고 담고자 했다고 하는데요 주로 최근 현대인들이 SNS를 보면서 바쁜 시간에 무언가 쫓기는듯한 삶에서 느끼는 여러가지 감정들을 표현했다고 합니다.

인센소 향은 따뜻한 무디한 향에 어딘지 모르는 강렬한 향이 느껴지는데요, 이를 입체적으로 잘 표현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작품 자체도 평면적이지 않고 바로 무엇인가 강렬하게 내면에서 튀어나오는 감정들을 표현하는 것처럼 입체적인 형태로 표현되었습니다. 색도 노랑, 파랑 등 칼라별로 다른 느낌을 줍니다.

QUERCIA with 문형태

퀘르치아(Quercia) 향은 오드 우크의 향을 머금는 향으로서 조금은 투박하면서도 깊이 있는 향이지만 따뜻하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투박한 그림체의 문형태 작가의 작품이 잘 어울리지 않았나 싶습니다.

문형태 작가는 회전목마의 그림처럼 돌고 도는 메리고라운드(Merry-Go-Round)의 관계를 표현하는 작가로 관계 속에서 돌고도는 어딘가 서로가 어울리면서 만나며 함께 살아가는 삶의 형태를 인간적이면서도 귀엽게 그려서인지 보는내내 미소짓게 만들기도 합니다.

ACQUA with 정다운

전체적으로 물 위로 피어난 꽃과 깊은 수면 아래에서 느껴지는 고요함을 표현하는 블루톤의 아쿠아(Acqua) 향수는 패브릭 드로잉 작품을 선보이는 정다운 작가의 그림과 함께 합니다.

정다운 작가는 한국의 전통 패브릭인 노방천을 이용하여 여러 겹을 캔버스에 겹쳐 하나의 작품으로 표현했는데요, 이전에 보지 못한 그림의 형식이라 매우 독특하기도 했지만 자세히 보면 반투명의 반짝이는 노방천이 겹쳐서인지 어떤 부분은 입체적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이같은 형식은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 구조 안에서 여러 관계가 겹쳐지며 발생하는 이야기를 새로운 방식으로 표현했다고 합니다.

​멀리서 보면 마치 어떤 바다의 모습을 보는 것 같기도 하여 아쿠아 향수가 잘 어울리지 않았나 싶습니다.

AMBRA with 김선우

자연의 아름다움, 따뜻함을 표현하는 엠버(Ambra) 향은 김선우 작가와 함께 했습니다.

엠버 향은 북유럽 신화에서부터 전해져오는 신비로운 이미지, 보호와 치유의 힘이 있다고 믿었다고 합니다.

김선우 작가의 작품에서 특히 눈에 띄는 캐릭터라면 도도새를 볼 수 있는데요, 현재는 사라졌지만 도도새는 각박한 현실 속에서 꿈과 이상을 잃지 말고 자신만의 특별함을 자유롭게 추구하며 살아가고자 하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동물로서 표현됩니다.

김선우 작가의 작품은 이전에 작품을 본 적이 있어서 그런지 반갑기도 했습니다.

전시장 내부 안쪽 공간에로 들어가면 산타 마리아 노벨라의 향수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본격적으로 향수마다 각각 시향도 해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앞서 완성한 스탬프 카드에 메시지를 쓴 후 실링 왁스 체험도 직접 해볼 수 있습니다.

산타마리아노벨라 팝업

전시 기간 : 2025. 2. 5 – 2025. 2. 12

관람 시간 : 월~금 9:00am – 6:00pm

(점심시간 12:00pm – 1:00pm)

위치 : 서울옥션 강남센터 B1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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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lrike Theusner 울리케 토이스너 《 Sweet Bird of Youth 》 – 파운드리 서울 전시

Ulrike Theusner

《 Sweet Bird of Youth 》

요즘 젊은 세대는 부모 세대보다 더 잘 살기 어려운 세대라고 하는 이야기를 많이 들으셨을 겁니다.

이러한 현시대 젊은이들의 사회적 심리상태를 잘 담아낸 작가인 독일 작가 울리케 토이스너의 전시가 이번 1월부터 한남동 파운드리 서울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익숙한 듯하면서도 독특한 화풍과 인간의 불안한 심리를 잘 담아낸 그림들은 여러모로 요즘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많은 생각을 하기에 관람 후기를 이야기해 봅니다.

울리케 토이스너 Ulrike Theusner

울리케 토이스너는 주로 드로잉과 판화로 작업을 하는 독일 작가로서 현대 젊은이들의 초상화 시리즈를 주로 그립니다.

특히 최근 들어 무기력해지는 젊은이들의 심리상태를 그대로 나타내는 작품들을 그려내었는데 기후변화와 저성장 경제시대로 젊어들면서 불안감을 느끼는 젊은이들은 예전보다 성공을 이루거나 안정감을 얻기가 쉽지 않은 요즘 시대에 느끼는 좌절감, 초조함을 그대로 녹여냅니다. 재료 역시 파스텔, 드라이포인트 에칭, 잉크, 설치 미술 등 다양한 형태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의 작품들은 뉴욕, 베를린, 프랑크 푸르트, 상하이 등 여러 개인전을 열었으며 현재는 바이마르와 베를린을 오가며 작업합니다.

이번 전시 역시 <Sweet Bird of Youth>라는 제목에서도 나타내듯이 한순간에 지나가버리는 젊음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테네시 윌리엄스의 동명 희곡 제목에서 따온 것이라고 합니다. 상실과 혼돈의 시대지만 그 와중에 미래에 대한 꿈과 희망을 포기하지 말자는 의미에서 붙여진 제목 같기도 합니다.

​전시는 지하 1층과 지하 2층 두 공간으로 나누어 전시되어 있습니다.

지하 2층에는 주로 파스텔로 그린 인물화와 잉크로 그린 다양한 형태의 드로잉, 설치작품이 한데 어우러져 있습니다.

파스텔화의 경우, 보통 우리가 생각하는 파스텔톤은 아주 밝고 따뜻한 느낌이지만 작가의 작품에서 느껴지는 파스텔은 다소 침울하고 침체된 조금은 톤 다운된 형태의 그림들이 주를 이룹니다.

주로 옐로와 그린, 오렌지, 블랙 계열의 색들이 서로 얽혀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데요, 이는 사람의 피부 톤에 스며들면서 표정의 홍조와 대비되는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마냥 우울한 느낌이 아니라 전반적으로 따뜻한 톤을 주기 때문에 아직은 젊은 푸릇함에서 오는 희망이 보이는 것 같기도 합니다.

Ulrike Theusner

화폭에 담긴 주제 역시 젊은이들의 모습만을 담아내지는 않았습니다. 이는 그림의 모델을 확장하여 그들이 즐기는 어떤 재미와 향락을 추구하는 것들, 그리고 그 안에서 자신의 불안과 고통, 탐구하는 모습들을 잘 담아내었습니다.

잉크 드로잉은 한쪽 벽에 아주 많은 작품들이 한 벽을 가득 채울 정도로 다양한 그림의 형태로 전시되어 있습니다.

다양한 인물들의 수많은 표정, 행위에서 느끼는 몸짓이 아주 생생하게 표현될 정도인데, 그림 하나하나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또한 전시장 한가운데 두 개의 테이블의 설치작품이 놓여 있습니다.

그 안에는 젊은 날 즐기게 되는 술과 약, 담배, 카드, 돈에 쉽게 현혹되는 모습을 표현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며

술병이나 책 안, 테이블에서 악마의 손길이 느껴지는 그림들을 볼 수 있습니다.

지하 3층에는 대형 작품들이 주로 전시되어 있습니다.

가장 먼저 보이는 작품은 3개의 대형 캔버스를 이어 붙여 전시되어 있으며

크기도 상당히 커서 한 폭의 사진으로 담기에는 어려울 정도였는데요, 가만히 관찰하다 보면 그 안에서 젊은 날에 느끼는 고통과 다양한 갈등에 대한 스토리가 아주 자세히 담겨있습니다.

다른 한쪽 벽면에는 젊은이들의 불안한 표정을 담은 인물화 역시 계속해서 전시가 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크기가 커서인지 눈빛이나 표정이 그림을 보는 내내 좀 더 직접적으로 와닿는 느낌입니다.

마침 Dazed Korea에서 인터뷰한 영상이 있어 작품 관람 시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아 링크를 걸어봅니다.

전시 관람 시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셨으면 합니다.

좀 더 자세한 작가의 작품을 보고 싶으신 분들은 인스타그램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Instagram @ ulriketheusner

Exhibition Information

전시 기간 : 2025. 1. 17 – 2025. 3. 8

관람 시간 : 화~일 11:00am – 7:00pm
(매주 월요일 휴무, 1/28, 1/29, 1/30 설날 휴무)

위치 : 파운드리 서울 B1, B2

자칫 우울하다고 생각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림 안에서 왠지 모를 희망이 보이는 묘한 작품들입니다.

그래서인지 부담 없이 보실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냥 가볍지는 않은 작품들이기에 천천히 혼자 조용히 관람하시기에 좋은 전시가 아닌가 싶습니다.

Ulrike Theusner 울리케 토이스너 《 Sweet Bird of Youth 》 – 파운드리 서울 전시 더 읽기"

Nina Kolchitskaia 니나 콜치츠카이아 《 Le Tour du Monde avant la Tempête 》 – 워킹위드프렌드 전시

Nina Kolchitskaia 니나 콜치츠카이아

《 Le Tour du Monde avant la Tempête 》

최근 시위로 인해 시끄러운 한남동이지만 근처 다른 한쪽 구석에는 이와는 대조적으로 너무나 평화로운 그림들이 전시되어 있는곳이 있습니다. 바로 워킹 위드 프렌드인데요, 이곳에서 현재 지난 2022년 디뮤지엄에도 선보였던 파리의 주목받는 작가 중 한 명인 니나 콜치츠카이아의 전시가 열리고 있습니다.

그림 하나하나가 바깥 상황과는 반대로 아주 귀엽고 사랑스러운데요, 요즘같이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잠시나마 힐링할 수 있는 시간이 되는 전시라 소개해 봅니다.

니나 콜치츠카이아

​이곳은 독특하게 1층은 카페, 2층은 갤러리로 이루어진 독특한 갤러리이기도 합니다.

카페와 갤러리 공간은 그렇게 크지는 않지만 1층에서 가볍게 커피 한잔 즐길 수 있는 곳이면서 더불어 그림도 같이 볼 수 있어서 좋습니다.

니나 콜치츠카이아 Nina Kolchitskaia

최근 파리의 가장 주목받는 작가 중 한 명인 니나 콜치츠카이아는 자유와 사랑을 주로 표현하는 화가이자 사진가, 패션, 라이프스타일 인플루언서이기도 합니다.

이미 다양한 방면에서 활동중이고 패션과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와 다양한 협업도 한 작가이기도 합니다.

그림 뿐만 아니라 인플루언서로서도 활동하고 있어서인지 샤넬과 미우미우 등 다양한 브랜드와 콜라보를 했으며 여러 개인전에 참여했습니다.

@galeriepenelope.com

작품은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부터 전시가 되어있습니다.

장소가 협소한 편이기에 작품들이 많지 않을거라 예상했는데 생각보다는 여러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아무래도 공간이 넓지 않다보니 대형 그림보다는 작은 A4 사이즈들의 그림이 많습니다.

주로 소박한 풍경화를 그린 그림들이 많고 전체적인 색감은 파스텔 톤보다는 조금 톤 다운된 그림들이 많아서인지 화려하지만 차분한 느낌도 동시에 있는듯한 모습입니다.


자세히 보면 그림의 전체적인 구성과 형식도 평범한듯 하면서도 그녀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여러 색상을 한 화폭안에 믹스 매치에서 배열하거나 그림의 구성 분할도 새로워서인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나 일상적인 소재를 신선한 감각과 색으로 재현했습니다.

2층 본 전시 공간에는 대형 창문에 그녀가 직접 그린 스타일의 새 드로잉과 함께 불어로 된 시가 쓰여 있습니다.

또 다른 한쪽 공간에는 별도의 룸이 있고, 이는 벽화와 대형 그림, 침구나 소품까지 그녀의 작품들로 이루어진 침실로 꾸며놓았습니다.

그림과 벽 드로잉, 굿즈가 매우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면서 그녀만의 독특한 감각으로 연출했습니다.

전시된 굿즈는 1층에서 직접 구매도 가능합니다.

좀 더 자세한 작가의 작품을 보고 싶으신 분들은 인스타그램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Instagram @ ninakoltchitskaia

Exhibition Information

전시 기간 : 2025. 1. 13 – 2025. 2. 9

관람 시간 : 화, 목~일 12:00am – 6:00pm
(매주 월, 수요일 휴무, 1/27~1/29 휴무)

위치 : 워킹 위드 프렌드 Working with Friend

요즘처럼 각박한 시대에 마음이 따뜻해지는 그림입니다.

올해는 무엇보다 그림처럼 희망찬 새해가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모두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Nina Kolchitskaia 니나 콜치츠카이아 《 Le Tour du Monde avant la Tempête 》 – 워킹위드프렌드 전시 더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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