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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함 典函 : 깨달음을 담다 – 리움미술관 고미술관 상설 전시

오래전에 리움미술관 고미술전을 보고 한눈에 반해서 다시 한번 찾아가야지 했던 기억이 있는데요,

이번에 그 고미술 전 안에 관심이 가는 상설 기획전이 있어서 방문해 보았습니다.

다소 낯선 제목인 《 전-함 典函 : 깨달음을 담다 》라는 이름으로 전시를 하고 있는데

고미술 중에서도 고려 불교신앙을 볼 수 있는 독특한 전시이기도 해서 소개해 봅니다.

전시 기간 : 2024. 9. 5 – 2025. 2. 23

관람 시간 : 화~일 10:00am – 6:00pm

(매주 월요일 휴무, 1/29 휴무)

장소 : 리움미술관 고미술 상설관 M1, 2F

​전시는 고려 시대 불교 경전을 필사한 경전과 이를 보관한 경함이라는 상자를 보여주는 전시입니다.

단순히 불교 경전과 이를 담은 상자라고만 하기에는 모두 금으로 덮여진 엄청난 작품들이라 작품 수가 많지 않더라도 전 세계에 20여 점밖에 안되는 아주 귀한 작품이자 유물이기에 하나하나가 경이로울 정도로 감동을 주는 전시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고미술관에 가면 모든 작품 하나하나가 감동인데, 이곳에 오면 정말 감동을 넘어 감탄을 금치 못하겠더군요.

좀 더 정확한 이해를 위해 자세한 전시설명은 리움미술관 공식 홈페이지의 내용도 덧붙였으니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전∙함: 깨달음을 담다>展은 고려 시대 불교 경전(經典)을 붓으로 직접 필사(筆寫)한 사경(寫經)과 경전을 보관하기 위해 만든 상자인 경함(經函) 중에서 현존 최고 걸작인 두 작품을 집중 조명하는 전시입니다. 전시에서는 선조들의 간절한 염원을 그대로 반영한 글과 그림을 모두 금으로 이룬 《감지금니 묘법연화경》 전체 7권을 통해 그 귀함을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사경은 발원문에 의해 고려 충목왕 1년(1345년) 당시 최고 권력계층에서 불법에 귀의하며 정성을 다해 사경을 완성함으로 왕실의 안녕과 깨달음을 얻기를 소망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함께 전시되는 <나전국당초문 경함> 역시 전 세계를 통틀어 20여점 밖에 전례 되지 않는 아주 귀한 고려나전 중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작품입니다. 수만 개의 나전 조각을 세밀하게 다듬고 이어 붙여 다양한 꽃 문양으로 경함 표면을 가득 충전하고 나전의 탈락 방지와 문양 하나하나를 연결해주는 줄기 표현에는 얇은 철선을 사용한 점에서 예술성과 기능성을 겸비한 고려 공예의 진면모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번 전시는 신앙과 예술의 위대한 만남이 이룩한 시대의 걸작들을 한 공간에서 감상하면서 그 가치와 의미에 대해 깊이 교감할 수 있는 뜻깊은 장이 될 것입니다.

(출처 : 리움미술관 홈페이지)

전시장 내부는 매우 널찍한 편입니다.

경전 자체가 7권 정도 되기에 이를 펼쳐놓아 전시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하지만 경전 하나하나가 손이 상당히 많이 갔고, 그 길이도 길기 때문에 실제로 보면 놀라울 따름이기도 하고

카메라 앵글로 모두 잡히지도 않더군요.

경전은 현재 7권이 남겨진 상태인데, 겉으로만 봐도 아시겠지만 그 디테일이 이미 표지부터 어마어마합니다.

지금도 금은 귀하지만 당시는 얼마나 귀했을까요?

그만큼 당시 불교라는 종교의 힘이 얼마나 대단했는지를 볼 수 있는 부분이 아닌가 싶습니다.

접어서 보관하고 펼쳐서 보는 절첩본 형식의 『법화경』 사경으로 전체 7권이 모두 남아 있습니다. 각 권의 앞쪽에 경전의 내용을 압축해서 그린 변상도가 있고, 제7권 말미에는 발원문이 있습니다. 모든 글과 그림은 예나 지금이나 가장 귀한 재료인 금으로 완성한 사경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발원문에 의하면, 이 사경은 1345년에 진한국대부인 김씨(辰韓國大夫人 金氏)가 충혜왕(忠惠王, 1315–1344)의 영가천도를 기원하는 동시에 충목왕(忠穆王, 1337–1348)과 그의 모후이자 원 황실 출신인 덕녕공주(德寧公主, 1322–1375)를 축원하고자 조성하였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고려후기 최고위층 여성 재가신도가 분명한 동기와 공덕으로 발원한 사경이란 점에서 중요하며, 막대한 재원과 당대 최고 사경 제작 장인들이 투입되어 완성한 고려 사경의 최고 걸작입니다.

(출처 : 리움미술관 홈페이지)

리움미술관 상설전시

감지금니 묘법연화경 권 1-7권(紺紙金泥妙法蓮華經 卷1–7), 고려, 1345년, 감지에 금니, 각 32.3 x 11.5 cm

이렇게 자세히 보면 모든 글자가 금으로 새겨져 있습니다.

한자의 글 하나하나의 내용은 잘 몰라도 그 정성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입니다.

사진에 금의 화려함과 아름다움이 모두 담기지 않는 것이 아쉬울 뿐이네요.

보통 경전 왼쪽에는 이렇게 풍경과 부처 여러 명을 그린 그림들이 같이 새겨져 있는데 이 역시 금으로 모두 그려져 있으며 글자를 볼 때 보다 그 섬세함이 비할 바가 없을 정도로 놀라웠습니다.

감지금니 묘법연화경 권 7

경전은 접으면 이렇게 손에 쥘 수 있을 정도의 하나의 긴 직사각형 형태로 압축되는 절첩본 형식으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경전 표지 자체도 불교 특유의 연꽃 모양 같은 느낌으로 된 금으로 덮여진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손때가 탔는지 부분부분 일부 금이 벗겨진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감지금니 묘법연화경 권 6, 고려 1345년

전시장 한가운데는 홀로 반짝이는 경전을 보관하기 위한 경함이 놓여 있습니다.

사진만 보았을 때는 예쁜 문양이 새긴 상자인 것 같지만 실제로 보면 그 화려함과 아름다움은 경전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을 정도로 감동을 줍니다.

역시 사방이 모두 금으로 새겨져 있기에 실제 보면 경이롭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을 정도이기도 합니다.

작품의 규모와 완성도를 통해 1272년 고려 조정에서 원나라 황후의 요구로 대장경 보관용 함을 만들기 위해 설치한 특별 관청인 전함조성도감(鈿函造成都監)에서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경함입니다. 국내외 현존하는 고려나전 자체가 20여점 정도 밖에 안되는 상황에서 나무라는 열악한 재료의 한계를 극복하고 원형을 가장 잘 유지하고 있는 경함이기에 더욱 주목받고 있습니다. 수만 개가 넘는 나전 조각을 세밀하게 이어 붙인 후 수없이 반복되는 옻칠을 통해 요철이 없는 표면의 매끈함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문양의 전체 구성에서도 상호 간 얇은 철선으로 연결하여 아름다운 패턴을 이루고 나전 조각 표면에도 선각을 새겨 디테일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세밀함의 극치로 잘 알려진 고려시대 공예미의 진면모를 확인할 수 있는 고려나전의 대표작입니다.

(출처 : 리움미술관 홈페이지)

나전국당초문 경함(螺鈿菊唐草文經函), 고려, 13세기, 나무에 나전, 황동, 높이 25.6 cm, 너비 47.3 cm, 깊이 25.0cm.

전시는 짧은 편이지만 그 어떤 전시보다 감동적인 작품들이라는 생각입니다.

하나의 경이로운 작품이 주는 감동이라는 게 있는데, 바로 이번 전시를 통해서 하는 말인 것 같기도 했습니다.

고미술전을 아직 보시지 못한 분들은 같이 보시면 더 좋을 전시입니다.

이번 전시는 종교적인 이유에서 많이들 관심을 가지지 않는 불교미술에 대해 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좋은 전시지 않나 싶습니다.

무료 전시이니 리움미술관에 방문하시는 분들은 해당 전시도 같이 보시기를 추천합니다.

전-함 典函 : 깨달음을 담다 – 리움미술관 고미술관 상설 전시 더 읽기"

Ayako Rokkaku 아야코 록카쿠 《 Mountains of Nameless Emotions 》 – 쾨닉 서울 KÖNIG SEOUL 전시

Ayako Rokkaku 아야코 록카쿠

《 Mountains of Nameless Emotions 》

​압구정 MCM 빌딩에 있던 쾨닉 서울이 최근 장소를 옮겼는데요, 바로 이태원 소월길로 그 위치를 옮기면서 어떤지 궁금하여 이번 기회에 방문해 보았습니다.

특히 이번에 이태원으로 장소를 옮기면서 국내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아야코 록카쿠(Ayako Rokkaku)의 신작을 전시하고 있는데요, 기존에 보아온 회화 작품이 아닌 오브제 설치 작품도 눈여겨볼 만하여 잠시 후기를 남겨봅니다.

전시 기간 : 2024. 12. 14 – 2025. 1. 25

관람 시간 : 화~토 11:00am – 6:00pm

(매주 일, 월요일 휴무)

장소 : 쾨닉 서울

​갑자기 이태원으로 옮긴 이유는 최근 많은 갤러리들이 한남동 근처로 모인 이유도 크지 않을까 싶었는데요, 하지만 많이들 가게 되는 한남동 갤러리 길이 아닌, 조금(?) 언덕인 윗동네로 위치해 있습니다. 아무래도 기존 압구정 로데오 근처에 위치해 있을 때는 여러모로 접근성이 좋았던지라 자주 방문하고는 했는데 이번에 옮긴 이태원 갤러리는 상당히 찾아가기 번거롭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지역적 특성상 가는 길도 언덕이거니와 주변에 카페나 다른 갤러리가 많지는 않기에 쾨닉 서울 하나만을 보고 단독으로 방문한다면 다소 번거롭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마음도 있으나 분명 이곳으로 옮긴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요.

이전 갤러리는 MCM의 한 일부분 소속 갤러리처럼 느껴지는 감이 없지 않아 있었는데, 이태원의 갤러리는 다른 화랑과 같이 한 건물에 위치해 있지만 이전보다는 독립적인 갤러리로 보이긴 합니다. 하지만 면적이나 작품의 양은 그전과 특별히 다르지는 않았기에 오히려 갤러리를 자주 찾았던 방문객에게는 조금 더 번거롭게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전시장은 지하 1층으로 되어있고 공간은 그렇게 크지는 않았는데요, 이번 전시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작품은 바로 다양한 울과 펠트 패브릭으로 만들어진 대형 오브제입니다.

갤러리를 처음 들어오자마다 가장 가운데 있던 오브제밖에 안 보일 정도로 이번 전시에서 기존에 보아오던 아야코의 평면 작품을 입체적인 또 다른 형태로 볼 수 있는 전시입니다.

오브제를 보면 마치 기괴하면서도 발랄하고 귀여운 동화 속에 나올법한 동굴인데요, 생각보다 크기가 꽤 컸기도 하지만 사방에서 여러 가지 각도로 다양한 형태와 소재, 디테일을 표현해서인지 직접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이는 마치 산처럼 쌓아 올려 화산이 폭발하는 것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하는데, 위협적이라기보다는 전반적으로 핑크빛의 따뜻한 천으로 덧대어져서 그런지 귀엽고 동화적인 느낌을 줍니다.

이러한 산과 같은 형태를 만든 이유는 작가가 스페인의 마요르카에서 레지던시 활동을 하던 무렵에 산에 둘러싸여 생활한 경험을 바탕으로 나오기도 했는데, 공교롭게도 전시 역시 서울의 한가운데 대표적인 남산에서 전시되고 있습니다.

작품을 가까이서 보면 단순히 패브릭을 덧붙인 것은 아닌듯하여 보일 만큼 형태도 소재도 다양했는데요,

직접 손으로 자르고 형태를 만들어 가는 과정을 보여주며 다양한 촉감을 자극하도록 만들어진 부분이 없지 않아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이번 작품은 크게 보면 작가가 형언할 수 없는 감정들에 대한 탐구를 하고 있는데, 자신도 모르는 커다란 감정의 동요나 축적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형태이기도 합니다. 왜 우리가 흔히들 뭔가 마음에서 일렁거리는 무언가를 하나의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때, 고스란히 그 느낌만 가지고 있는데 어떤 형태나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순간들을 쌓아두고 묵혀둔 느낌을 이 작품에서 보게 되어서 그런지 참 이상하리만치 마음이 가면서도 호기심이 생기는 묘한 작품입니다.

무엇보다 이 작품의 재밌는 점은 작품 내부에도 들어가 볼 수 있는 것이었는데요,

생각보다 내부도 나름 이것저것 조각조각 오려 붙인 흔적이 많은데 어떤 의미로 무엇을 붙였는지는 그리 중요하지는 않아 보였습니다. 그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들이 내면에서 뒤섞인 형태를 보여준다고나 할까요?

물론 이번 전시에는 오브제만 있는 것은 아니고 기존에 많이 사랑받고 있는 아야코의 작품들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1층으로 올라오면 이곳 역시 여러 마리의 펠트 토끼와 오브제를 볼 수 있습니다.

아쉬운 것은 양쪽 벽면의 그림은 직접 그렸다기보다는 그림을 시트지로 프린트하여 붙인 점입니다.

하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를 표현하는 데는 손색은 없었지 않나 싶습니다.

꼭 토끼 말고도 마치 돌의 형태를 어떤 감정이 일렁이는 느낌으로 표현하였는데 아야코의 사랑스러운 그림만큼 설치작품 역시 비슷한 분위기를 풍겨서인지 그림과 잘 어울린다는 느낌은 받았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소월길에 새로 옮긴 쾨닉 서울은 생각보다 상당히 공간이 협소했고 작품 수도 그렇게 크게 많지는 않습니다. 물론 이번 개관전 전시는 설치 작품이 매우 임팩트가 있어서 볼만했지만 그 밖에 다른 것에서는 새로움을 느끼지 못했다는 것이 조금 아쉬웠습니다.

만약 가보고 싶으신 분들은 갤러리 가는 길이 매우 경사가 급하고 심하니 구두보다는 편안한 운동화를 신고 가시길 추천드리며 주차장도 협소할 뿐만 아니라 가는 동선 자체가 단독으로 방문해야 한다는 점에서 접근성은 좋지는 않은 편이니 방문하실 분들은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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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PPAO 갑빠오 《 NO BOUNDARY 》 – 화이트스톤 갤러리 전시

KAPPAO 갑빠오

《 NO BOUNDARY 》

지난 12월 13일부터 소월길에 있는 화이트스톤 갤러리에서 독특하고 흥미로운 작품을 선보이는 작가 갑빠오의 전시가 열리고 있습니다. 회화 뿐만 아니라 조각 등 다양한 형식의 재미있는 작품들이 많기에 궁금하시는 분들을 위해 전시를 소개해 봅니다.

전시 기간 : 2024. 12. 13 – 2025. 2. 9

관람 시간 : 화~일 11:00am – 7:00pm

(매주 월요일 휴무)

위치 : 화이트스톤 갤러리 2층

이름답게 갤러리에 들어가면 전체적으로 깔끔하고 모던한 화이트톤으로 이루어진 갤러리 입니다. 그 중에서도 갑빠오의 전시는 한 층에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는데 유독 눈에 띄는 작품들이 많은 전시입니다.

갑빠오

갑빠오 작가는 이탈리아 브레라 국립 미술대학에서 장식미술을 전공하고 회화, 공예, 조각 등 다양한 장르의 작업들을 선보이고 있는 작가로 상당히 낙천적이면서도 위트 있으면서도 따스하고 서정적인 즐거움을 주는 작품들을 주로 선보이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입구부터 상당히 눈길을 가는 작품들이 많았는데 작품 하나하나가 모두 자꾸만 보게 되는 그런 마력이 있어서 보는내내 절로 웃음짓게 만드는 작품들이 많습니다. 작품 자체도 어렵게 해석하는 작품들이 아닌, 그냥 봐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작품들이 많기에 많은 곳에서 사랑받지 않나 싶은데요 아마 관람하시는 분들도 자신이 일상에서 느끼는 감정들을 많이 느끼실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그림이나 오브제의 모델 역시 일상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동물이나 사람들을 표현하고 있는데 특히 표정이나 행동이 눈길이 갑니다. 뭔가 멍 하는 듯 하고 모호하지만 그 속에서 다양한 감정들을 표출하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갑빠오

Ceylon man, 2024

갑빠오

Duck man, 2024

화이트스톤 갤러리

섬 할아버지, 2024

갑빠오

오리배소년

조형 역시 단순한 세라믹 조형이 아니라 절묘한 재로 믹스를 통해 자신만의 감성을 아주 잘 표현하는 작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특히 마치 눈앞이 찌를것 같은 느낌을 표현한 이 작품은 우리가 너무나 힘들때 눈이 찌를듯이 아플 때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갑빠오
페이스

Your face 1 / 2, 2024

일렬로 사람모형이 거울을 보는 듯한 이 작품은 각자가 자신을 바라보면서 비슷한 생각을 하는 것 같으면서도 조형 하나하나가 다른 모습 다른 표정이라서 그런지 마치 다른 생각을 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서로가 각자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는 감정은 생각은 어떨까요? 그만큼 사람의 감정과 생각은 다양하다는 것을 상징하는 것 같으면서도 결국 자기 자신을 바라보는 일은 누구에게나 꼭 필요한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거울
mirror

눈물을 검은 머리카락처럼 표현한 아래 작품은 제목 그대로 너무나 슬플때 마치 마스카라가 번지는 듯 하게 흐르는 검은 눈물을 아주 원초적으로 담아 인상적이었습니다.

검은 눈물

검은 눈물, 2024

작품 곳곳에는 동물을 소재로 한 작품들도 상당히 많은 편입니다. 한쪽에는 마치 어린 시절의 동물들을 보면 느끼는 감정들을 재밌게 표현한 그림들도 보입니다.

검은 고양이
차와 곰
갑빠오

Noting’s gonna change my face for you / Smoke man, 2024

갑빠오

Amici 4 / 떠나는 마음 머무는 마음, 2024

또한 조각을 단지 전시장에 올려놓은 것이 아닌, 바닥에 배치한 모습은 마치 어떤 스토리의 장소에 놓아놓은 것처럼 무대를 꾸며서 전시한 모습도 볼 수 있었는데 왠지 모르게 아이의 눈으로 바라보게 되는 동심으로 돌아간 느낌도 듭니다.

갑빠오

Small puppy, 2024

keep going

Keep going, 2024

그뿐만 아니라 오브제를 상당히 실용적인 인테리어 수납장에 접목한 새로운 시도들도 보입니다.

문을 닫으면 단순히 얼굴로만 보이지만 양쪽 문을 열면 그 안에 또 다른 귀여운 토끼 조각이 보였는데요

갑빠오 작가는 브랜드와의 콜라보도 많이 진행한 편이라서 그런지 의외로 실용적인 작품들도 눈에 띕니다.

갑빠오
갑빠오

Anici 1, 2024 / Green Anne, 2021

또 하나 독특했던 점은 작가의 작품들이 회화뿐만 아니라 조각이나 오브제 등 다양해서인지 큐레이션 자체도 연계된 회화나 입체적 작품들을 같이 붙여 전시해서 통일성을 주었습니다.

그림에 새가 있어 옆에 새 조각을 놓아둔 것처럼 말이지요.

초록 사막

Anici 2, 2024 / 초록 사막, 2023

그리고 그 앞에는 같은 초록 잎을 머리에 꽂은 오브제도 보입니다.

갑빠오의 작품을 보는 재미는 이 묘한 표정에서도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보는 이로 하여금 궁금하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갑빠오

Leaf man, 2024

삼각관계

미묘한 삼각관계, 2024

작품을 운반하는 박스도, 그 위에 올려놓은 작품들도 예사롭지 않더군요.

어떻게 모든 조각 하나하나가 그렇게 표정이 다 다른지 신기할 뿐이었습니다.

앞에서, 옆에서 볼 때 모두 다른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갑빠오
갑빠오

그 밖에도 다양한 작품들과 작품 제목 역시 그녀만의 위트를 느낄 수 있는 부분입니다.

내 귀에 캔디

내 귀에 캔디 / Face, 2024

새

나는 나는 새, 2024

갑빠오

Amici 5 / 각자의 섬, 2024

좀 더 다른 작품들이 궁금하신 분들은 인스타그램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KAPPAO 갑빠오 《 NO BOUNDARY 》 – 화이트스톤 갤러리 전시 더 읽기"

박진우 《 Still Alive 》 –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전시

컨템포러리 아티스트 프로젝트 : 박진우

《 Still Alive 》

 

최근 예술의 전당에서 반고흐, 카라바조, 미셸 앙리 앵콜 전시, 퓰리처상 사진전 등 그 어느때보다 인기있는 전시들이 많이 열리고 있는데요, 그 와중에 3층에서 조용히 열리고 있는 흥미로운 전시가 있습니다. 바로 예술의전당 컨템포러리 아티스트 프로젝트로 진행하고 있는 박진우 작가의 <Still Alive> 입니다.

전시 기간 : 2024. 12. 20 – 2025. 3. 2

관람 시간 : 화~일 10:00am – 7:00pm

(매주 월요일 휴무)

위치 :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 3층 제6전시실

still alive

해당 전시는 소재와 기법부터 매우 익숙하지만 독특한 방식으로 표현한 전시입니다.

박진우 작가는 주로 먹과 종이, 서예라는 한국의 전통적인 매체를 실험적으로 재해석하여 새롭게 표현한다는 점에서 신선했습니다. 자칫 그냥 옛것으로만 그대로 따르는 방식을 넘어 현 시대에 어떤식으로 표현해서 우리의 고유 문화와 역사를 재밌고 새롭게 표현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는 점에서 작품 자체가 좋다 흥미롭다고 느끼는 것을 넘어서 표현 방식의 스펙트럼을 좀 더 넓혀주는 계기가 될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전시는 크게 3개의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 읽을 수 없는 illegible

최근 문해력 논란이 있을만큼 한문은 커녕 한글도 제대로 해석하지 못하는 시대라고 하는데요, 일반적인 글도 그런데 서예에 써진 글은 더 하지 않을까 싶네요. 오래된 전통이 점점 멀어지는 현실을 작가는 재미있게 풍자하면서 서예를 다시 들여다보게 하고 그 가치를 생각하도록 작품속으로 유도합니다.

우리가 보통 서예를 어렵게만 느꼈다면 해당 전시의 서예 작품은 표현의 수단만 서예지 막상 글은 재미있는 내용과 우리의 일상의 내용을 많이 담고 있습니다. 또한 먹의 농도와 굵기에 따라 글만으로 다양한 표현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려주기도 합니다.

박진우, still alive

시숙제 먹 정착기, 2024

박진우, still alive

4,227,064,411, 2022

바코드를 글자로, 그것도 서예로 표현한 점도 재미있었는데, 그 안의 글자도 참 요즘 사람들이 생각하는 다양한 언어들로 표현되는 것이 흥미롭더군요.

박진우, still alive

4,227,064,411, 2022

박진우, still alive

그냥 산다, 2024

한글의 첫 글자인 ‘가’를 서로 다른 뜻의 한자로 쓴 작품입니다.

한자의 모양과 의미, 그리고 한글이 얼마나 잘 만들어진 글인지 단번에 깨닫게 되기도 했습니다.

박진우, still alive

가가가가가가가, 2024

  • 살아있는 alive

서예를 쓰기 위에서는 먹과 머루 등 문방사우가 필요하고 여전히 존재합니다.

그는 붓으로 쓴느 글씨에서 벗어나 글을 쓰는 재료를 또 하나의 추상화로 표현했습니다.

아래 작품은 그럴듯한 한문이지만 실상 글씨는 ‘압구정 현대 대궐 대치동 은마궁전’을 쓴 글입니다.

독특했던 것은 이제는 오래된 10원짜리 동전을 종이에 탁본으로 표현했다는 것이었는데

붓으로 그린 글자가 아닌 탁본의 글씨는 또 하나의 다른 디자인 처럼 다가오기도 했습니다.

박진우, still alive
박진우, still alive

新 삼공불환, 2024

장자에 등장하는 상상속 동물인 곤붕을 표현했다고 합니다.

곤붕은 날아오르는 순간 날개가 마치 하늘을 뒤덮을 정도로 크다고 해서 인지 멋있는 독수리 같기도 했는데요

날아오르는 순간 하늘에서 뿌려진 글자들을 가만히 읽어보면 우리내 인생사를 이야기 하는것 같기도 했습니다.

박진우, still alive

나는 난다, 2019

박진우, still alive

Shoulder to Shoulder, 2024

우공이산이란 뜻은 오랜시간 걸려도 꾸준하면 이룰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한데, 그래서인지 먹탁을 쌓은 작품과 잘 어울리는 의미가 아닌가 싶습니다.

지금 현재 아무런 결과가 없다고 해도 결국 꾸준한 노력은 빛을 발한다는 의미를 다시한번 되새겨 볼 수 있는 작품입니다.

박진우, still alive

우공이산, 2024

  • 먹으로 쌓은 탑 inkstick pagoda

작가는 글씨를 쓰면서 닳아지는 먹과 오랜 시간동안 비바람에 풍화되지만 그 자리를 지켜내는 탑을 보며 서로 닮음을 느껴 먹을 쌓아 탑을 만든 작품들을 제작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시작은 유명 탑들로 부터 였지만 차차 이름없는 작은 탑들에 끌리게 되면서 버려진 탑과 먹의 강인함과 소박함을 담아 작품으로 표현했습니다.

아래 원형의 작품을 보면 마치 우주의 블랙홀에 빨려들것만 같았던 작품은 생명의 탄생과 죽음을 나타내기도 합니다. 과연 우리는 어디서 흘러들어 나오는 걸까요? 우주의 신비는 꽤 매력적이고 이상적이라는 느낌이 드는데 그 느낌을 먹으로 잘 표현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박진우, still alive

The road – orbit, 2021

그 옆에는 외로운 나무 혹은 새싹을 표현한 것 같은 ‘생’이라는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는데, 이는 한자의 갑골문자와 전서를 모티브로 생명이 탄생하는 여러가지 모습을 표현했다고 합니다.

박진우, still alive

生, 2024

가운데는 주로 여러 먹탑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형태도, 재료도 다양하고, 밑을 밭치는 땅의 모양 역시 여러가지로 표현했습니다.

still alive
박진우, still alive
박진우, still alive

먹탑, 2024

박진우, still alive

Into the unknown, 2021

박진우, still alive

탁본에 쓰인 재료들도 상당히 흥미로웠는데 생각보다 예쁘기도 했고 다양했습니다.

평소에는 몰랐을 관심갖지 않으면 이런 아름다운 요소들을 찾아낼 수 있을까 싶습니다.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일은 이렇게 작은 관심에서 부터 시작하지 않나 싶네요.

박진우, still alive

작품의 양은 많은편은 아니나 재미있는 작품들이 많고 전체적으로 조용하고 여유있게 관람하기 좋았습니다.

기존의 회화, 서양화, 동양화에서 탈피한 작품이었기에 영감을 얻을만한 요소가 나름 있었던 전시지 않나 싶습니다.

예술의전당 당일 티켓이 있다면 해당 전시는 50% 할인된 가격에 보실 수 있으니 시간과 체력의 여유가 되신다면 같이 보시길 추천합니다.

박진우 《 Still Alive 》 –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전시 더 읽기"

Future City Seoul 퓨처시티 서울 《 빛으로 그린 미래 》 – DDP 동대문디자인플라자 디자인랩 전시

Future City Seoul 퓨처시티 서울

《 빛으로 그린 미래 》

지난 11월 29일부터 DDP의 3층 디자인랩에서는 《 퓨처시티 서울 : 빛으로 그린 미래 》라는 이름으로 미디어아트 전시가 열리고 있습니다.

제목 그대로 현재와 미래에 상상되는 서울의 모습을 여러 미디어아트 작가들의 작품들로 구성되었는데요, 기존에 봐왔던 미디어아트와는 사뭇 다른 전시이기도 하고 흥미로운 작품들이 많습니다.

특히 이번 전시는 한국국제교류재단이 협력하여 선보이는 전시로 지난해 서울라이트에서 엄청난 작품을 선보였던 시각예술의 선구주자인 미구엘 슈발리에(Miguel Chevalier) 작품 뿐만 아니라 다양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국내와 해외 작가들의 작품들이 선보이고 있습니다.

전시 기간 : 2024. 11. 29 – 2025

관람 시간 : 매일 10:00am – 8:00pm

위치 : DDP 동대문디자인플라자 디자인랩 3F

퓨처시티

이번 전시가 특히 흥미로웠던 이유는 최근 가장 모든 분야에서 이슈가 되고 있으며 작년에 이어 올해,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모든 분야에서 주목해야 할 기술인 AI를 이용한 작품들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작업과정이나 작품에서 알고리즘을 이용하거나 AI를 이용한 혹은 AI의 발전의 주제를 다룬 작품들이 선보였기에 더욱 흥미롭고 재미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더불어 앞으로 지금 이곳 서울은 어떻게 이 AI로 인해 변화할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전시이기도 합니다.

퓨처시티

이번 전시의 참여 작가는 아래와 같으며, 일부 작가의 작품들은 사진과 영상은 촬영하지 못하여 간단히 포스팅 하였습니다.

신혜진 & 클로드 Shin Hyejin & Claude

Trial, 2022

미디어 아티스트인 클로드와 사운드 아티스트 신혜진의 합작품으로 미지의 영역에서의 인간의 불안, 대자연을 느끼면서 느끼는 경이로운 감정들을 표현했습니다.

사라지다 없어지다 다시 어디선가 들리는 소리가 조금은 다른 세계로 인도하는 느낌을 줍니다.

이재형 Jaehyung Lee

Face of City, 2020

이번 전시에서 가장 시각적인 임팩트가 많이 남는, 주제와 잘 어울리는 작품이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가 흔히들 도시에서 느끼는 감정이나 생활 속에서 자주 쓰이는 단어나 이야기들 뿐만 아니라 일상속에서 주로 사용하고 있는 언어라는 데이터를 토대로 수많은 SNS를 분석하여 실시간 변화하는 사람의 얼굴 표정으로 만든 작품입니다.

표정을 보다 보면 다소 모호하다고 느낄 수 있는데요, 어떤 단어가 모이면 변화하는 느낌은 언어가 주는 감정과 남녀와 세대 간의 갈등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퓨처시티
퓨처시티

콰욜라 Quayola

여름정원 Jardins d’Ete, 2017

이탈리아 미디어 아티스트로 프랑스 샤토 드 쇼몽 쉬르 루아르의 만개한 정원을 콰욜라는 컴퓨터 기술을 이용해 새롭게 만들어 마치 프랑스의 유명 화가인 클로드 모네의 후기 인상주의 화법을 떠올리게 하는 이미지로 만들었습니다.

새로운 기술을 이용해 고전과 현대를 믹스하여 새로움을 창조함으로서 외국인들이 서울에 오게 되면 받게 되는 느낌을 표현해서인지 이번 전시에 작품이 포함되어 상영되고 있습니다.

퓨처시티

박재성 Je Baak

자각몽-다섯가지 색 Lucid Dream – Five Colors, 2021

2021년 서울라이트에서 선보였던 작품으로 다양한 매채가 감각기관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을 이미지로 형상화했습니다.

작품을 보다 보면 마치 여러 복잡한 선이 AI나 명령어에 의해 하나의 띠처럼 마치 우리 몸속에 움직이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는데요, 최근에는 AI를 예술 협업자로 인식하면서 작업을 이어나간다고 합니다. 앞으로 이를 이용해 어떻게 다양한 작품과 작업을 이어나갈지 기대가 됩니다.

메이킴 May Kim

플라톤의 아틀란티스 Plato’s Atlantis (extended cut), 2024

패션에서 전설적으로 남은 컬렉션 중 하나인 디자이너 알렉산더 맥퀸의 2010년 SS 컬렉션을 재해석한 작품으로

뱀의 비늘, 망막, 세포 등을 현미경으로 본 것처럼 클로즈업해서 추상적 이미지로 표현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시각적으로 미디어아트로서 하나의 작품으로 봤을 때 패션쇼에서 혹은 알렉산더 맥퀸의 의상에서 느낄 수 없는 또다른 아름답다는 느낌을 줍니다.

퓨처시티

미구엘 슈발리에 Miguel Chevalie

메타시티 AI 서울 Meta-Cities AI Seoul, 2024

컴퓨터로 시각예술을 구현한 국제적 작가인 만큼 이번에는 미래의 도시 서울을 아주 화려하고 속도감 있는 이미지로 표현했습니다.

AI가 어딘가 곳곳에 놓인 것 같은 엄청나게 복잡한 연결망으로 서로가 그물처럼 엮여져 있지만 그 속에 서울만의 미지들을 틈틈이 발견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퓨처시티

미디어아트인만큼 사진으로는 설명이 부족할듯싶어 유튜브에 영상을 올립니다.

다소 영상이 긴데 뒤로 갈수록 좋은 작품들이 나오니 끝까지 감상해 보시길 바랍니다.

Future City Seoul 퓨처시티 서울 《 빛으로 그린 미래 》 – DDP 동대문디자인플라자 디자인랩 전시 더 읽기"

Michel Henry 미셸 앙리 《 The Greatest Colorist 위대한 컬러리스트 》

Michel-Henry 미셸 앙리

《 The Greatest Colorist 위대한 컬러리스트 》

얼마전에 끝난 전시지만 기억에 오래도록 남는 전시기에 전시 후기를 올려봅니다.

전시 기간 : 2024. 10. 8 – 2024. 11. 17

관람 시간 : 화~일 10:00am – 7:00pm

(6:30pm 입장 마감, 매주 월요일 휴무)

장소 :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제7전시실

예술의 전당은 주말에 언제나 사람이 많은 관계로 오전 일찍 보려고 서둘렀음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가을을 만끽하려는 인파가 많아서인지 혹은 전시 막바지여서 그런지 관람객들이 무척 많았습니다. 갑자기 전시장에 사람들이 몰린 탓에 티켓을 끊고 바로 입장이 어려울 정도였는데요 무려 40분 정도 입장 가능 시간을 직원분께 안내받은 후 기다린 후에 입장할 수 있었습니다.

모든 작품들은 실제 작가가 그린 그림 원화 그대로 아주 가까이 볼 수 있도록 전시가 되어있는데요

한가람 미술관의 7관 B1층은 다른 곳에 비해 전시공간이 넓은 편은 아니어서인지 사진촬영에도 제한이 있습니다.

플래시 없이 전시 중반부부터 일부 작품만 촬영이 허가되어 몇 작품들만 담아 보았습니다.

전체적으로 이번 전시에서 미셸 앙리의 색을 가장 잘 보여준 전시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가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던 초기 네덜란드와 스페인의 풍경부터 대표적인 꽃을 그린 정물화들도 전시가 되어있는데요

포스터에서도 보시다시피 그의 그림은 대체적으로 매화 화려한 색감을 보입니다.

주로 유화 작품으로 물병에 꽂혀있는 정물화 혹은 뒤에 파리를 배경으로 한 대비되거나 비슷한 느낌의 정물화를 주로 보여줍니다. 그래서인지 확실히 파리의 색채와 느낌이 자연스럽게 묻어나는듯싶었습니다.

그는 빨강, 파랑, 노랑 등 여러 색들을 사용했는데요, 그중 가장 많이 보이던 색의 작품은 빨강, 레드입니다.

보통 레드 컬러가 뭔가 강렬하다 못해 어두운 이면을 보이기도 하는데, 앙리는 이를 채도와 명도 등을 적절히 조절하면서 화려하고 강렬하지만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풀어낸 점이 그의 그림의 특징이라면 특징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특히 꽃과 과일로는 체리, 사과 등 붉은 과일들과 함께한 정물들이 주로 보입니다.

미셸앙리

파리 다리 위의 귀여운 비둘기의 그림은 벌써 판매가 되었더군요.

이렇게 가끔은 위트가 느껴지는 그림들을 보니 사진 속 그의 웃음처럼 넉넉한 마음이 보이기도 합니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앙리는 구도와 색도 매우 잘 쓰는 듯한 느낌입니다.

아주 단순해 보이지만 그 속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미세한 칼라의 섞임의 농도가 아주 디테일하게 그만의 화법으로 풀어냈음이 느껴지며 생각보다 다양한 색으로 표현되었습니다. 그래서인지 그림이 훨씬 풍성하게 보이기도 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처음 그림을 그릴 당시 오로지 색채에만 관심이 있었다고 합니다.

어두운 색을 밝게 그리려고 했던 그의 노력은 그의 밝고 맑은 마음을 그대로 나타내는듯싶었습니다.

전시 뒤편으로 갈수록 양귀비꽃을 이용한 다양한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그는 현실을 상상으로 구현해서 풍경과 정물을 같이 동시에 놓고 그린 작품들도 많이 선보이고 있는데요

그래서인지 내가 앉아있는 자리에서 마치 판타지 속으로 들어가는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많은 것을 비우고 상상한 대로 그린다는 것, 구현하는 것이 쉬워 보이지만 결코 쉽지 않음을 알기에

단순해 보이지만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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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탱크예술제 – 마포 문화비축기지 전시 추천, 예약 링크

2024 탱크예술제

《 미래를 그리다 》

 

마포 문화비축기지에서 최근 재미있는 전시가 열려서 소개해봅니다. 바로 이름부터 무시무시한 탱크예술제인데요, 해당 전시 프로젝트는 매년 마포 문화비축기지에서 신진 예술가와 함께 문화비축기지의 공간을 새롭게 재해석하고 다양한 예술을 선보이는 프로젝트입니다.

 

전시 기간 : 2024. 10. 11 – 2024. 11. 3

관람시간 : 10:00am – 6:00pm

장소 : 마포 문화비축기지

관람료 : 무료

 

문화비축기지는 예전 석유기지 시절에 있었던 탱크로리 일부를 개조하여 문화공간으로 탈바꿈 한곳이기도 합니다. 이를 주제로 여러 예술가들이 작품을 선보이는 전시로서 올해는 ‘미래를 그리다’라는 주제로 시각적으로 그리는 그림을 넘어서 그야말로 먼 미래의 계획과 상상을 작품으로 펼쳐보이는 전시입니다.

탱크예술제의 특징이라면 단순히 캔버스를 통해 보는 평면적인 작품을 넘어서 관객이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참여형 전시가 많기도 합니다. 날씨 좋은 가을날 공원을 천천히 산책하면서 다양한 작품을 만나보는 좋은 시간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번 전시는 전시 뿐만 아니라 강연이나 공연, 워크숍 등 다양한 프로그램과 행사가 열린다고 하니 시간표를 참고하신 후 원하시는 시간에 방문하시거나 사전예약이 필요하다면 미리 예약해서 방문해보시길 추천합니다.

전시 위치와 작품들은 아래와 같습니다.

문화비축기지

​T1 파빌리온

마인드붐 <발 아래 처음과 하늘 아래 마지막>

 

T2 실내공연장

노진아 <진화적 시간의 알고리즘 Evolutionary Algorithm>

T4 복합문화공간

서울경제, 대강포스터제 기획 <2024 제3회 대강포스터제>

T5 미디어관

이형곤×이재옥 <물의 시간>

T6 문화아카이브

노승관 <안녕 안녕 다시 안녕>

T6 원형회의실

이상욱 <가상의 데이터베이스 파빌리온 Hybrid Space Series : Virtual Database Pavilion>

 

  • 행사 일정표

아티스트 토크나 강의, 강좌는 아래 시간표 참고해주세요.

날짜

시간

행사

장소

10/11 (금)

3:00pm – 5:00pm

토크

아티스트 토크 – 노승관

T6 강의실

10/12 (토)

10:00am – 1:00pm

강좌

도슨트 – 2024 제3회 대강포스터제

T6 강의실

1:00pm – 3:00pm

토크

아티스트 토크 – 노진아

T6 창의랩

3:00pm – 5:00pm

토크

북토크 – 우리의 속도를 만들어

T6 옥상마루

7:00pm – 8:00pm

공연

스크리닝 – 마인드 붐

T2 야외무대

10/13 (일)

10:30am – 12:30pm

강좌

깨달음의 예술, 한글 – 한재준

T6 강의실

11:00am – 1:00pm

강좌

AI로 1분영화 만들기 – 이형곤 & 이재욱

T6 창의랩

1:00pm – 3:00pm

강좌

슬슬 풀릴지어다 마음, 부화 – 마인드붐

T6 강의실

3:30pm – 5:00pm

강좌

싱잉볼 사운드 – 마인드붐

T6 옥상

 

 

  • 시민참여 프로그램

각 전시는 도슨트 투어도 운영되며 그 밖에도 각 테마별 다양한 투어 프로그램도 예정되어 있습니다.

매해마다 서울시에서는 서울시 공공예약 서비스를 통해 사전신청을 받고 있으며, 일부 프로그램 (전시 도슨트 투어, 숲해설투어, 북 피크닉) 은 현재로서는 예약이 마감되었고, 비축공간투어만 예약을 받는 중입니다. 이 마저도 현재 남은 예약석이 많지 않으니 관람 원하시는 분은 확인하시고 서둘러 예약하시기 바랍니다.

  • 위치 : 마포문화비축기지 – 서울특별시 마포구 증산로 87

문화비축기지는 공간이 매우 넓은곳이며 각 전시별 위치가 다르기 때문에 아래 자세한 지도를 참고하시면 관람시 도움이 될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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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경자 탄생 100주년 기념 《 격변의 시대, 여성 삶 예술 》 – 서울시립미술관 전시

천경자 탄생 100주년 기념

《 격변의 시대, 여성 삶 예술 》

서울시립미술관에 가면 언제나 한켠에는 천경자 작가의 그림이 걸려있는데요, 이번 전시는 천경자 작가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여 천경자뿐만이 아니라 근현대에 활동하는 다양한 국내 여성작가의 작품들을 전시합니다.

최근 한국의 여성 아티스트들이 해외에서도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이번 전시를 통해 한국 작가들이 그동안 어떤 방식으로 자신만의 작품 활동을 해왔는지 그리고 지금 이 시대에 이를 확장하여 어떻게 발전하면 좋을지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전시 기간 : 2024. 8. 8 – 2024. 11. 17

관람시간 : 화~금 10:00am – 8:00pm

토, 일, 공휴일 10:00am – 7:00pm (하절기 3-10월)

10:00am – 6:00pm (동절기 11-2월)

(매주 월요일 휴무)

장소 :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2F

관람비 : 무료

이미 너무나 많은 분들이 알고 있는 천경자 작가는 국내 여성 근현대 미술에서 많은 의미를 주는 작가이기 때문에 모르시는 분들이 없을 정도로 한국의 대표적인 여성 화가이기도 합니다. 그녀는 광복 이후 무엇보다 동양화가 전부였던 시대에 채색화를 도입하여 일본화의 색이 아닌 한국적인 색채로 그려나갔고 한국화라는 틀과 경계조차 벗어나 자신만의 색으로 담아놓은 자유로는 화풍을 선보입니다. 재로 역시 다양하게 사용하였기에 그녀의 그림을 보면 현대적인 묘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수많은 여성 작가들은 훗날 이런 자주적이고 주체적인 인식에 영향을 받아 현대 미술에서 다양한 자신만의 색채를 표현하는 작가들이 등장할 수 있었기에 선구자적인 역할을 했고 지금까지도 많은 미술계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전시는 6개의 공간으로 나누어져 있었으며, 시대별로 다양한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광복 이후에는 아무래도 작품들을 전시하거나 선보일 곳이 많지 않았기에 조선미술전람회 혹은 대한민국미술전람회에서 출품하여 입상한 작품들이 많은 편이며 이를 주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가장 먼저 보이는 작품은 이번 전시의 대표적인 작가인 천경자의 작품으로 대중에게 가장 잘 알려진 작품이기도 한 <내 슬픈 전설의 22페이지>가 전시되어 있습니다.

그녀의 트레이드 마크이자 자주 그리던 오브제인 뱀을 그리게 된 계기는 매우 괴롭고 고통스러웠던 시기에 이를 표현하기 위함이기도 한데요 그래서 그런지 그녀의 초상화는 환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애잔함이 느껴집니다.

천경자

천경자 – 내 슬픈 전설의 22페이지, 1977

천경자는 1972에 약 20일간 베트남에서 여러 화가들과 함께 한국군의 활약상을 기록화로 그리기도 했는데, 그때 당시 그린 스케치와 작품들도 전시되어 있습니다. 이때 그린 그림으로 돈을 받게 되면서 경제 사장이 나아지면서 그림에만 몰두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합니다.

천경자 – 26연대 부락작전 1, 2, 1972

천경자 – 수장굴 수색작전 / 헬기수송작전 / 폐복작전 / 갈대 수색작전, 1972

그때 그린 그림 중 하나인 <꽃과 병사의 포성>은 한때 국방부에 걸려있다가 이번에 처음으로 대중에게 공개한 작품이기도 합니다.

천경자 – 꽃과 병사와 포성, 1972

반대쪽에는 한국의 춤을 그린 여러 작가들의 작품들도 전시되어 있습니다.

특히 한복의 화려한 색채와 움직임들이 눈에 띄는데 작가마다 이렇게 다른 색다른 느낌으로 그린 것을 비교해서 볼만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화려함과는 달리 당시 시대는 정치적으로 암울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슬픔을 쏟아내기 위한 몸부림이기도 했기에 기쁨 속 슬픔이 고스란히 전해져 오기도 합니다.

장상의 – 번뇌, 1988 / 다시래기, 1988

이숙자 – 얼쑤! 얼싸!, 1991

이화자 – 무제, 1997

이후 혁명 시대의 수많은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상황을  잘 대변해 주던 조각상도 눈에 띕니다.

몸짓과 표정이 그림에서 볼 수 없었던 부분을 입체적으로 표현해서 좀 더 실감 나기도 했습니다.

 

문은희 – 무제 / 4-19 혁명 / 무제, 2000년대

윤애근 – 공-독도, 2005

 

이어지는 옆 공간에서는 먹으로 그린 듯한 한국화의 성향이 짙은 화풍의 그림들이 주로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이는 1922년부터 1944년까지 열린 조선미술전람회의 출품작으로 일제강점기에 일본에 의해서 만들어진 미술공모전인데다 각종 심사의 차별, 수상제도 등 여러 비판을 받기는 했으나 당시 암울한 상황에서는 이곳에서 밖의 작품을 선보일 길이 없었는데요, 물론 이를 계기로 훗날 광복 이후 대한민국 미술전람회(1949-1981)로 이어지면서 한국 근현대미술을 보여줄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기도 했습니다.

 

다음으로 이어지는 공간에서는 먹으로 그린 듯한 한국화의 성향이 짙은 화풍의 그림들이 주로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1922년부터 1944년까지 열린 조선미술전람회의 출품작이 주로 전시되어 있는 공간은 일제강점기에 일본에 의해서 만들어진 미술공모전인데다 각종 심사의 차별, 수상제도 등 여러 비판을 받기는 했으나 당시 암울한 상황에서는 이곳에서 밖의 작품을 선보일 길이 없었지요.

물론 이를 계기로 훗날 광복 이후 대한민국 미술전람회(1949-1981)로 이어지면서 한국 근현대미술을 보여줄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기도 했습니다.

 

박래현 – 여인 / 소녀, 1942

주로 해당 전시공간에서는 당시의 여성의 생활이나 생활 속 모습 혹은 시대상을 볼 수 있는 작품들을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박래현 화가는 당시 김기창과 함께 한국전쟁 이후 군산에서 피난생활을 하며 동양화를 연구했는데 일본을 통해 큐비즘을 접하면서 동양화에 큐비즘의 형식을 더한 <회고>라는 작품으로 1957년 국전에 입선하기도 했습니다. 큐비즘이 더해진 한복 입은 여인의 모습은 뭔가 서양의 큐비즘 작품들과는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박래현 – 회고, 1967

원문자 – 무리, 1964

앞서 보여준 천경자나 박래현의 경우는 일본 유학으로 독특한 화풍을 표현하기도 하였지만 해방된 이후로는 국내 대학에서 교육을 받아 작품 활동을 이어가는 작가들이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서울대학교, 홍문 대학관(지금의 홍익대학교), 이화여자대학교, 서라벌 예술대학교가 그 시초가 되기 시작하면서 하나둘씩 작가들이 등장하기 시작하였고, 한국에서만 표현할 수 있는 화풍과 풍경들을 담아내기 시작했습니다.

이인실 – 추교, 1965

당시는 아무래도 소재의 한계가 있었기 때문에 화려한 색보다는 먹으로 그린 그림이 많았고, 테크닉적인 면에서도 한계가 있다 보니 조금 독특하다면 이렇게 탁본으로 만든 작품들도 종종 눈에 띕니다.

김경자 – 반야경, 1972

피폐한 당시의 사회상황에서 그래도 온전히 남은 역사의잔해 중 창경궁은 현재까지도 많은 작가들이 영감을 얻는 장소이기도 했습니다.

여전히 아름다운 창경궁은 이곳에서도 몇몇 작품들이 눈에 띕니다.

이희자 – 염, 1981 / 이숙자 – 고찰, 1979

희미한듯한 색감이 인상적이었던 오낭자의 작품은 그 시대만의 아련함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습니다.

오낭자 역시 창경원을 자주 산책하면서 동물을 자주 그렸다고 합니다.

오낭자 – 여일, 1977

원문자 역시 인물을 그리다 화조로 바꾸면서 창경원의 칠면조의 생태를 연구하면서 그리기도 했는데 이 작품은 국전에서 국회의장상을 받기도 했다고 합니다.

원문자 – 칠면조, 1970

 

뒤이은 공간에서는 작가의 색채와 개성이 가득한 작품들이 주를 이룹니다.

천경자의 작품은 이곳에서 좀 더 다양한 작품들이 많이 보였는데요, 다른 공간에서 천경자의 작품만 한데 모아서 전시를 하고 있습니다. 다시 봐도 역시 좋은 작품이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네요.

 

천경자 – 청춘의 문, 1968 / 이탈리아 기행, 1973

천경자 – 사군도, 1969

이곳에서 전시되고 있는 천경자의 그림은 여행 중 서양의 이국적인 풍경을 담은 그림이 많습니다.

아프리카를 담은 <초원>, 스페인의 풍경을 담은 <그라나다의 도서관장> 등 천경자 작품이 한데 모여있는 공간에서도 다양한 나라와 도시의 풍경들을 담은 그림들을 볼 수 있습니다. 더불어 그에 영향을 받은 화려한 색감의 이숙자와 오낭자 작가의 그림들도 전시되어 있습니다.

천경자 – 초원, 1973

천경자 – 그라나다의 도서관장, 1993

이숙자 – 이브, 1988

오낭자 – 재연, 2005

오낭자 – 군음, 1989

아래 세 작품은 한 작가가 그린 그림일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서로 다른 작가들의 그림들이고 다른 시대에 그린 그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한데 모아 전시해놓은 작품들이 마치 하나의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 낸 것처럼 잘 어울리기도 했습니다. 

류미나 – 상, 1979 / 유인자- 풍요, 1991 / 박현자 – 만남, 2003

금동원 – 정릉의 봄, 1993

문은희의 군상들을 담은 작품들도 눈에 띄었는데요 마치 추상같기도 하고 사실화 같기도 합니다.

형태가 분명하지만 얼굴의 표정은 모호하나 그 움직임 하나로 표현하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문은희 – 누드-군상, 2010년경

대형 탁본 작품이었던 <가르마>는 우리 선조 여인들이 곧게 타 올린 머릿속 가르마를 의미하기도 했는데, 그녀들이 살아온 길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이 작품은 세 개의 화폭으로 이어져 있지만 각 화폭의 위치를 조정함에 따라서 다른 형태의 그림으로 연출할 수 있기도 하니 어떻게 벽에 거는지에 따라 다르게 보일 수 있겠더군요.

 

심경자 – 가르마, 1998

먹과 목탄 채색으로 그린 이 작품은 선과 점이 나란히 전시되어 있는 상당히 추상적인 그림이지만

삶에서 죽음으로 이르는 길이라는 의미를 생각하면 단순하지만 단순하지 않은 그림이기도 했습니다.

차명희 – 상상, 2005 / 소리, 2011

이화자 작가가 그린 최근작인 <좁은 문 가는 길>은 양평의 단풍이 떨어지는 풍경을 담았다고 합니다.

이는 나이가 들면서 주변의 사람들이 하나씩 떠나가는 모습을 보며 생애의 끝으로 가는 길을 그린 작품으로 낙엽이 떨어지는 것처럼 언젠가 화려한 색을 보여주던 시절이 있으면 시간이 지나 떨어지고 쌓여 어떤 또 다른 생애의 길로 가는 느낌을 표현했다고 합니다.

삶의 끝을 마주하는 작가의 마음을 담은 작품인지는 몰라도 이렇게 좋은 그림을 남긴 한 시대를 풍미했던 작가들도 이제는 서서히 사라져가는 시대, 그 시대의 오래전 작품들을 잘 보존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작품입니다.

이화자 – 좁은 문 가는 길, 2024

이번 전시는 무엇보다 천경자 작품들을 다시 되돌아 볼 수 있는 시간이자 시대의 변혁기에서 애써 창작의 끈을 이어갔던 비주류의 여성 화가들의 치열한 고민과 노력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이제 그들도 어느덧 나이가 들었고 생애 남아있는 날들이 많지 않음을 느끼면서 잠시나마 살아있는 이 시대에 그 뜻을 기리며 이어나갈 필요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한 단순히 보존을 넘어서 끊임없이 변화와 도전, 혁신을 추구하려고 노력했던 작가의 마음가짐을 되새기며 모두가 사회에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발전시켜 나가야 할지 생각해게 되는 좋은 전시라 생각됩니다.

천경자의 그림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꼭 가보시면 좋은 전시이며 그 밖에도 우리가 몰랐던 화가들의 작품을 볼 수 있기에 시간이 되실 때 관람해 보시길 추천합니다.

천경자 탄생 100주년 기념 《 격변의 시대, 여성 삶 예술 》 – 서울시립미술관 전시 더 읽기"

서도호 《 스페큘레이션스 Speculations 》 – 아트선재센터 전시 후기

서도호

《 스페큘레이션스 Speculations 》

 

올해 가장 많은 사람들이 기다렸던 전시 중 하나가 아닌가 싶네요.

바로 서도호 작가의 전시가 지난주 토요일 8/17일부터 열렸습니다.

해외에서 주로 활동하셔서 그런지 국내에서는 좀처럼 작품을 보기 힘들었는데요, 오랜만에 만난 서도호 작가의 새로운 작품들을 많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지 않나 싶습니다.

 

전시 기간 : 2024. 8. 17 – 2024. 11. 3

관람 시간 : 화~일 12:00pm – 7:00pm (입장 마감 : 6:30pm까지)

위치 : 아트선재센터

실제 거주했던 집이나 공간을 투명한 천으로 만들거나 재구성한 작품으로 집과 사람,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새로운 방식으로 풀어나가는 서도호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자신의 작업 방식과 작품의 전개 방식, 미래의 공간에 대한 다양하고도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작품들을 선보였습니다.

주로 설치작품이 많았던 이전과는 다르게 영상과 함께 어우러진 그의 내러티브가 새롭게 다가오는 전시이기도 했는데요, 이번 전시의 제목이 《스페큘레이션(추측, Speculation)》인 이유도 그동안 그가 상상하고 생각했던 시간과 기억, 공간들을 현실에 존재하는 작품으로서 만들어 가는 과정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적절한 타이틀인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1F – 더 그라운드 The Ground

1층의 공간에서는 ‘완벽한 집 : 다리 프로젝트 (2010-2012)’를 중심으로 그가 작업한 스케치와 코오롱스포츠와 협업하여 만든 구명복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다리 프로젝트는 “당신을 위한 완벽한 집(Perfect Home)은 어디에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이에 대해 그가 살았던 뉴욕과 서울, 더하여 그가 살고 있는 런던까지 연결하는 방식으로 만약에 집과 공간이 이동할 수 있다면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한 상상력을 보여줍니다. 특히 세 도시에 있는 집을 이동시키려면 태평양 바다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기후와 환경을 거쳐 북극까지 연결하는 루트로 이동을 해야 하는데요 이 과정에서 생각해 보는 완벽한 집에 대한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하게 됩니다.

단순한 상상력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이렇게 진행을 했을 때 필요한 공간의 형태와 기술을 상당히 구체적이고 과학적이게 심미안적인 부분까지 고려하여 건축가, 생물학자, 물리학자, 산업디자이너 등 여러 사람들과 협력하여 실현 가능할지에 대한 수많은 고민을 했던 과정을 볼 수 있기도 했는데요, 이 과정에서 기후와 환경, 고립, 장벽 등 여러 가지 사회문제들에 대한 고민들까지 이전보다 좀 더 심도있는 작품세계를 구현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서도호 작가는 본인이 살았던 서울과 뉴욕, 런던의 집의 모형 하나의 다리로 연결 짓고 이 세 공간이 합쳐지는 과정을 보여주는 시뮬레이션을 보여주면서 과연 이렇게 세 공간을 합치면 어떻게 보이는지에 대해 눈으로 볼 수 있도록 가상현실 세계에서 구현해 보기도 했는데, 언뜻 보면 살기 좋은 완벽한 집처럼 보이지만 과연 외형적 형태나 내형으로서도 각자의 고유의 기능과 개성을 상실하는 것이 정말 완벽한 집인지에 대해 묻기도 합니다.

현재 국경의 경계가 없는 지금 많은 주거공간은 그 나라의 고유의 특성이 점점 사라져가는 건물로 변모하고 있는데요, 많은 여행을 다니다 보면 이제는 어딜 가나 새로운 건물들은 비슷한 형태를 띠기도 하는데 아마 이러한 과정에서 비슷한 부분을 느끼게 되지 않았나 싶더군요.

집이란, 공간이란 결국 그 도시의 문화와 역사, 사회와 기후, 환경까지 고려되어 탄생되는 것이기 때문이기도 하다는 것을 다시한번 느끼게 됩니다.

공간의 이동 과정에서는 태평양뿐만 아니라 북극까지 다양한 기후들을 거쳐갈 수밖에 없는데, 그 과정에서 과연 공간만 완벽한 집으로 만들면 끝나는지에 대해 묻기도 합니다.

인간은 안이든 밖이든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동물이기에 공간이란 의미는 결국 의복까지 확장되는 형태로 보이기도 합니다. 어쩌면 집의 가장 작은 단위는 옷이라는 형태로 보는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이 과정에서 만든 프로젝트는 실제 아웃도어를 만드는 코오롱 스포츠와 코오롱의 업사이클링 브랜드인 레코드와 협업을 하면서 만들어지기도 했습니다.

각 프로토 타입의 옷은 실제 남극 탐험대 지원복에서 영감을 받아 극한 환경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도록 제작되기도 했다고 하는데요, 디자인 스케치와 3D 샘플까지 보여주기도 하면서 코오롱의 기술력을 작가의 상상력이 더해진 형태로 볼 수 있어 새로웠습니다.

특히 S.O.S라는 가장 완벽한 집으로서의 한 사람이 들어가는 작은 대피소 같은 옷을 보며 정말 저렇게 입으면 집은 어디서라도 이동할 수 있는 형태로, 그리고 꼭 집의 형태가 아니라도 옷으로도 변모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가 놓은 북극으로 도보로 이동할 수 있는 다리 위에는 또 다른 건축물이 있는데 바로 대관람차에 다양한 국가의 맛집, 카페, 작은 가게 등 추억의 장소를 놓고 돌아가는 형태를 보여주기도 하느데 이는 삶에서 각자 중요하게 생각하는 공공장소를 하나의 구조로 결합한다면 소속감을 느낄지에 대해 묻는데 현대인의 스마트폰을 보는 것 같은 느낌도 들기도 합니다.

각자 다국적의 앱스토어를 어떤 한 공간에 모아 놓은다면 저런 느낌이지 않을까 싶은데요 실제 건축물로 만든다면 그것은 과연 많은 현실적 측면에서 어렵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스토어의 형태는 어떻게 변할지는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결국 공간이란 물리적 환경에 지배를 받을 수밖에 없는데 이를 위해서는 많은 차원에서 다변화가 일어나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결국 한 가지만 발전되고 변한다고 해서 실현 가능하지는 않을 수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우리는 항상 완벽한 집을 바라지만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완벽한 집과 공간이란 보통 살기 좋은 환경이거나 투자가치가 있거나 하는 등 여러 가지를 생각하지만 어쩌면 그가 상상하는 집의 이동을 보면서 완벽한 집이란 어디든 자유자재로 옮길 수 있는 집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이는 비행기와는 또 다른 부분이기도 한데 공간을 완벽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다양한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형태와 재료, 디자인도 수반되어야 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실제로 작업하는데 있어서는 많은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인지 스스로가 느꼈던 편리한 부분을 통합해 보는 것은 어떨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합니다. 수많은 스케치들이 그 부분을 보여주고 있기도 하고 그러다 보니 생전 보지도 못할 형태의 구조들이 보이기도 했는데,  그렇게 상상으로 생각한 다양한 공간의 형태는 이렇게 수많은 스케치에 의해 나온 아이디어와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회의를 하며 이루어진 결과물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자세히 보면 상당히 디테일하고 공학적인 측면이 돋보였는데 그동안 작가가 얼마나 많은 것들을 생각하고 상상하며 고심했는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예전 전시에는 단순한 집으로서의 작품들이 많이 보였다면 이번 전시에는 좀 더 범위가 넓어진 삶의 다양한 형태에 대한, 앞으로 미래에 우리는 어떤 곳에서 살아가야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의 흔적이 담아있는 듯 했습니다.

전시에 대한 아이디어 스케치를 영상으로 보여준 화면은 아래 유튜브에도 업데이트 했으니 그의 상상력을 어떻게 풀어나갔는지 궁금하신 분들은 한번 참고하셔서 보셔도 좋을것 같습니다.

2F – Space 1

2층에는 주로 그가 거주했던 집을 모형으로 담은 작품들이 주로 전시되어 있습니다.

특히 그의 상상력이 돋보이는 작품들이 많습니다.

가장 먼저 보이는 리버풀 비엔날레에서 선보였던 Bridging Home(연결하는 집)은 그의 대표적인 작품 중 하나로 그가 어린 시절에 살던 추억의 집을 실제 리버풀 거리 건물 사이에 설치한 작품입니다.

이스트 런던(East London)은 특히 이민자가 많이 살고 있는 지역이라서 자신의 기억에 담긴 집을 이곳에 설치하는 것은 아주 적합한 공간이었다고 합니다. 일종의 정체성을 표현하기 아주 좋은 지역이었던 것이지요.

그는 어린 시절에 성북동 전통한옥에 살다가 뉴욕과 런던에 거주한 배경을 가지고 있는데 두 가지의 문화를 경험하지만 동시에 어느 하나에 완전히 속해있지 않았다고 합니다.

현지인이지만 이방인이라면 느꼈을 그야말로 “끼어있는’ 자신의 정체성을 아주 잘 표현해 내기도 했습니다.

동시에 우리 문화는 또 다른 문화를 연결하는 고리가 될 수 있다는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이렇게 끼어있는 한옥의 모습은 뒤에 있는 다리 위에 설치한 작품도 마찬가지인데요

그가 이렇게 비스듬하게 한옥을 다리 위에 안착한 이유는 마치 하늘에서 집이 떨어지면 어떤 형태로 떨어질까 하고 설치한 작품이기도 한데 이 경우 완전하고 바른 위치에 착륙하기는 어렵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마치 만화에서나 나올법한 느낌과 형태로 설치를 한 것이지요.

하지만 이러한 형태의 한옥을 멀쩡한 다리 위로 올려놓는다는 것은 생각보다 현실적으로 쉽지 많은 않았다고 합니다.

이유는 무게와 각도 여러 가지 기술적이나 건축학적으로도 고려할 만한 요소가 있기 때문이기도 한데요

이는 기술자와 협의해 자신이 생각지 못한 곳에서 어느 정도 타협도 해야 했다고 합니다.

특히 지붕의 기와의 경우는 실제 점토를 붙이고 기와를 올리면 그 무게가 다리를 지탱하고 받치는 데에도 문제가 있을 뿐만 아니라 런던이라는 공간에서의 거리적 한계도 있기 때문에 기술자와 건설자와 타협하여 플라스틱이나 나무로 형태를 만들어서 올리는 방식으로 타협을 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누구나 상상은 하지만 현실로 구현해 낸다는 것은 많은 난관에 봉착하며 이는 혼자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닌, 여러 사람과 논의하며 이루어지기에 작품도 삶도 모든 것이 오로지 혼자서 일구어낼 수 있지는 않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샌디에고 현대미술관 지붕에 집을 불시착시킨 ‘별똥별’ 작품도 마찬가지입니다.

무엇보다 이질적인 느낌의 한옥을 아주 자연스럽게 작품에 녹여들게 할 수 있는 것은 그가 이주하면서 경험한 다양한 문화에서도 오는 느낌이 듭니다.

외국인에게는 낯선 한국의 집을 억지로 어떤 문화나 기술과 애매하게 섞이려 하기보다는 마치 불시착한 듯 좀 더 자연스럽게 놓이는 것이지요.

가끔은 한류라는 이름으로 너무 억지로 끼워 맞추려는 형태가 보일 때가 많은데 그런 면에 있어서 서도호 작가의 작품들은 뒤섞으려는 시도를 하다 본질을 잃고 자신이 의도한 것들을 삭제하거나 변형하기보다는 고유의 형태를 유지하며 자연스럽게 어울리도록 놓는 것이 더 좋은 방향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게끔 합니다.

 

생각보다 이 작품은 공학적으로도 재정적으로도 모든 어려운 난제를 가지고 있는 작품이었다고 했는데요 그만큼 협력자들과 많은 이야기를 하며 조율해갔고 너무 많은 타협은 하지 않되 생각의 의도로 최대한 현실에 맞춰 진행했다고 합니다. 작가 역시 이 과정을 즐기기도 했다고 합니다.

 

한쪽 벽에는 이렇게 모듈화된 집들도 있는데 서도호가 살았던 모든 집을 건축 모형으로 만든 작품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많이 이동해서 살았나 하는 생각도 들었는데 그래서 집에 대한 탐구가 그에게는 자연스럽게 작품에서 이어지지 않았나 싶습니다.

심지어는 거푸집까지 이렇게 전시되어 있어 그가 어떻게 작업을 했는지도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해변 가까이에 있는 집의 모형도 보입니다.

이 작품이 재미있었던 이유는 정말로 집 앞에 보이는 바다의 물이 파도처럼 움직이는 형태를 띱니다.

 

그는 집뿐만 아니라 대웅전 뒤편의 경주 사천왕사를 담은 작품도 있습니다.

사천왕사는 신라 문무대왕 19년인 679년에 지은 사찰로 당나라 고종이 신라를 공격하려 할 때 명량 법사의 조언으로 지은 사찰인데 당시 당나라 침입이 급박했기에 임시로 비단천으로 지은 것이 바로 사천왕사라고 합니다.

사천왕사를 짓고 간절히 빌어 부처의 보살핌으로 인해 신라는 절체절명의 순간을 벗어났다고 하는 역사가 있는데 현재는 터만 남아있는 이곳을 작가는 작품으로 만들기도 했습니다.

 

전시장에는 모형만 전시되어 있지만 이전에 런던의 미트래움 박물관(Mithraeum)에서 전시한 사진이 있어 가져와 봅니다.

특히 미트래움 박물관은 런던의 블룸버그 사혹 지하에 있는데 로마 시대 유적지인 미트라 사원을 보존한 곳으로 사천왕사와도 뭔가 연결되는 듯한 느낌을 보여줍니다.

작가 역시 이 사찰에 영감을 받은 작품을 전시함으로써 고대의 동양과 서양의 연결을 보여줌과 동시에 사람들이 어떤 의식을 하며 안식을 찾는 보편적 속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진 출처 : lehmannmaupin.com)

 

작가는 앞서 1층에서 본 것처럼 공간의 이동에 대한 작품들도 많습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이렇게 트럭에 자신의 고향 집인 한옥과 정원을 싣고 미국 대륙을 횡단한다는 상상을 담기도 했는데요 미국 뉴욕의 매디슨 스퀘어 파크를 달리는 모습을 영상으로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그는 집뿐만이 아니라 호텔도 마음대로 이동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트럭에 호텔을 짓기도 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지금의 캠핑 카라반이기도 한데 다른 점이라면 그야말로 호텔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인데요

의외로 그 안의 디테일도 모두 꾸며져 있는데 이렇게 이동식 호텔을 짓게 된다면 언제든지 호텔도 가지고 다니면서 편리하게 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비어있을 경우는 어디서든 누구에게나 돈을 받고 수입을 올릴 수 있는 새로운 부수입 경제 수단이 되는 또 다른 대안이 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한쪽 전면에 거울을 부착하며 달리는 대형 트럭은 좀 더 많은 공간을 사람들이 확장해서 볼 수 있도록 만들어줍니다.

보통 옆 차가 지나가면 풍경이 보이지 않지만 이렇게 트럭에 거울을 붙인다면 옆의 차들은 좀 더 넓은 시야를 확보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어쩌면 더 넓은 시야로 옆에 지나가는 운전자까지 미국의 광활한 대륙을 느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 전시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전시 중 하나로 약 300여 명의 무리가 조각을 들고 이동하는 모습을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실제 기둥을 받치고 있는 사람들의 모형이 움직이면서 전시 테이블을 돌아다니고 있는데요

어떤 동상이 세워지는 것은 그 인물이 위대해서라기보다는 많은 사람들의 힘을 등지고 탄생한 하나의 대표적인 인물로 표현됩니다.

 

결국 대단한 위인도 혼자 그 업적을 달성하는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을 포용하고 함께해야 한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는 뜻이 아닌가 싶습니다.

 

거꾸로 땅 밑에 세워진 동상 역시 재미있는 작품 중 하나입니다.

 

만약 동상이 세워졌는데 번개를 맞았다면?

아마 그 동상은 밑으로 꺼지고 바닥에 동상이 세워지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으로 그린 모습을 그림으로 보여줍니다.

 

3F – Space 2

3층에는 대형 스크린 하나만이 있고 그의 디지털 비디오 프로젝션을 상영하고 있습니다.

가장 먼저 보이는 영상은 대구의 동인 아파트를, 두 번째는 철거 직전에 놓인 런던의 로빈 후드 가든을 각각 20분, 28분 정도 상영하고 있는데, 두 곳 모두 철거 직전에 놓인 상황을 찍은 비디오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동인 아파트의 경우 대구에서 가장 오래된 현대식 아파트라는 특징이 있으며 재개발, 재건축으로 인해 비어있는 아파트의 모습을 보여주며 인간의 삶의 흔적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고, 로빈 후드 가든의 경우 떠나기 전 사람들이 살고 있는 형태의 빈집을 각 층별로 보여주며 어떠한 배경음악도 없이 천천히 공간을 담은 영상은 주거의 의미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남겨지는 삶의 모습을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서도호 《 스페큘레이션스 Speculations 》 – 아트선재센터 전시 후기 더 읽기"

가고시안 갤러리 Gagosian Gallery, 서울 전시 첫 오픈 – Derrick Adams 데릭 애덤스 《 The Strip 》

가고시안 갤러리 서울 전시

Gagosian Gallery Seoul Exhibition


세계 3대 갤러리 중 가장 주목을 받는 갤러리인 가고시안 갤러리(Gagosian Gallery)가 이번 9월 3일에 서울에서도 첫 전시를 열게 되었습니다.

세계 미술시장에서 존재감이 큰 갤러리이니 만큼 많은 미술애호가들이 어떤 전시가 열릴지 매우 궁금해하며 주목하고 있는데요

전반적으로 이번 가고시안 갤러리의 서울 전시 개막은 단순한 런칭 그 이상이기도 합니다. 

한국의 미술시장이 나날이 발전함에 따라 해외 유수의 갤러리도 아시아의 마켓 중 하나로 한국을 몇년전부터 아주 집중적으로 주시하고 있는데요, 이번 가고시안 갤러리의 전시는 그 정점을 찍는 또 하나의 이벤트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만큼 서울은 이제 크리에이티브한 세계 어느 도시와도 맞바꿀 수 있을 만큼 그 위상이 더해졌으며 한류 바람과 함께 많은 예술가들이 주목하는 도시이기도 합니다.

그런면에서 이번 가고시안 갤러리의 서울 전시를 특히 주목하는 이유이기도 하며 과연 어떤 모습으로 어떤 전시가 펼쳐질지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미술과 관련한 업계에 계시거나 관심이 많으신 분들은 이미 너무나 잘 알고 있지만 대중에게는 아직 생소할 수 있기에 잠시 먼저 가고시안 갤러리에 대해 간략한 설명을 드려봅니다.

 

가고시안 갤러리 (Gagosian Gallery)

세계 3대 갤러리 중 하나로 현재 세계 미술 시장을 좌지우지할 정도로 많은 영향을 끼치는 갤러리 중 하나인 가고시안 갤러리는 아트 딜러인 래리 가고시안 (Larry Gagosian)이 설립한 갤러리 입니다.

그는 대학을 졸업 후 레코드숍, 서점 등 세일즈맨으로 일을 하며 포스터를 판매하면서 1978년 LA와 뉴욕에 갤러리를 오픈하게 되었는데 그는 미술을 전공하거나 배운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선구자적인 안목과 기획력, 영업 스킬이 더해져 새로운 시각과 방식으로 운영하면서 지금의 엄청난 자금력을 갖춘 대형 갤러리의 기틀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현대 미술의 대표적인 아티스트인 장 미셸 바스크야(Jean-Michel Basquiat), 제프 쿤스(Jeff Koons), 무라카미 다카시(Takashi Murakami), 데미안 허스트(Demien Hirst), 안드레아스 거 스킬(Andreas Gursky)까지 모두 가고시안 갤러리를 통해 발굴해낸 혹은 갤러리의 전시를 통해 유명해진 아티스트이기도 합니다.

특히 장 미셸 바스키야 그림은 그가 보자마자 너무 놀라서 바스키야를 아무도 모를 시절 3작품을 그 자리에서 바로 구매했던 일화나, 데미안 허스트의 포름알데히드 박제 상어 작품을 전시해 미술계에 엄청난 충격을 주었던 사건은 너무나 유명할 정도기도 할만큼 지금 시대의 영향력과 선별력은 어마어마하다고 할 수 있겠네요.

 

수많은 갤러리 중 가고시안 갤러리가 유명해진 이유는 우리가 대형 미술관에서 볼만한 작품들을 컬렉터에게 빌려 전시하면서 좀 더 대중에게 그림을 가까이 다가가게 했으며 더불어 갤러리의 품격을 올린 역할을 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위에서 말했던 많은 신진 작가를 발굴하거나 작가들의 작품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며 계속해서 새로운 작가들을 찾기 위해 돌아다니기도 하고, 혹여 작품이 미술시장에 재판매 될 경우 막대한 자금력으로 다시 사들여 전시를 하면서 가치 있는 작품을 계속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근래에는 주로 영향력 있는 작가들의 전시를 주로 한다는 비판이 있기는 하지만 현재까지도 가고시안 갤러리의 작품들이 대체적으로 좋은 작품들이 많은 것을 보면 그만큼 갤러리의 안목과 영향력이 상당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가고시안 갤러리 서울 전시

이번 서울에서 열리는 전시는 가고시안 갤러리가 서울에 지점을 연다기보다는 일종의 아트 마켓의 테스트 차원에서 잠시 여는 전시 같기도 합니다. 현재 국내 미술시장이 전 연령대를 걸쳐 활발히 일어나기도 했지만 생각보다 한류의 문화의 파급력과 함께 아시아 시장에서도 그 위상이 몇 년 전부터 매우 높아진 것을 볼 수 있는데요, 그 대표적인 예 중 하나가 이번 9월에도 열리는 프리즈 아트페어 (Frieze Seoul)이기도 합니다.

아마도 이번 프리즈 아트페어에 참여하면서 작품이 들어오기에 그 연장선으로 전시를 여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덕분에 국내의 많은 미술 애호가들에게는 멀리 해외로 가지 않고서도 가까이에서 가고시안 갤러리만의 큐레이션된 좋은 작품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될듯합니다.

이번 서울 전시는 9월 3일부터 10월 12일까지 아모레퍼시픽 본사 APMA 캐비닛에서 프리즈 아트페어의 전시와는 별도로 열릴 예정이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참고하시어 시간이 되신다면 관람하시면 좋을것 같네요.

 

전시 일정 : 2024. 9. 3 – 2024. 10. 12

장소 : 아모레퍼시픽 미술관 APMA 캐비닛

 

Derrick Adams 데릭 애덤스 《 The Strip 》

 

 

그럼 이번에 서울에서 첫 전시를 열게 된 아티스트는 과연 누구일지가 궁금해 지는데요

바로 현재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화가인 데릭 애덤스 (Derrick Adams)가 그 오프닝을 장식했습니다.

 

 

그의 작품은 특히 큐비즘과 아프리카 가면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그린 그림으로 작품 활동을 하고 있으며 흑인 아티스트 답게 상당히 화려한 색감으로 표현한 콜라주 같은 스타일의 인상적인 작품들을 그리고 있습니다.

주로 도시 속 흑인의 삶의 모습을 실험적인 방식으로 묘사하고 표현하는 작가로 이번 전시가 아무래도 국내 뷰티 대기업인 아모레퍼시픽에서 열리게 되어서인지는 몰라도 전 세계에 위치한 뷰티 매장의 쇼윈도 디스플레이에서 영감을 받은 새로운 시리즈를 발표하였습니다.

아모레퍼시픽 하면 상당히 한국적인 정서의 뷰티 브랜드인데 흑인 아티스트의 관점으로 보는 뷰티 시장의 모습은 어떻게 보일지 궁금해집니다.

어쩌면 아주 낮설지만 한편으로는 사람 사는 곳이 다 그러하듯 그 안에서도 인간으로서 일상을 살아가는 모습은 비슷한 점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사진 출처 : Gagosian)

가고시안 갤러리 Gagosian Gallery, 서울 전시 첫 오픈 – Derrick Adams 데릭 애덤스 《 The Strip 》 더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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