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이치 타나아미 Keiichi Tanaami 《 I’m the Origin 》 – 대림미술관 전시 (2)
Keiichi Tanaami
《 I’m the Origin 》
3. Creative Illness
앞선 2층에서는 주로 콜라주 작품들을 소개했다면, 3층은 결핵을 앓고 난 이후 제작한 평면 또는 입체적인 작품들을 주로 선보입니다.
그는 마흔 중반에 앓은 결핵으로 인해 모든 커리어를 접고 삶의 전환점을 맞이하게 되면서 전업 작가로서의 길을 걷기 시작합니다. 그래서인지 삶과 죽음의 경계선에서 느끼는 무수한 감정들과 심오한 이미지들이 여러 매체를 통해 특히 많이 보이기도 했습니다.
특히 이 시기의 작품들을 보면 어딘가 모르게 일본풍스러우면서 중국풍스러운 작품들도 눈에 띄게 많이 보입니다.
이는 당시 중국 여행을 하면서 아시아만의 민속적인 문화와 거대한 자연에서 영감을 많이 받아서이기도 한데요, 붉은빛을 띠거나 거대한 나무들의 이미지는 마치 어떤 삶의 무게에 압도되는 느낌을 받기도 하지만 그 안에서의 자연과 생명을 느끼기도 하는 작가의 감정 변화가 자연스럽게 보이기도 합니다.



중국풍의 거대한 나뭇조각을 마치 놀이공원같이 쌓아 올린 작품은 사방에서 볼 때마다 디테일이 매우 다릅니다.
색은 어딘가 중국도 아닌 일본도 아닌 묘한 느낌을 주기도 하는데
그 안에 들어있는 조각상들은 이전 그림에서 본 작가의 이미지들과 중첩되면서 시각적인 재미를 주기도 합니다.


안쪽으로 들어가면 타나아미의 그림들이 사방에 마구 붙어있는 공간을 들어갈 수 있는데 이는 작가의 아틀리에를 재구성한 것이라고 합니다. 수많은 그림들을 보니 그가 얼마나 많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작업에 임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특히 이곳에서는 요즘 가장 핫한 아티스트이기도 한 카우스(KAWS)가 타나아미의 작업실을 방문했을 때 ‘Color Instruction Drawing’이라는 작업 방식에 매료되어 적용하기도 했을 만큼 큰 영향을 끼치기도 했습니다. 일종의 인쇄 종이에 컬러칩을 오려 붙여서 만든 콜라주 작업인데 이는 타나아미가 그래픽 디자이너이었기에 가능했던 작업이기도 했습니다. 이를 나이가 들어서도 계속해서 발전해 왔다는 것도 대단하다는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자신의 아이디어를 창작의 영역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는 것은 나이에 구애받지 않음을 타나아미의 그림들을 보면서 또다시 깨닫게 됩니다.


정면에 보이는 우스꽝스러운 이 그림 역시 단순히 재밌게 그린 것 같지만 시부야에서 짙은 화장을 하고 헤어스타일을 바꾸는 여고생들을 보면서 관상용 금붕어를 떠올리며 그린 것이라고 합니다. 이는 일종에 새로운 것을 개발하려는 인간을 일종의 새로운 종처럼 엉뚱하게 그린 것인데 뭔가 현대사회에서 발전되면 발전될수록 누군가에게 잘 보이는 삶을 위해 혈안이 되어있는 인간의 군상을 담았다는 점에서 허를 찌르는 작품이기도 했습니다.

그 옆에는 오래된 유럽 회화를 연상시키는 이미지들을 기반으로 한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이는 1990년대 기억 검증이라는 개념을 도입하여 그린 작품이라고 하는데요
오랜 시절 자신의 일기처럼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이미지부터 깊숙이 내재된 기억들을 또 하나의 자신만의 이미지로 해석해서 그리기도 했습니다.


어떤 것들은 상당히 추상적이기도 한데 거북이나 자연 등의 이미지를 추상화 시켜 그린 그림들은 앞서 본 작품들과는 확연히 다른 느낌을 줍니다.


또한 불과 몇 년 전 밖에 되지 않는 코로나로 인해 그 역시 외부 활동을 하지 못하면서 자신이 소장했던 파블로 피카소의 그림을 보고 피카소의 그림을 반복적으로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피카소의 그림이 너무나 유명한 이유는 보이는 대상을 남들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형태로 재해석했다는 점인데요, 이를 반복해서 그리며 그 역시 하나의 대상을 새로운 형태와 색으로 묘사하며 피카소의 작업 방식에 다시 한번 매료되기도 했다고 합니다. 뛰어난 예술가가 더 위대한 예술가를 존경하며 모방하는 것. 단순히 베낀다는 것을 넘어서 어떤 새로운 형태를 재창조하고 연구한 그는 팬데믹 시절에 죽기 일보 직전까지 창작에 열을 올리며 끊임없이 배우고자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4. Tanaami’s Universe
4층은 다소 화려한 입체적 작품과 영상, 대형 회화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들어가자마자 눈이 돌아갈 정도로 정신없을 만큼 그동안의 모든 것을 총망라한 말 그대로 타나아미의 유니버스 같은 공간입니다.


특히 이곳에서 보이는 아카츠카 만화 캐릭터는 일본의 출판사 슈에이샤가 석판인쇄 공정이 없어지는 상황에서 타나아미에게 판화 작품을 부탁한 것이라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상당히 애니메이션스러운 캐릭터들이 많이 등장하고 그 안에서 격동적인 움직임들이 많이 보이는데 이는 사라져 가는 것에 대한 격렬한 몸부림을 나타내는 것 같이 보이기도 합니다.


5. Tanaami’s Cabinet
마지막으로 밖으로 나가면 미술관 옆집 2층 별관에서도 이어서 전시가 열리고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주로 타나아미가 여러 브랜드와 콜라보 한 의상이나 굿즈, 패션뿐만 아니라 그가 찍은 영상, 단편 영화, 애니메이션 등을 상영하고 있습니다.
그는 모든 창작 행위는 편집과 디자인에서 온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순수예술과 상업 디자인의 경계를 허무는 차원에서 다양한 작업들을 시도했습니다. 그렇기에 아디다스, 메리 퀀트 등 다양한 글로벌 브랜드와의 협업뿐만 아니라 여러 음악가들과 작업하며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의 영역을 넓히기도 했습니다.
어떤 이들은 아직까지도 상업성이 짙은 예술이 과연 예술인가 의문을 제기합니다.
어쩌면 예술의 상업성은 이 시대에 돈이라는 대가를 받는 설득력을 갖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상업성이 우선은 아니지만 자신의 세계에 매몰되기보다는 사람들과 소통을 위한 수단이 되고 이를 어떤 새로운 대가로 지불하는 것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어느 정도 예술가에게 도움이 되는 덕목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곧 예술이 널리 퍼지기 위해서는 공감과 이해, 새로운 발전을 위한 영감을 주는 매개체로서의 역할을 한다면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타나아미 역시 수많은 접점을 찾으며 또 다른 예술가로서의 역할을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작품이 많은 만큼 볼거리도 많은 전시입니다.
하지만 단순히 볼게 많다는 이유만으로 작품을 보기에는 그 안에 내재된 의미는 단순하면서도 날카롭다는 느낌을 받은 작품들이 많습니다.
전시는 6월 말까지 계속되니 아직 관람하지 못하신 분은 꼭 방문하여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전시 기간 : 2024. 12. 14 – 2025. 6. 29
관람 시간 : 화~일 11:00am – 7:00pm / 금~토 11:00am – 8:00pm
(매주 월요일 휴무)
위치 : 대림미술관
케이이치 타나아미 Keiichi Tanaami 《 I’m the Origin 》 – 대림미술관 전시 (2) 더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