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iichi Tanaami
《 I’m the Origin 》
대림미술관에서 오랜만에 전시를 합니다. 그것도 아주 대대적으로 열린 전시인데요,
일본의 대표적인 팝아트 선구주자인 케이이치 타나아미의 회고전이 작년 12월부터 열리고 있습니다.
아마 이미 다녀오신 분들도 꽤 많으시겠지만 원체 볼 것들이 많기도 하지만 상당히 크리에이티브 한 면모가 많은 전시이기에 이번 전시에 대한 후기를 이야기해 봅니다.

아무래도 회고전인 만큼 지금까지 열린 대림미술관 전시 중에서도 역대급으로 작품이 많지 않았나 싶었습니다.
그만큼 작가가 많은 작품들을 부지런히 남긴 까닭도 있겠지요.
전시는 1층에서 4층 본관의 전층, 그리고 별관인 미술관 옆집의 2층까지 전시되어 있습니다.
이번 전시에 대해서는 작품 수가 많은 관계로 두 개의 포스팅으로 나눠 이야기해 봅니다.
1. Into Tanaami’s World
1층은 다소 어두운 공간 안에서 그의 화려한 그림들이 눈길을 끕니다.
마치 대형 일본식 현대 병풍 같기도 한 그림들은 하나로 엮여 있어 비슷해 보이지만 아주 자세히 보면 그 안에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숨어있습니다. 일본의 신화나 전설 같기도 한데 아주 해학적으로 표현하면서도 요즘 시대에 걸맞게 해석하기도 했습니다.


그 옆에는 <백 개의 다리>라는 조형물이 있는데 마치 일본 전통 신사에 나오는 다리들을 여러 개 엮은 것 같은듯싶습니다. 일종의 전설을 상징하는 매개체로 그 안에는 다양한 이미지를 레이저로 쏘아 시시각각 변하는데요 이승과 현실 세계를 연결하고 구분 짓기도 하는 매개체로 사용했다고 합니다.

2. Image Director
본격적인 작품은 2층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케이이치 타나아미의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그의 생애에 대해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가장 먼저 보이는 그림은 바로 그녀의 운명을 뒤바꿔 놓은 교통사고 장면을 스케치한 그림입니다.
그는 1936년 도쿄에 태어나 제2차 세계대전을 겪은 트라우마가 있습니다.
그로 인한 고통을 일종의 팝아트로 표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인데요
처음 커리어는 그래픽 디자이너로 활동했습니다. 주로 뮤지션의 앨범 표지나 잡지 등을 디자인했는데, 당시 미국의 팝아트의 선구주자인 앤디 워홀과 로이 리히텐슈타인 등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합니다.
이후 자신만의 색을 만들어갔고, 1981년 40대 중반 즈음 결핵을 앓게 되면서 생사의 기로에 서면서 다양한 환각과 환영을 겪으면서 삶에 대한 두려움과 고통을 적나라하게 시각화하기 시작했습니다.
그의 작품들은 시각적으로 자극적이고 화려하게만 보일지 모르지만 그 안에는 전쟁 이후의 트라우마와 현실 세계, 죽음의 고통과 싸우면서 겪었던 고통을 일종의 새로운 예술로 승화하였기에 흥미로운 이미지로만 볼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아무래도 그래픽 디자인으로부터 시작한 그의 작업은 다양한 포스터나 광고, 시각적 디자인 요소가 많은 작품들이 주를 이룹니다.
컬러 역시 아주 밝고 쨍한 색감부터 흑백까지 매우 다양한 작품들을 그려냈습니다.
작품 양이 상당히 방대하기도 하지만 디테일도 어마어마하게 많기 때문에 천천히 둘러보시다 보면 어떻게 이걸 다 그렸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기도 합니다.



중간 즈음에는 다양한 이미지의 콜라주 작업들도 상당수 보입니다.
일본풍의 이미지부터 미국, 서양의 이미지까지 아주 다양한데요
작가의 작품들은 다소 외설적인 부분들도 많으니 아이들과 같이 보실 분들은 이 부분은 참고하셔서 보시는 게 좋을듯 싶습니다.


그는 외주 작업의 표지나 포스터 작업도 상당히 많이 한 편이기도 합니다.
그 안에는 상업적이지만 일본과 그만의 정체성을 담은 작품들도 곳곳에 보입니다.
다소 기괴하고 요상 망측한 작품들도 보이는데 일본 특유의 오타쿠 문화로 보시면 좋을 것 같네요.
하지만 단순히 오타쿠 이미지만으로 보기에는 색감과 디자인 구성 등 지금 봐도 전혀 무색하지 않을 만큼 뛰어난 감각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디자인하시는 분들은 많은 참고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가운데에는 그가 수집하고 영감을 받은 책과 작업물들을 모아 한 공간 안에 담아놓기도 했습니다.
이는 <기억의 재구축>이라는 또 하나의 설치 작품으로 만들기도 했는데요,
존 코트레의 책 <화이트 글러브 White Gloves>에서 사람들이 자신의 기억을 무의식적으로 재구성한다는 것에 대해 영감을 받아 인간의 기억을 탐구하며 만든 작품이라고 합니다.
일종의 자신이 하나하나 보고 느끼고 생각한 기억들이 어떤 온실안의 화초처럼 자라나면서 또 하나의 새로운 것으로 창조된다는 것을 나타내기도 합니다.

안에는 앞서 본 콜라주 작업에 쓰인듯한 책, 만화, 심지어는 미국 잡지나 포토북까지 아주 다양하게 보이고 있는데요, 모니터에서 계속 움직이듯 보여주는 영상이 일종의 물아일체가 되는 듯 그의 영감이 어디서 왔는지 아주 잘 보여주는 듯 보입니다.
결국 어떤 하나의 작품이 탄생하기 까지는 수많은 것들에 대한 수집과 콜라주가 기본이 되어 또 다른 새로운 이미지가 창조된다는 것을 여지없이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벽면의 그림 역시 대형 콜라주지만 생각보다 동화적 요소도 매우 잘 섞여있어서인지 낯선 듯 낯설지 않은 듯 보입니다.
달리의 시계에서 영감을 받아 그린 그림,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니모도 곳곳에 보이기도 하는 것을 보면 그가 얼마나 많은 것들에 영향을 받고 단순한 모방이 아닌, 자신만의 스타일로 해석했는지 볼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전시 기간 : 2024. 12. 14 – 2025. 6. 29
관람 시간 : 화~일 11:00am – 7:00pm / 금~토 11:00am – 8:00pm
(매주 월요일 휴무)
위치 : 대림미술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