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에다 쇼지 Ueda Shoji
《 모래극장 Theatre of the Dunes 》
오랜만에 피크닉에서 좋은 사진전이 열리고 있어 방문해 보았습니다. 바로 20세기 일본 사진계를 대표하는 우에다 쇼지인데요, 사진에 관심 있으신 분이라면 혹은 사진과 관련된 일을 하시는 분들은 반드시 가봐야 할 전시이지 않나 싶습니다.

전시 일정 : 2024. 10. 12 – 2025. 3. 2
관람 시간 : 수~일 10:30am – 6:30pm
(매주 월, 화요일 휴관)
장소 : 피크닉 piknic
이번 사진전을 돌아보는 내내 피크닉에서도 많은 신경을 쓴 듯한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단순히 전시를 하는 사진전과는 다르게 나름 모래극장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전시장 분위기를 조성하여 배치하고 구성하는 데 공을 들인 흔적이 보였으며 일부 모래도 곳곳에 놓여 있고, 뭐니 뭐니 해도 장소도 관람객도 매우 조용한 편이었습니다.
전시 장소는 무려 11곳의 섹션으로 분류되었고 세분화된 편입니다. 그만큼 작품수도 많고 우에다 쇼지의 아카이브 전체를 볼 수 있는 전시이기도 합니다.
1. 16살 소년의 첫 카메라 습작들
우에다 쇼지의 이번 전시는 그가 처음 카메라를 가지고 찍게 되었을 때부터 시간 순대로 사진들이 분류되어 전시되어 있습니다.
가장 먼저 보이는 공간에서는 주로 초기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는데, 청년 우에다가 자신만의 스타일로 어떤 사진을 찍을지에 대한 고심이 보이기도 합니다. 서툴지만 그만의 새로운 구도나 이미지는 초기 사진들에서도 자연스럽게 볼 수 있었습니다.

2. ‘우에다 조’의 탄생
돗토리현에서 태어난 우에다는 지역 사진가들과 교류하기 시작하면서 크고 작은 공모전에도 참여했는데 이때부터 그는 일찍이 두각을 나타내었다고 합니다. 지금 보아도 단순하고 깔끔하지만 신선한 구도는 당시에도 센세이션을 일으킬만하지 않았을까 싶은데요, 20대 초반에는 주로 찍은 몇몇 사진들은 지금까지도 그의 대표 작품으로 회자될 만큼 유명한 사진들이 많기도 하면서 그야말로 ‘우에다 조’로 명할 수 있는 이름이 붙여지기도 했습니다.
특히 <네 명의 소녀, 네 가지 포즈>로 불리는 이 연출 사진은 지금 봐도 너무나 새롭게 보이는 손색없는 사진이기도 합니다.
마치 달리의 그림을 보는 것 같은 모래사구 안에 나무와 오브제를 연출한 사진들도 상당히 신선해 보입니다.
어쩌면 우에다는 사진처럼 진지하기보다는 매우 유쾌한 사람이 아니었나 싶은 느낌이 드는 자화상이네요.

3. 모래언덕
이번 전시의 주제이기도 한 모래 언덕에서 찍은 사진은 그가 태어난 돗토리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돗토리 사구이자 그의 미니멀하면서도 간결한 스타일을 가장 잘 표현해 주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그래도 모두가 이렇게 찍을 수 없는 것은 그만의 새로운 연출력과 기획력이 있기에 가능하지 않았나 싶기도 한데요 같은 공간이지만 다른 것들을 느끼는 사람들의 모습을 재미있게 연출하기도 했습니다.
1949년 6월 <카메라> 잡지에서 우에다와 도몬 켄, 미도리카 요이치 등 세 명의 사진가와 함께 돗토리 사구에서 공동촬영을 했는데 서로가 너무나 다른 스타일을 표현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모래언덕 연작은 다양한 사람, 사물들과 여러 가지 형태로 촬영을 했는데 특히 누드를 이렇게 추상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누드 사진 하면 주로 섹슈얼한 이미지나 서양적인 요소가 더해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 사진은 가장 일본인 다운 솔직하면서도 형이상학적인 이미지를 줍니다.

4. 그 만의 스튜디오, 돗토리 사구
그의 대표작인 돗토리 사구 연작은 앞서 진행된 외부에 의한 의뢰뿐만 아니라 다양한 군상과 스타일로 계속해서 표현됩니다.
이렇게 불투명한 비디오도 같이 전시되어 있고, 사구의 모호하고 보드라운 느낌을 벽 전체에 천을 덧대어 표현한 전시 기획도 인상에 남았습니다.


특히 <아빠와 엄마와 아이들> 사진은 보는 내내 행복해지는 느낌이 들기도 하는데요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일본의 가족상을 잘 보여주는 그의 대표적인 사진이기도 합니다.
그는 또한 아내의 전폭적인 지지와 영향을 많이 받아서인지 아내를 모델로 한 사진들도 매우 ㅁ낳이 볼 수 있었습니다.
5. 새로운 모색
1950년대 리얼리즘 운동의 영향으로 우연한 스냅 사진들이 유행하면서 그 역시 자신만의 연출적 기법에 있어 새로운 모색을 하게 됩니다. 그리하여 찍은 모래언덕에서의 연출 사진이 아닌 다양한 조형적인 사물의 추상 사진들도 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추상 사진 역시 모래사구에서 찍은 시리즈와 뭔가 비슷한 느낌은 여전히 지울 수가 없다는 생각도 들고 반면 이런 사진도 찍었었나 할 정도로 새로운 이미지들도 볼 수 있습니다.
6. 일상의 풍경
그렇게 10년이 지나 그는 다시 현실로 돌아와 일상의 풍경들을 하나둘씩 찍어내기 시작합니다.
기존에 찍은 연출이나 추상 사진 같은 센세이션 한 느낌은 없지만 일상의 표정들은 자신이 살고 있는 공간에 대한 애정이 느껴집니다. 마치 힘을 잔뜩 주었던 지난날의 과거를 버리고 나이가 들어가면서 자연스럽게 힘을 뺀 모습이랄까요.
그렇게 찍은 사진들은 <아이들의 사계절>이라는 제목으로 1971년 사진집을 출판하게 되면서 그의 위상을 다시 한번 높여주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7. 작은 이야기
그렇게 이어진 일상의 야기들이 모여 <작은 이야기>라는 연작으로 탄생하게 되었는데 무려 12년간 이어졌다고 합니다. 요즘 인스타그램의 사진 스타일 같은 1:1 핫셀블라드로 찍은 사진들만 봐도 시대를 앞서갔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8. 유럽 여행
그는 여행을 잘 다니지 않는 스타일이었지만 59세가 돼서야 비로소 난생처음 유럽여행을 갔다고 합니다.
그렇게 찍은 유럽의 모습들은 그만의 새로운 시선들로 표현되었습니다.
9. 컬러 사진으로의 전환과 노스탤지어
앞서 본 사진들이 모두 흑백 사진인데 반해 그는 후기에 작은 코닥 카메라로 자신의 어린 시절을 표현한 컬러사진을 찍게 됩니다.
흑백 사진은 상당히 미니멀했다면 컬러 사진은 좀 더 그가 표현하고자 하는 이미지와 색이 다채롭게 표현되었는데요, 특히 희뿌옇고 몽환적인 느낌으로 그의 어린 시절의 기억을 잘 담아내지 않았나 싶습니다.
10. 패션 사진
1983년에 우에다는 아내를 잃고 방황하던 중 차남의 소개로 패션 브랜드의 화보를 촬영하게 됩니다.
젊은 시절 패션 사진을 찍는 일반 사진가와는 달리 70세가 넘어서 첫 패션 사진을 찍은 그는 그때 다시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이자 고향인 모래언덕에서 촬영을 하며 르네 마그리트의 초현실주의 화화를 연상시키는 1980년대 화보를 찍데 되었고, 이는 1990년대 후반까지 이어졌다고 하니 가히 놀랄 따름입니다.
패션 화보를 촬영하는 일은 생각보다 많은 체력을 요할 뿐만 아니라 수많은 기다림과 인내의 싸움기이고 한데요 고령의 연장자가 그것을 해내었다고 하니 다시금 거장은 거장 답구나 싶었습니다.
11. 정신적 아마추어리즘
맨 위층에는 노년 시절 찍은 <환상 유람>시리즈의 추상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그는 매번 자신은 시골에 사는 아마추어라고 했다고 하는데요, 이 모든 작품들이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행복할 수 있는 일을 했다고 합니다.
프로가 된다면 무거운 책임감과 압박감에 짓눌리기 마련인데 이렇게 정신적으로 자유로운 아마추어 마인드를 갖고 자신이 원하는 것에 몰두한 그의 삶의 철학을 되돌아볼 수 있었던 좋은 시간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역시는 역시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의 사진들이 많은데요, 물론 화면으로도 볼 수 있지만 우에다 사진은 직접 보아야 그 느낌과 맛이 더 살아나는듯싶습니다.
시간이 되신다면 꼭 직접 전시에 가보셔서 관람하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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